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면 행복하더이다!"
정재홍 (사)한중일친선교류협회 부설 예술문화교육원 ACE ACADEMY(Art culture & Education Academy) 원장이 인생 후반기를 일본어와 중국어 가르치기 재능기부로 꽃피우고 있어 감동을 주고 있다.
아름다운 실버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정재홍 원장을 서구 관저동 까사모모 빌딩 1층 에이스 아카데미에서 만나 75년 생애를 알차고 유익하고 의미 있게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원장님, 반갑습니다. 재능기부로 일본어와 중국어를 나눠주시기 위해 (사)한중일친선교류협회 부설 예술문화교육원 ACE ACADEMY를 개원하셨는데요.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실까요?
▲예. 그동안은 관저문예회관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일본어와 중국어를 가르쳐왔는데요. 이제는 관저동에 있는 제 아들 소유의 까사모모 1층을 무상으로 빌려 ACE ACADEMY를 개원하고 무료로 일본어와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3월 첫주에 개강을 했고요. 주간 야간 모두 6개월 기초 과정입니다. 주간은 일본어의 경우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중국어는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이고, 직장인들을 위해 개강한 야간은 매주 월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우선 일본어만을 가르칩니다.
저는 1945년에 태어난 해방둥이로 이제 서서히 인생을 정리할 시기가 됐습니다. 제 인생의 중요한 모멘트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재능 기부는 2000년부터 시작됐으니 근 20년 가까이 됩니다. 중도일보에서 첫 인터뷰를 해주셨죠. 인생의 황혼기를 그냥 끝내기엔 너무 아깝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어 재능기부로 보람을 찾는 길을 택한 것입니다.
-원장님은 이번에 <나누면 행복하더이다-해가 지는 것은 내일 다시 새벽을 밝히기 위함입니다>를 발간하셨는데요. 이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시겠는지요.
▲예. 제 아내 김순진 씨 7순을 기념해 서프라이즈 깜짝 선물을 주기 위해 공저로 책을 만들었습니다. 책의 후반부엔 아내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사진들을 모아 넣었죠.
가르치는 일이 좋아 재능기부라는 이름으로 일본어 교육을 시작한 지 어언 20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곳에서 수 많은 분들과 인연을 맺으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짧지 않은 세월이 흐르다보니 조금씩 소문이 새면서 중도일보를 비롯한 신문과 방송, 그리고 여러 잡지사에서 기사를 내주셨습니다.
저로서는 소중한 자료이길래 이들을 모아 작은 책으로 엮어보았습니다.
책의 뒤편에는 남겨 두고 싶은 저와 관련된 글과 가끔 펼쳐서 추억을 반추할 만한 사연 있는 사진들도 넣었습니다. 어느덧 칠십 중반을 넘기고 보니 지구별 여행의 종착점이 가까워지는 것 같아 아쉬움이 생깁니다. 저와 인연을 지었던,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분들과 이 그리움들을 함께 나누면 참 좋겠습니다.
그래서 제 집인 안물안 둥지에서 이 책을 아내와 함께 발간하게 됐습니다.
-원장님은 일본과 캐나다에 체류하던 시절에도 여러 에피소드가 있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때 이야기를 들려주시겠는지요.
▲작년에 일본을 방문해 2개월간 머무르며 일본의 문화와 사람 사는 모습을 공부하고 왔습니다. 일본어를 가르치면서도 일본에서 살아본 경험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하는 것이 늘 아쉬웠거든요. 그곳 한국어 교실에서 한국어도 가르쳐 보았어요. 한국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을 만나기도 했지요. 특히 사누키시 오야마 시장님을 방문해 환대를 받았고 일한청소년교류협회 임원분들과도 좋은 인연을 짓고 왔습니다. 특히 오야마 사누키 시장님은 2년 전에 대전에 있는 한중일친선교류협회(이사장 오응준)에 오셔서 저에게 한일 우호 증진에 다대한 공헌을 했다며 감사장을 주셨던 분이십니다.
