[기고] 조류인플루엔자 상재화 위협, 축산 방역 넘어 ‘공중보건’관점으로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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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조류인플루엔자 상재화 위협, 축산 방역 넘어 ‘공중보건’관점으로 대응해야

정태영 대전시 보건환경연구원장

  • 승인 2025-11-04 16:44
  • 신문게재 2025-11-05 18면
  • 강제일 기자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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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폭염이 지나고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하지만 방역당국에는 긴장을 늦출 틈이 없다.

시베리아 등지에서 철새가 국내로 날아오면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재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AI는 더 이상 겨울철 일시적 가축 전염병이 아니다. 전국 각지에서 연중 발생하는 '상재화(常在化)' 조짐이 뚜렷하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강원 동해 산란계 농장에서 첫 발생이 보고된 이후, 2024~2025 절기에는 전국 가금농가에서 총 49건의 고병원성 AI가 확인됐다.

특히 특별방역대 책기간이 끝난 6월 하절기에도 추가 사례가 나와 AI가 계절 질병의 범주를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큰 우려는 AI가 이제 가금류를 넘어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축산업 피해와 물가 불안으로만 인식됐지만, 지금은 '제2의 팬데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남미와 남극 등 발생 지역이 확산되고, 물개·젖소 등 포유류 감염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분리된 일부 고병원성 바이러스에서는 인체 감염 가능성을 높이는 유전자 변이도 확인됐다.

다행히 아직 국내 인체 감염 사례는 없지만, 변이 속도와 파급력을 고려하면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이제는 축산 방역의 차원을 넘어 '공중 보건'의관점에서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 AI는 단순한 가축 질병이 아니라 인류건강을 위협하는 잠재적 감염병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민·관이 함께하는 현장 중심의 대응이 중요하다.

축산농가는 농장 출입 통제, 매일 소독, 의심 증상 즉시 신고(☎1588-4060) 등 기본 수칙을 생활화해야 한다.

특히 야생조류가 드나드는 논밭에서 사용한농기계나 장비를 철저히 세척·소독하고, 농장 외부에 보관해야 한다. 조기발견과 신속한 신고가 확산을 막는 핵심이다.

일반 시민의 협조도 필수적이다. 해외여행이 늘면서 외국 가축전염병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AI 발생국을 방문할 때는 현지 축산시설 출입을 삼가고, 축산물이나 음식물을 국내로 반입해서는 안 된다.

귀국 후에는 입었던 의류를 즉시 세탁하고, 5일간 가축사육시설 출입을 자제 해야한다.

한편, 시중에 유통되는 국내산 가금류는 안심하고 섭취해도 된다. AI 발생시 방역당국이 해당 농장과 주변 생산물을 즉시 살처분·폐기하기 때문에 감염된 제품이 시중에 유통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AI 바이러스는 70℃ 이상에서 30분만 가열해도 완전히 사멸하므로, 충분히 익힌 닭고기·오리고기·달걀은 안전하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사실을 믿고 불필요한 소비 위축은 피해야 한다.

조류인플루엔자는 이제 단순한 '가축 질병'이 아니라, 국가 경제와 인류건강을 함께 위협하는 복합적 공중 보건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방역당국과 농가, 시민이 하나 되어 선제적이고 유기적인 대응을 실천할 때, 우리는 AI의 상재화 위협을 통제하고 국민의 안전과 축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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