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강나루 미수기념 작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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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강나루 미수기념 작품전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8-09-14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강나루
현대화랑, 강나루 미수기념 작품전
지난 9월 6일 전시회 개막식이 있어 대전 대흥동 소재 현대화랑에 갔습니다. 강나루(본명 姜顯瑞, 아호 松亭, 1931 ~ )화백의 서양화, 시화 개인전이었습니다. 시집 『보슬비 속 우산 하나 멀어져 가고』 출판 기념회를 겸하고 있었지요. 미수를 맞아 자녀들이 축하의 장을 만들어 드렸다 하더군요. 덕분에 지역 문단, 화단의 원로 작가들 만날 수 있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작가는 유화 개인전은 물론, 많은 단체전에 수작을 출품한 대전광역시 미술대전 초대작가입니다. 문학동인회 '황인부락' 회원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 『교육자료』를 통해 조연현 추천으로 수필(1964), '새한신문'에 이동주 추천으로 시(1966), 『새교육』에 유주현 추천으로 소설(1966) 등단을 하였습니다. 1975년엔 동아일보 주최 신동아 논픽션에 당선되기도 하고, 1990년 『한국수필』에 수필로 조경희, 서정범 추천을 다시 받기도합니다. 교육자로, 화가, 수필가, 시인으로 예술계와 지역사회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습니다. 수필집 『그리움의 영마루에서』(1991), 『정표장을 쓰면서』(1996), 『그날 그린 자화상』(2005), 『해거름 나그네의 독백』(2010), 시집 『일식사년』(2009), 『식탁에 마주 앉아』(2011), 『지갑과 아궁이』(2013), 『강 언덕 연가』(2014), 『허벅지의 망향가』(2016), 『삿갓 벗어 걸어놓고』(2017), 이번에 『보슬비 속 우산 하나 멀어져 가고』를 세상에 선뵈었습니다.

감히 작품 평이야 할 수 없겠지요. 소소한 몇 가지 언급하려 합니다. 시인의 모든 저서 표지화와 삽화는 손수 그린 것입니다. 글에 잘 어울릴 수밖에 없지요. 대부분 삽화를 붓으로 그려 이채롭기도 합니다. 작가가 글 쓸 때 언어 선택에 신중을 기하지요. 숨어있는 우리 고운 말을 찾아내기도 합니다. 새로운 시어를 만들기도 하지요. 강나루 시인은 토속적인 말이나 사투리도 자연스레 구사하고, 심지어 욕설도 거스르지 않게 사용하고 있음을 봅니다. 절로 친근감이 생기지요. 재치와 깊은 철학적 사유로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길라잡이가 되기도 합니다. "오장 속에서 요동치는 칠정七情을 통해 시를 직설直說했을 때의 정신적 카타르시스, 그 속 시원함 때문에 시를 쓰노라"라 언급하기도 합니다. 가식 없이 누구 눈치도 보지 않아 감동으로 다가옴을 느낍니다.

강나루 시인은 필자의 고등학교 은사입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가까이 모시지 못해 내용 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시간을 맞추지 못해 이제야 글을 씁니다. 제가 입학하기 전 해에 필자 모교에 부임하셔서 3년 내내 미술부 지도 교사였습니다. 졸업 후에도 3년여 더 계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미술교사는 학교 환경미화를 도맡아 담임을 하지 않았지요. 친밀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은 미술부 학생들이 전부였던 것 같습니다.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미술부 학생들과 관계가 지속됩니다. 덕분에 선후배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지요. 자연스레 교량 역할을 하십니다.

그 때 느꼈던 선생님 성격은 무척이나 까탈스럽고 단호했습니다. 직설적이었지요. 반면에 제자들 창작활동이나 생활방식을 제약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자유분방함을 존중해 주었지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습니다. 재치와 유머, 풍부한 어휘력으로 제자들을 곧잘 웃기곤 했습니다.

필자 모교는 상업학교라 상업미술이 주였습니다. 저와 몇몇 친구는 중학교 때 동양화를 공부해 겉돌기도 하였습니다. 미술부원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지요. 좋은 교사가 무엇인지 정의 하기는 간단치 않겠지요. 훌륭한 교사, 제자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것도 그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미술부 제자 대부분 응용미술 분야에 종사하지요. 교사, 교수도 있고 작가도 있습니다. 엉뚱하게 판사도 있고, 회계사도 있답니다. 2학년 때부터 전국상업미술 경진대회가 있었어요. 도에서 우수 학생을 선발하여 전국대회에 참여하는 방식이었지요. 선생께서 필자 모교에 적지 않은 재임기간 동안 거의 매년 전국대회 1등을 하였습니다. 국학대학(현 고려대)경제학과 출신이라 화단에 인맥이 있었을 리 없습니다. 대단한 지도력과 열정이 아니면 시골학교에서 이루기 어려운 일이지요. 제자 앞길을 터주는 것도 예능 교사 필수 능력입니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요, 고등학교 재학 당시 훌륭한 문필가 여러분이 함께 계셨습니다. 필자에겐 커다란 행운이었지요. 강나루 선생님 외에도, 김영배 시조시인, 박재서 시인, 이정웅 수필가 모두 은사이십니다. 다른 분들은 모두 국어 담당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 이구동성으로 강나루 시인 필력을 칭찬하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백수이신 김형석(金亨錫, 1920년 7월 6일 ~ , 철학자) 교수는 스스로, 건강 비결이 있다면 일하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강나루 예술가도 다르지 않다 생각되는군요. 필자가 학교 다닐 때에도 건강이 좋지 않았습니다. 위장병으로 방학 때면 보름씩 단식을 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도 열정적으로 예술혼을 불사릅니다. 그 열정이 노약한 심신을 지탱해 주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모쪼록 강녕하시어 예술사에 길이길이 남을 명작을 많이 남기시길 소망합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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