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좋은 뉴스, 덜 좋은 뉴스, 안 좋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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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좋은 뉴스, 덜 좋은 뉴스, 안 좋은 뉴스

이승선(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승인 2018-05-29 08:36
  • 신문게재 2018-05-30 21면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이승선교수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유배를 살던 다산은 가족에게 편지를 자주 썼다. '편지 쓸 때 주의할 점'이란 글은 아들에게 보낸 편지다. 1810년 경오년 봄 편지다. 다산에 따르면 편지는 사통오달한 번화가 한 복판에다가 떨어뜨려도 괜찮을 내용이어야 한다. 잃어버린 편지를 원수가 얻어서 펴보아도 죄를 얻지 않을 것인지 살펴야 한다. 뿐만 아니다. 다산에 따르면 편지는 후세에 전해져 안목이 있는 사람들이 수 백 년 후에 읽었을 때 조롱당하지 않을 내용이어야 한다. 사사로운 글조차 이념과 정파를 떠나, 더불어 세대를 아우르는 것이어야 한다는 준엄한 편지다. 이백년 전 편지 글이다. 어찌 서늘하지 아니한가!

정체불명, 함량미달의 주장들이 뉴스라는 외연을 입고 횡횡하는 시대다. 다른 언론인들이 쓴 글을 훔쳐 와 스스로의 글처럼 서슴없이 자기 언론사, 자기 이름을 달아 온라인 시장에 공급한다. 후안무치하다. 남에게서 훔친 뉴스로 타인의 곳간까지 훔치려는 행위다. 어떤 사람들은 발생하지 않은 사실을 존재한 것처럼 날조하고 그럴듯한 언론사와 언론인의 거짓 표식을 달아 뉴스 시장에 공급한다. 허위날조 행위다. 등록한 언론사 소속의 진짜 언론인들도 함량 미달의 뉴스를 만들어 공급하기도 한다. 오롯이 한쪽의 의견만 듣고 쓰려는 정략적 편파기사, 주장의 마땅한 근거가 없거나 아주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강변하는 외곬기사가 그러하다. 저널리즘 용어로 오보 또는 불공정한 기사라고 불린다.

가짜뉴스 정의는 세 가지로 크게 분류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저널리즘의 이상적인 수준에 닿지 못하는 '함량미달' 기사다. 언론의 오보나 품격을 갖추지 못한 기사를 가리켜 '가짜뉴스'라고 부른다. 언론의 속보 기능을 감안할 때 이런 유형의 오보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언론사 이름을 걸치기만 하면 모두 '진짜뉴스' 대접을 받는 것이 부당한 것처럼, 품질이 고르지 못하다고 해서 언론사가 생산한 뉴스에 가짜뉴스 딱지를 붙이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가짜뉴스에 대한 두 번째 유형의 정의는, 언론사와 언론인의 외연을 띄고 있지만 사실은 허위사실을 날조하고 왜곡하는 정보를 일컫는다. 물론 언론사나 언론인이 정상적으로 생산한 정보도 아니다. 이는 '가짜뉴스'가 아니라 '가짜정보'로 불리어야 마땅하고 여기서 말하는 가짜정보는 허위 날조된 것에 다름 아니다. 이런 가짜정보가 '뉴스' 타이틀을 앞에 달고 나서면서 언론은 언론이 아닌 자들이 의도적으로 생산해서 공급하는 가짜정보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었다. 언론이 시민들에게 가짜뉴스를 공급하는 생산기지로 매도당하게 되었다.



가짜뉴스에 대한 세 번째 유형의 정의는 '마음에 들지 않아 공격하고 싶은 뉴스'다. 경쟁관계에 있거나 마음에 들지 않은 다른 언론사의 뉴스를 공격할 때 동원되는 가짜뉴스 개념이기도 하다. 혹은 누가 생산해서 공급한 것인지를 불문하고 나와 견해가 다른, 정치 이념적 반대자가 보유한 정보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싶을 때 가져다 붙이는 이름이 세 번째 유형의 '가짜뉴스'다.

오보가 난 부분을 보완하거나 거친 언어를 순화해서 뉴스 정보를 가다듬으면 좋은 뉴스가 될 수 있다. 또는 펙트를 체크하면 언론사가 생산한 것이 맞는지, 뉴스에서 주장한 내용이 진실한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 유형과 두 번째 유형의 가짜뉴스 개념은 보완, 치유하거나 물리치는 일이 일부나마 가능하다. 그러나 세 번째 유형의 가짜뉴스 정의는 손질하기 어렵다. 내가 생산하거나 보유한 것은 모두 '진짜뉴스'인데 반해 정치 이념적으로 반대 진영의 사람들이 만들거나 유통하는 것을 '가짜뉴스'라고 단정하고 공격하는 행위는 쉽게 치유되기 어렵다. 견해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이므로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에 해롭다. 민주주의는 남과 나의 생각이 다를 수 있고 그 다름을 인정하는 기반 위에서만 운용 가능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사적인 편지 글조차 이념과 정파를 두루 걸쳐 수긍하고 몇 백 년 뒤 후대가 읽어도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데, 기록은 기억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요즘 언론이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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