또 일본 다카마츠에 체류하는 동안 짬을 내어 멀고 먼 이와데현(縣) 가마이시(釜石)를 방문해 1945년7월 14일, 가마이시에 대한 미군의 함포사격으로 신일철제철소(당시는 야하다 제철소)에서 일하다 20세라는 어린 나이로 짧은 생애를 마감한 큰 형님의 자취를 밟아봤죠. 절(寺)을 찾아가 70년 동안 그리워했던 형님의 영혼께 향불을 피워드리고 합장을 했습니다. 엄청나게 무거운 짐을 확 벗어버린 느낌으로 오는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습니다.
저는 다니던 회사를 사직하고 컴퓨터 학원으로 옮겨 일하던중, IMF를 맞아 직장을 접고 캐나다 밴쿠버 북쪽 깁슨이라는 곳에 가서 영어 공부를 했어요. 한시간쯤 걸어야 하는 곳에 하숙집이 있어 매일 태평양을 바라보며 해변길을 걸어 다녔습니다. 도중에 복음바위(Gospel Rock)이라 불리는 큰 바위가 있었는데 오며가며 바위에 앉아 태평양건너 가족을 그리며 시하나를 써서 지역 매체 (The Apex Current) 에 발표했어요. 이때 쓴 시 제목은 ‘Missing (그리움)’ 이었지요. 1998년 5월25일자입니다.
우리 말로 번역한 시는 이렇습니다.
그리움
그리움을 달래볼까 바닷가를 찾았네/짝을 찾는 갈매기소리 더욱 처량하고/조약돌 부딪치는 파도소리 더욱 구슬프네/흘러가는 구름 불러 님소식 물어보건만/말없이 손 저으며 남쪽으로 흘러가네/아서라 바닷가도 내 올 곳 못되나니/차라리 이불 덮고 꿈이나 청하려므나/꿈속에서 미소 짓는 님의 모습 보았지만/꿈깨니 그 더욱 아쉬움만 남는구나/이럴줄 알았다면 왜 님을 만났던가/꿈조차 내 쉴 곳 차마 못되는 것을.
-원장님, 이번 책에서 어떤 내용들을 담으셨는지요.
▲제1부에서는 중도일보를 비롯한 각 언론매체의 인터뷰 기사 글을 모았습니다. 2019년을 이끌어갈 글로벌 혁신 리더에 선정된 이야기, 일본 다카마츠 체류기, 재능기부문화를 선도하는 ACE ACADEMY 이야기, 은퇴 후의 삶에 모범답안을 써가는 이야기, 재능기부를 통해 인생 2막을 열면서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이야기, 신한국인 대상 인물로 선정된 이야기 등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죠.
또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서 아주 옛날에 살던 동네 모습을 찍어두기도 했는데 책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그 사진을 발견해서 제가 이번에 출판한 책에 실었더니 보시는 분마다 참 귀한 자료라고 칭찬들을 해주셨어요.
2부 삶의 흔적들에서는 제가 직접 쓴 일본 여행기와 일본에서 돌아가신 형님의 흔적을 찾아 가마이시를 찾은 이야기, 중국 요령성 대련 체류기, 아내의 정년퇴임에 붙인 이야기, 대전중학교 2학년 때 백일장 입선작 시인 '창'이라 제목 지은 시, 대한민국 5000년사 중 인물 한국사 편에 실린 이야기, 관저문예회관 제자들이 저에게 보내주신 편지글들을 모았습니다.
3부에서는 남겨놓고 싶은 순간들을 담았죠. 저의 한살이, 짝꿍 김순진, 어제 오늘 그리고... 함께 살았던 반려 친구들, 구봉 아카데미에서의 재능기부 추억, 저의 둥지 안물안 사계, 여행기념 사진들, 저의 이력서, 제가 받은 표창장과 감사패들을 담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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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스 아카데미 |
-원장님은 구봉산에서 바라본 노루벌 사진을 찍으시면서 <흙아, 흙아>라는 시를 발표하셨는데 소개해주실까요?
