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나의 교사생활을 되돌아보며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나의 교사생활을 되돌아보며

새뜸중학교 교사 이보라

  • 승인 2019-06-27 09:47
  • 신문게재 2019-06-28 22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새뜸중 이보라 선생님
2014년 첫 발령을 받고 세종시에 내려와 설렘 반 기대 반으로 시작한 나의 첫 교직생활. 처음에는 교사가 된 것이 마냥 좋기만 했고, 학생들이 나를 모두 좋아해 줄 것이라는 엄청난 착각 속에 살고 있었다. 그리고 내 수업에 대한 자만심을 가지고 학교생활을 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과학교과 연구회 가입제의가 들어왔고, 동료 과학 선생님께서 그래도 배우는 마음으로 한번 가보자고 하셔서 연구회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연구회 활동을 하면서 나의 모든 자만심과 오만함이 한 번에 무너져 내렸고, 정말 열심히 수업을 준비하시는 선생님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 또한 수업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수업이란 거창하고 학생들을 감동시킬 만한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늘 스트레스가 많은 상태에서 수업을 하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내 자신이 딱했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수업을 했지만 학생들은 별 감흥이 없어 보였다. 심지어 수업시간에 나에게 대들기 까지 했다. 수업태도가 엉망인 학생들을 혼을 내면 혼을 낸다고 나에게 도리어 화를 내는 학생도 있었다. '아! 수업준비만 열심히 한다는 것은 내 스스로에게 위안이 될 뿐, 학생들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구나' 라는 것을 서서히 깨달아 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학생들 눈높이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많이 힘들었지만 학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어주었고, 담임을 맞고 있는 반의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노력했다. 그냥 그렇게 물 흐르듯이 세월이 흘렀고, 육아휴직 후 복직을 하여 새로운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요즘, 교직 첫 해에 가르쳤던 학생들이 성인이 되어서 찾아오기도 한다. 그 당시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줘서 선생님이 생각이 났다고. 앞으로 더 잘 살겠노라고. 이런 학생들을 만나면서 정말 교사라는 직업이 잘 가르치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걸 새삼 또 느끼게 된다.

작년 새뜸중학교 담임교사를 하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UCC 대회에 참여해 보고 싶다고 이야기 했을 때, 내가 또 무엇을 도와주어야 하나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다. 학생들은 생각보다 더 재능이 뛰어났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이라서 그런지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부탁도 적극적으로 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내레이션이었다. 학생들이 준비한 영상에 옷을 입히는 역할이었는데 나의 주관대로 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학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심각한 부분에서는 어떤 어투로 읽고, 희망을 주는 부분에서는 어떤 어투로 읽으라고 이야기 해주었고, 학생들이 원하는 그대로 맞추어 주려고 했다. 나는 단순히 내레이션을 해주고 장소를 제공해 준 것 뿐인데 결과는 매우 흡족하게 나왔다. 학생들은 아직 미성숙해서 교사인 내가 많이 도와주고 반드시 가르쳐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 나의 생각이 어쩌면 틀리다는 것을 알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학생들은 같이 작품을 만들면서 소중한 추억거리가 생겼나보다 너무 즐거웠다고 하고, 그렇게 열심히 즐기면서 하더니 전국에서 대상까지 수상하였고, 학생들은 너무 고맙다며 최고의 담임상을 만들어 나에게 주기도 했다.



학생들에게 작은 관심과 작은 도움이 이렇게 큰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경험이었다. 앞으로 많이 남은 나의 교직생활동안 나는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잘 이해하는 그리고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는 그런 교사가 되고 싶다. 그리고 학생들이 생각보다 재능이 뛰어나므로, 자발적으로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안내자의 역할만 해주어도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청권 부동산 시장 온도차 '뚜렷'
  2. 오인철 충남도의원, 2025 대한민국 지방자치평가 의정정책대상 수상
  3. 위기브, ‘끊김 없는 고향사랑기부’ 위한 사전예약… "선의가 멈추지 않도록"
  4. 국제라이온스협회 356-B지구 강도묵 전 총재 사랑의 밥차 급식 봉사
  5. '방학 땐 교사 없이 오롯이…' 파업 나선 대전 유치원 방과후과정 전담사 처우 수면 위로
  1. 대전사랑메세나·동안미소한의원, 연말연시 자선 영화제 성황리 개최
  2. 육상 꿈나무들 힘찬 도약 응원
  3. [독자칼럼]대전시 외국인정책에 대한 다섯 가지 제언
  4. 경주시 복합문화도서관 당선작 선정
  5. [현장취재 기획특집] 인문사회융합인재양성사업단 디지털 경제 성과 확산 활용 세미나

헤드라인 뉴스


[지방자치 30년, 다음을 묻다] 대전·충남 통합 `벼랑끝 지방` 구원투수 될까

[지방자치 30년, 다음을 묻다] 대전·충남 통합 '벼랑끝 지방' 구원투수 될까

지방자치 30년은 성과와 한계가 동시에 드러난 시간이다. 주민과 가까운 행정은 자리 잡았지만, 지역이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구조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제도는 커졌지만 지방의 선택지는 오히려 좁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구 감소와 재정 압박, 수도권 일극 구조가 겹치며 지방자치는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지금의 자치 체계가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아니면 구조 자체를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인지에 대한 질문이 커지고 있다. 2026년은 지방자치 30년을 지나 민선 9기를 앞둔 해다. 이제는 제도의 확대가..

대전 충남 통합 내년 지방선거 뇌관되나
대전 충남 통합 내년 지방선거 뇌관되나

대전 충남 통합이 지역 의제로선 매우 이례적으로 정국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내년 지방선거 뇌관으로 까지 부상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부 여당이 강력 드라이브를 걸면서 보수 야당은 여당 발(發) 이슈에 함몰되지 않기 위한 원심력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6월 통합 단체장 선출이 유력한데 기존 대전시장과 충남지사를 준비하던 여야 정치인들의 교통 정리 때 진통이 불가피한 것도 부담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전 충남 민주당 의원들과 오찬에서 행정통합에 대해 지원사격을 하면서 정치권이 긴박하게 움직이..

정부, 카페 일회용 컵 따로 계산제 추진에 대전 자영업자 우려 목소리
정부, 카페 일회용 컵 따로 계산제 추진에 대전 자영업자 우려 목소리

정부가 카페 등에서 일회용 컵값을 따로 받는 '컵 따로 계산제' 방안을 추진하자 카페 자영업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매장 내에서 사용하는 다회용 머그잔과 테이크아웃 일회용 컵 가격을 각각 분리한다는 게 핵심인데, 제도 시행 시 소비자들은 일회용 컵 선택 시 일정 부분 돈을 내야 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26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2027년부터 카페 등에서 일회용 컵 무상 제공을 금지할 계획이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최근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컵 따로 계산제를 탈 플라스틱 종합 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