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나눔 텃밭을 가꾸며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교단만필]나눔 텃밭을 가꾸며

  • 승인 2017-09-12 11:04
  • 수정 2017-09-12 13:52
  • 남낙현 세종시 쌍류초등학교장남낙현 세종시 쌍류초등학교장
남낙현사진
남낙현 상류초 교장
쌍류초등학교는 세종시 연서면 쌍류리에 위치하고 있다. 마을 이름인 ‘쌍류(雙流)’라는 뜻은 비암사 계곡에서 발원해 흐르는 시내와 금사리에서 발원해 흐르는 시내가 마을 앞을 흐르는 시내에서 하나로 합쳐져 큰 시내를 이루는 곳을 의미한다. 많은 독자들이 우리 학교에 대해 모르고 계실 것 같아 먼저 학교를 소개해본다.

우리 학교는 세종시민의 휴식공간이 고복저수지 상류에 위치한 아담한 농촌학교로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정말 자랑할 만한 명품 소나무 두 그루가 운동장 가에 서 있다. 수령이 200∼300년은 족히 될 듯한 소나무 두 그루의 가지 모양은 속리산 정이품 소나무처럼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어 멋진 풍광을 자아내고 있다. 이 소나무들은 아마도 학교가 세워지기 이전부터 운동장 가에 서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학구 내에는 고복저수지를 비롯해 백제시대에 창건한 비암사 라는 사찰도 있다. 백제가 망한 뒤 백제 유민들이 부흥을 꿈꾸며 역대 백제 왕과 대신들을 모시는 제를 올렸다는 절이다. 요즘도 세종시에서는 해마다 4월이 되면 백제의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리는 백제대제를 지내기도 한다.



우리 학교는 불과 3∼4년 전 까지만 해도 전교생이 30여명 안팎으로 폐교 위기까지 내몰렸던 학교였으나 지금은 전교생이 80명으로 전입하려는 학생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학교에서 더 이상 전입생을 수용하지 못하는 까닭은 학교건물이 6학급 규모로 지어져 있어 전입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무한정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종시교육청의 정책적 배려로 농촌학교 살리기 차원에서 본교 학구를 학교 인근 마을에서 조치원읍 지역 및 동지역 거주 학생들에게도 학구를 개방했기 때문에 학생수가 점점 늘어나게 되었다. 조치원읍 지역과 동지역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이 본교를 선호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그 이유로는 우선 학생들의 소질과 특기를 신장시켜 주기 위해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과후 프로그램을 내실 있게 운영한 결과 지난 2016년 전국스포츠클럽대회 에어로빅 여자초등부 단체전 1위 입상, 2017년에는 전국소년체전 에어로빅 남자초등부 연합팀 3위에 입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7학급으로 전교생이 80여명밖에 되지 않는 시골학교에서 2년에 걸쳐 전국대회에서 연속 입상을 한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음으로 강점을 꼽는다면 ‘나눔 텃밭 가꾸기’ 운영이다. 우리 학교에는 작은 텃밭이 3곳이나 있다. 텃밭에 가꾸는 채소로는 봄에는 가지, 상추, 고추, 고구마, 감자를 심고 가을에는 김장배추와 무를 심어 아이들이 직접 물을 주고 풀도 뽑고 채소를 기르고 또한 아이들이 직접 수확하여 골고루 나누어 가져간다. 그래서 텃밭 이름이 ‘나눔 텃밭’ 인 것이다. 겨울철을 제외하고 봄, 여름, 가을 장기간에 걸쳐 텃밭에서 직접 식물을 가꾸면서 식물이 자라나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은 아이들의 바른 인성함양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도심 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은 지나친 과열 경쟁으로 하루에도 학원을 몇 군데씩 다닌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과 놀 시간도 없으며 자연을 접할 기회조차 없다. 이런 교육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모님들이 자연과 벗으로 삼아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는 시골학교인 우리 학교를 선호해 귀한 자녀들을 우리 학교로 보내주신다.

