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이카로스의 도전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이카로스의 도전

이성만 배재대 교수

  • 승인 2019-02-11 09:50
  • 신문게재 2019-02-12 22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2018121601001485300066351
이성만 배재대 교수
신년 벽두부터 항공분야 관련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국내는 기존 6곳 저비용항공사(LCC)에 더하여 신규항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고, 유럽은 저비용항공사들이 수익성 악화로 파산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앞쪽은 여객운송 중심을 벗고 지속 가능 성장에 도전 중이고, 뒤쪽은 무분별한 공급과잉으로 인한 실패를 경험 중이다.

21세기는 '대항공 시대'라고들 한다. 중세의 껍질을 벗으려던 15세기 초부터 시작된 '대항해 시대'에 견줄만하다. 대항공 시대의 항공우주산업은 비행기가 하늘을 넘어 우주 영역까지 넘보게 하는 미래 성장 동력이라면, 대항해 시대의 탐험정신은 선박이 바다의 항로를 개척하여 지구촌 무역을 가능케 한 신 성장 동력이었다. 모두 기존의 통념을 깬 수많은 도전들로 새로운 역사를 썼거나 쓰고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



비행기 얘기가 나오니 이카로스의 도전이 떠오른다. 그리스 신화의 이카로스는 아버지 다이달로스가 밀랍으로 새의 깃털을 이어서 만들어준 날개를 달고 크레타 섬을 탈출한다. 너무 높이 날면 태양에 가까울 수 있으니 너무 높이 날지 말고 바다에 가까울 수 있으니 너무 낮게 날아서도 안 된다고 주의를 받지만, 이카로스는 비행의 자유에 심취하여 너무 높게 나는 바람에 밀랍이 태양열에 녹아서 바다에 추락한다. 이카로스의 도전은 지나친 열정은 실패로 이어진다는 교훈도 있지만 후세에 수많은 영감을 주기도 하였다.

이카로스의 영감을 이어간 인물은 19세기에 비로소 나타났다. 독일(당시 프로이센)의 오토 릴리엔탈이다. 그는 직업학교를 졸업한 평범한 증기기관 기술자였지만, 조류의 비행원리를 연구하여 논문도 썼다. 이에 기초하여 1877년 처음으로 글라이더를 제작하고, 1891년 최초로 사람이 탈 수 있는 글라이더를 닮은 비행체를 제작하여 경사로에서 뛰어내리는 실험을 반복했다. 1893년에는 자신이 제작한 단엽기를 타고, 1895년에는 복엽기를 타고 250m 비행에 성공했다. 1896년에 새로 제작한 복엽기로 시험 비행 중 4번째 시도에서 글라이더와 함께 15m 아래로 추락하여 동생에게 '희생은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을 남기고 사망했다. 그의 부단한 열정과 도전은 유인비행의 가능성을 열었고, 근대적인 비행기 탄생의 길을 개척했다.



일반인에게는 무모한 짓으로만 여겨졌던 릴리엔탈의 비행추락사 소식은 자전거 수리공이던 라이트 형제에게는 도전의 꿈을 품게 만든 동인으로 작용했다. 릴리엔탈과 라이트 형제의 성공 열쇠는 '그들'이 아니라 '우리'가 해내겠다는 도전정신과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우리도 누구나 릴리엔탈과 라이트 형제가 될 수 있다. 무엇을 고안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발상적인 전환과 창의적인 고안은 'will'과 'can'의 정신에 다름 아니다.

릴리엔탈이 공기보다 무거운 물체는 날 수 없다는 당시의 통념을 깨고 하늘을 나는 글라이더 비행체를 개발하여 사람이 타고 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다면, 라이트 형제는 1903년 이 글라이더를 개선하여 자동차 엔진과 선박의 프로펠러를 달고 어떤 기체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하늘을 날 수 있다는 도전을 실천했다. 그들은 릴리엔탈의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하늘을 날겠다는 도전을 했고 무수한 실패를 거치며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성공시켰다. 그들은 신기술을 적극 받아들이고 신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는 혁신을 이룩한 것이다. 그러나 이를 지켜본 사람은 해안경비대원 3명과 지역주민 2명이 전부였다.

라이트형제가 최초로 동력비행을 성공한 지 백여 년이 지난 지금 항공 산업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보잉사는 10여년 안에 4만3천여 대의 비행기가 하늘을 날 것으로 예측한다. 그만큼 항공분야의 지속 성장 가능성은 엄청나다. 실패 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으면 실패는 실패가 아니다. 2019년은 이카로스의 도전정신이 릴리엔탈과 라이트형제처럼 대전?충청의 대학에서 한마음 한뜻으로 꽃필 수 있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성만 배재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시, 읍면동 행복키움지원단 활동보고회 개최
  2. 천안법원, 편도 2차로 보행자 충격해 사망케 한 20대 남성 금고형
  3. ㈜거산케미칼, 천안지역 이웃돕기 성금 1000만원 후원
  4. 천안시의회 도심하천특별위원회, 활동경과보고서 최종 채택하며 활동 마무리
  5. ㈜지비스타일, 천안지역 취약계층 위해 내의 2000벌 기탁
  1. SGI서울보증 천안지점, 천안시에 사회복지시설 지원금 300만원 전달
  2. 천안의료원, 보건복지부 운영평가서 전반적 개선
  3. 재주식품, 천안지역 취약계층 위해 후원 물품 전달
  4. 한기대 온평원, '스텝 서비스 모니터링단' 해단식
  5. 백석대 서건우 교수·정다솔 학생, 충남 장애인 체육 표창 동시 수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통합 추진 동력 확보... 남은 과제도 산적

대전충남통합 추진 동력 확보... 남은 과제도 산적

대전·충남행정통합이 이재명 대통령의 긍정 발언으로 추진 동력을 확보한 가운데 공론화 등 과제 해결이 우선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사실상 힘을 실었다. 이 대통령은 "근본적으로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해소하는 지역균형발전이 필요하다"면서 충청권의 광역 협력 구조를 '5극 3특 체제' 구상과 연계하며 행정통합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전·충남의 행정통합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현재 국회에 제출돼 소관위원회에 회부된..

충청 여야, 내년 지방선거 앞 `주도권` 선점 경쟁 치열
충청 여야, 내년 지방선거 앞 '주도권' 선점 경쟁 치열

내년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격전지인 충청을 잡으려는 여야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전·충청지역의 미래 어젠다 발굴과 대시민 여론전 등 내년 지선을 겨냥한 여야 정치권의 행보가 빨라지는 가운데 역대 선거마다 승자를 결정지었던 '금강벨트'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여야 정치권에게 내년 6월 3일 치르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의미는 남다르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1년 만에 치르는 첫 전국 단위 선거로서, 향후 국정 운영의 방향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때문에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안정..

2026년 R&D 예산 확정… 과기연구노조 "연구개발 생태계 복원 마중물 되길"
2026년 R&D 예산 확정… 과기연구노조 "연구개발 생태계 복원 마중물 되길"

윤석열 정부가 무자비하게 삭감했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2026년 드디어 정상화된다. 예산 삭감으로 큰 타격을 입었던 연구 현장은 회복된 예산이 연구개발 생태계 복원에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철저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국회는 이달 2일 본회의 의결을 통해 2026년도 예산안을 최종 확정했다. 정부 총 R&D 예산은 2025년 29조 6000억 원보다 19.9%, 5조 9000억 원 늘어난 35조 5000억 원이다. 정부 총지출 대비 4.9%가량을 차지하는 액수다. 윤석열 정부의 R&D 삭감 파동으로 2024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