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권리, 의무 그리고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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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권리, 의무 그리고 책임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9-01-1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인간의 권리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는 정말 풀리지 않고 계속되는 과제입니다. 인간의 의식이 변하고 사회가 변화되면서 과거 생각했던 정의, 자유, 선(善) 등 인간과 사회에 대한 규범적인 인식도 변화되고, 이에 따라서 인간의 권리에 대한 내용과 범위 그리고 권리의 보장 등에 대한 논의도 진화되어 갔습니다. 그 결과 현재 인간의 권리는 과거보다 광범위하게 인정되고, 현대 사회의 중요한 특징 중에 하나가 '인간의 권리보장'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간의 기본적 권리는 인간이 태어나면서 갖게 되는 천부적인 인권으로 대부분 기본법 또는 헌법 등에서 기본권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기본적 권리인 기본권은 바로 천부인권이기 때문에 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그 기본권이 무시되거나 침해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당연히 보호 받아야 하고 인정되어야 할 인간의 권리는 포괄적이며 선언적으로 "... 해야 한다." 또는 "... 할 수 있다."라는 형태로 법이나 규정에 명시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천부인권이라고 하는 인간의 권리가 무시되거나 침해되었을 때, 이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쉽지 않고 법리적인 해석이나 소송 등을 통해 많은 노력과 시간 그리고 또 다른 희생과 인내가 필요하게 됩니다.

그러나 인간에게 권리가 있는 동시에 우리에게는 인간으로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가 부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부여된 의무는 세금을 내야하고 교육을 받아야 하고 국방을 책임지는 소위 법으로 정해진 의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인간에게 의무를 지우는 것이 인간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의무에 관한 사항은 법이나 규정에 반드시 명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법적인 의미의 의무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권리를 인정하고 침해하지 말아야 하고 자신이 맡은 책무를 다해야 하는 것과 같은, 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많은 의무를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지켜야만 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를 다해야 하는 의무는 어찌 보면 의무가 아닌 것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신에게 부여된 책무를 다하지 않는 것은 분명히 의무를 다하지 않고 회피하는 것입니다. 물론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않은 것은 자신에게 부여된 책무가 무엇인가에 따라서 제재를 받을 수도 있고 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책무라는 것이 자신에게 부여된 일, 또는 행위라고 일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책무의 범위를 조금만 확대해서 본다고 하면, 규정이나 규칙에 정해진 일의 범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하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직위나 임무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직을 맡지 않는 것도 자신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인식은 특히 대학과 같은 조직에서는 다른 직종이나 직업과는 달리 더 필요합니다. 물론 대학에서의 보직이 어떤 직위나 권한이 부여되는 중요한 자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대학교수라는 직업의 특성이 연구와 학생들에 대한 교육 및 대학교수로서 사회봉사가 주요한 책무이기 때문에, 대학에서 보직을 하고 학교의 행정업무를 담당해야 하는 것이 대학교수의 본연의 임무와는 다른 것이라고 해도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따라서 대학의 많은 교수들이 보직을 맡아서 학교의 행정이나 기획, 또는 입학업무, 산학협력, 학생복지 등의 부수적인 일을 해야 하는 보직을 원하지 않습니다. 대학의 보직자로서의 업무를 하게 될 경우, 연구나 학생지도 및 교육, 사회봉사 등의 책무에 아무래도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대학도 사회의 한 조직이고, 대학 내에서 처리해야 하고 담당해야 하는 행정적인 업무는 무수히 많습니다. 그리고 대학의 보직을 담당하면서 대학의 발전 계획이나 각종의 기획 등을 통해 대학이 처한 현실을 타개해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되면, 그 계획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동료교수들과의 갈등이 초래되고, 또한 그 경우 대학교수로서의 입장보다는 대학의 입장 또는 관리자로서의 입장에 서서 일을 처리해야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가능한 대학 내에서 어떤 중요한 보직을 맡으라고 하면 대부분의 교수들은 망설이게 되고 그 직을 고사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말 그대로 '아무리 잘해도 본전'이라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보면, 대학에서의 보직이 어떤 명예나 권한이 부여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대학이라는 조직에서 필요한 일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일종의 조직과 조직의 구성원을 위한 봉사의 의무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대학교수 본연의 임무와는 별도로 자신의 능력이나 생각을 조직과 조직의 구성원을 위해 필요하다고 할 경우 그것을 수행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대학의 보직이 봉사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고 하더라도, 그 보직에 부여된 권한과 예우, 또는 특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러한 권한과 예우 그리고 특혜를 바라고 보직을 담당하는 경우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봉사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보직을 맡게 될 경우, 그에 따르는 책임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모든 영역과 모든 조직에서 아마도 동일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넓게 보아서 대통령과 같은 선출직 공무원도 그렇고 임명직 공무원, 또는 어떤 단체나 기업의 경우도 아마 동일할 것입니다. 조직의 중요한 임원이나 의사결정자의 경우나 최소 단위의 팀장이나 주임과 같은 보직도 권한의 행사와 그에 따른 책임의 문제는 반드시 따른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고, 그 일에 자신의 능력이나 다른 것들이 반영되어 맡게 되었을 경우, 그 일에 대한 책임을 인식해야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권리와 의무, 그리고 책임이 각각 따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서로 융합되고 보완적이며, 또 때로는 이들이 서로 견제와 균형을 맞추는 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권리와 의무가 서로 상충되는 관계가 될 수도 있고, 그에 따른 막중한 책임을 감당해야만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서로 융합되고 서로 보완적으로 작동한다면, 아마도 그 업무나 직분에 맡는 책무는 충실하게 감당할 수 있고 효과적인 성과가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2019년의 새해를 시작하면서, 내게 주어진 책무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책무를 감당하기 위한 권리와 의무, 그리고 책임이 무엇인가를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도 이번 주말은 이런 고민 속에서 지내야 할 것 같습니다. 조금 무거운 과제를 풀어야 하지만, 그 속에서도 행복을 찾는 여유를 가져보려고 합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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