▲예. 제가 지난해 8월에 지은 시인 <흙아 흙아>를 읊어 드리겠습니다.
무심포 밟아만 왔던/흙아 흙아 미안하다/참 미안하다.//너는 내가 서 있도록 날 받쳐 주었고/내가 살 수 있도록 먹새를 키워 주었고/마침내/내 영원한 안식처까지/예비해 놓고 있구나.//고맙다. 고맙다/참 고맙다.//이제 와 생각하니/너는 나의 영원한 품이었구나.
제가 살고 있는 이 땅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한 시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실까요?
▲건강히 허락하는 한 가르치는 일을 계속 하면서 재능기부를 하고 싶습니다.배우고 익힌 지식을 사회에 환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르치는 행복이 큽니다. 지금까지 재능기부를 통해 가르친 제자가 3000여 명 되는데 앞으로 1만 명의 제자를 키워내는 게 목표입니다. 나눔강의 수강생 1만 명을 목표로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초급반 6개월을 마치면 중급반으로 진급해 계속 공부합니다. 많이 많이 오셔서 일본어와 중국어를 배워가시기 바랍니다. 젊은 친구들은 외국어 공부를 통해 해외 취업 시장도 많이 많이 노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생 2막은 나눔입니다. 봉사를 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 있을 때 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입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영혼을 항상 맑게 가꾸고, 건강을 해치는 음식은 삼가고, 적당한 운동으로 몸을 단련시켜 건강히 살다가 어느 꽃피는 봄날 함께 하늘나라에 갈 수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대담, 정리 한성일 국장 겸 편집위원 hansung007@
-정재홍 원장은 누구?
▲1945년 대전에서 태어나 관저동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가수원초등학교, 대전중학교, 대전공업고등학교 전기과, 충남대학교에서 농산제조학과를 졸업했고, 충남대 대학원 석사 졸업 후 충남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밭대 산업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 배재대 보육교사교육원, 한밭대 평생교육원 노인복지사과정, 한밭대 평생교육원 사회복지최고관리자과정을 수료했다. 육군 ROTC 7기. 삼립식품, 해태제과, 해태유업을 거치면서 국민식생활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중앙정보처리학원 총원장, 중앙전자주식회사 대표이사 역임. 한밭대 총동문회 제28대, 30대 사무총장 역임. 2000년에 서울에서 귀향해 후반기 생을 살면서 2008년 구봉신협 이사장에 선출돼 12대, 13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안 구봉신협의 발전과 토대를 세우는데 힘을 보탰다. 관저종합사회복지관 운영위원장을 역임했고, (사)한중일친선교류협회 교육분과위원장을 맡아 활동중이다. (사)한중일친선교류협회 부설 교육문화원 에이스아카데미를 설립해 원장으로 근무하면서 일본어와 중국어 교육에 재능을 기부하고 있다. 저서로 자서전 <정재홍은 늘 선생님>, 편저로 <나누면 행복하더이다>를 출판했다. KBS <화제의 충청인>과 TJB 8시뉴스 사람과 세상 '인생 2막은 나눔으로', CMB 인물 초대석 '피플이슈'에 출연했다.
충남도지사상(가수원초 수석 졸업), 충남대학교 총장상(수석 졸업), 국방부장관상(충남대 116 ROTC 수석임관),대전시장으로부터 시민봉사 표창(일본어 교육봉사), 배재대 보육교사교육원장 공로상, 자랑스러운 한밭인상, 대전시교육감 감사패(일본어 재능기부교육), 대전시장 표창(일본어 교육봉사) 등 다수 수상. 2000년부터 지금까지 각 기관, 단체, 학교, 문예회관, 주민자치센터, 대전여성회관, 대전시청, 가수원도서관, 서부교육청, 서대전세무서, 평생교육원, 농협 등에서 일본어 교육에 재능을 기부했다. 현재는 에이스아카데미에서 일본어와 중국어를 무료로 교육하고 있다(연락처 010-4420-2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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