아이들이 직접 텃밭에서 각종 채소를 가꾸고 기르면서 얻는 교육적 효과는 하나둘이 아니다.

텃밭을 가꾸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흙과 친해지게 마련이다. 또한 아이들이 식물을 직접 기르면서 식물의 한 살이를 관찰 기록함으로써 과학적 탐구심도 길러줄 수 있다. 모둠별로 텃밭을 가꾸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협동학습도 이루어지는 장점도 있다. ‘텃밭 가꾸기가 뭐 그렇게 대단하느냐?’ 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땀을 흘려 얻는 노동의 기쁨도 맛볼 수 있는 값진 체험학습도 이루어진다. 우리 아이들이 단지 텃밭을 가꾸어 수확한 것을 싸들고 집으로 가져가 맛있게 먹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은 모종이 점점 자라나는 자연의 신비함을 경험하면서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소중함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아이들에게 내 손으로 직접 유기농 채소를 길러 먹도록 지도하는 것은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우리 농산물을 애용하도록 하는 등 나라 사랑을 몸소 실천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텃밭 가꾸기를 통해 아이들이 식물의 한 살이를 이해하고 또한 식물은 잎, 줄기, 뿌리, 꽃, 열매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과학적 상식도 갖게 되며, 또한 각종 채소나 식물의 파종법과 재배법도 알게 되어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었을 때 작은 텃밭을 가꿀 수 있는 미래 농부를 육성하는 아주 큰 교육적 효과도 있다.

남낙현 세종시 쌍류초등학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기획]3.4.5호선 계획으로 대전 교통 미래 대비한다
  2. 충청권 광역철도망 급물살… 대전·세종·충북 하나로 잇는다
  3. [사이언스칼럼] 아쉬움
  4. [라이즈 현안 점검] 거점 라이즈센터 설립부터 불협화음 우려…"초광역화 촘촘한 구상 절실"
  5. "성심당 대기줄 이제 실시간으로 확인해요"
  1. [사설] 이삿짐 싸던 해수부, 장관 사임 '날벼락'
  2. 금강유역환경청, 화학안전 24개 공동체 성과공유 간담회
  3.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4. 아산시, 개인택시 신규 면허 교부-18명 대상
  5. 대전 복합문화예술공간 헤레디움 '어린이 기후 이야기' 2회차 참가자 모집

헤드라인 뉴스


‘도시 혈관’ 교통망 확충 총력… ‘일류도시 대전’ 밑그림

‘도시 혈관’ 교통망 확충 총력… ‘일류도시 대전’ 밑그림

민선 8기 대전시가 도시의 혈관인 교통망 확충에 집중하면서 균형발전과 미래 성장동력 기반 조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전 대중교통의 혁신을 이끌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이 전 구간에서 공사를 하는 등 2028년 개통을 위해 순항하고 있다. 이와 함께 충청권 광역철도와 CTX(충청급행철도) 등 메가시티 조성의 기반이 될 광역교통망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전의 30여년 숙원 사업인 도시철도 2호선은 지난해 연말 착공식을 갖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도시철도 2..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 푸르게 지키는 일에 앞장선 시민과 단체, 기관을 찾아 시상하는 제22회 금강환경대상에서 환경과 시민안전을 새롭게 접목한 지자체부터 저온 플라즈마를 활용한 대청호 녹조 제거 신기술을 선보인 공공기관이 수상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과 중도일보가 공동주최한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2시 중도일보 4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과 신동인 금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정용래 유성구청장, 이명렬 천안시 농업환경국장 등 수상 기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2028년이면 대전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완공과 함께 교통 혁신을 통해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로 성장할 전망이다. 11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은 지난해 12월 착공식을 개최하고,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7년까지 주요 구조물(지하차도, 교량 등) 및 도상콘크리트 시공을 완료하고, 2028년 상반기 중 궤도 부설 및 시스템(전기·신호·통신) 공사를 하고, 하반기에 철도종합시험 운행을 통해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내년 대전시 정부 예산안에 공사비로 1..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