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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덕일 중구문화원장 |
만토바니 악단도 빼놓을 수 없다. 이탈리아 출생이지만 영국에서 많이 활동했다. 클래식, 뮤지컬, 라틴음악까지 폭 넓은 레퍼토리로 특히 무드음악의 개척자이기도 하다. 잊을 수 없는 폴 모리아 악단, 이 악단은 음악의 마법사라 불린다. 프랑스태생으로 작곡과 피아노 전공이다. 1960년대에 악단을 조직해 그 유명한 '러브이스블루'를 탄생시킨다. 풀밴드에 스트링을 많이 사용해 브라스의 박력과 현악기의 부드러움을 잘 조화시킨 악단이다. 직접 피아노 주자로 지휘도 하며 1970년대 최고의 악단이다. 1975년 내한해 아리랑 연주를 그들 식대로 편곡 연주한 것이 비디오로 판매되기도 했는데 인기가 대단했다.
1950~60년대 우리나라의 유명 악단은 김광수 악단, 바이올린 주자로 마라카스 주법이 멋있었고 탱고 연주가 일품이었다. 김인배, 고계화는 트럼펫 주자로 당시 유명했던 '체리핑크', 맘모는 이 두 사람의 18번이었다. 김인협, 황중원 이들은 피아노 주자였고 작. 편곡을 잘해 당시 가수들에게 인기였다. 필자는 이 두 악단에서 단원으로 활동도 했다. 이 시대의 악단 대부분은 나이트클럽, 호텔 혹은 미8군에서 활동했고 가끔은 쇼(show)단을 이끌고 지방공연에도 자주 갔다. 이 시대 그 누구보다 유명했던 2인의 색소폰 라이벌 이봉조, 길옥윤의 활동이다. 작곡가 이면서도 색소폰은 세계적 수준의 주자였다. 특히 1950년대 영국민요 '아! 목동아'를 데니보이란 이름으로 편곡하여 연주한 당시 세계최고의 색소폰 주자 실 어스틴에 버금갈 만큼 위 2인의 활동은 선의 경쟁자로 한국 경음악계의 전설로 남는다.
지금까지 열거한 악단은 자기 이름을 악단 이름으로 이념 같은 것은 없이 순수 음악만 연주했다.
화제의 북한 모란봉악단, 작년12월 중국에서 연주하기로 했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연주하지 않고 철수, 귀국한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져 연주를 보고자 했던 중국인들을 분노케 했다. 필자의 카톡으로 김정은 등 당 간부들 앞에서 모란봉악단 연주 장면이 들어왔다. 일본 측에서 촬영한 것인데 참 잘한다. 이정도면 기능으로는 세계적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있을 것이다. 연주 내용은 세계 명곡 메들리였다. 터키 행진곡, 낙엽, 소녀의기도, 라데스키 등 위의 세계적 악단에서 연주했던 곡들도 다양하게 연주하여 필자는 흥미 있게 보았다. 어쩌면 우리들 악단보다 나아보였다. 보컬도 5명, 옷차림과 율동도 파격적이라 할 만큼, 창법은 그들 식이고 몇 곡 지나서 '세상이 부러울 것 없어라', '그대 없이는 못살아 김정은 동지',등 계속 김정은 찬양 노래 연속이다. 무대 위에는 미사일, 핵, 불꽃, 김정은 초상 등 온통 선전장면이다. 김정은은 모란봉악단을 내세워 자기시대의 핵심통치 아이콘으로 모란봉 악단을 이용한 것 같다. 앞 곡 몇 곡을 빼고는 그야말로 김정은에 김정은을 위한 선전 음악, 정치노래다.
무대 연습과정에서 이러한 연주를 했으니 중국 측은 정치색 띤 연주는 안 된다고 이를 지적했을 것이다. 그러나 막무가내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철수한 것이다. 아무리 상식이 통하지 않는 집단이라 해도 역시 북한답다. 언젠가 통일되면 모란봉악단이 그 좋은 기술로 순수음악을 연주할 수 있을 것이라 막연히 기대해본다.
노덕일 중구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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