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아베 내각의 경제도발, 한국 언론은 등불이 되고 있는가?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아베 내각의 경제도발, 한국 언론은 등불이 되고 있는가?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승인 2019-07-16 11:49
  • 신문게재 2019-07-17 18면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이승선교수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네 분의 할아버지가 일본의 제철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평양에 살던 두 사람은 1943년 오사카 제철소에 가서 하루 8시간씩 일했다. 기술을 습득해 준다고 꾀었으나 일본 회사는 철 파이프 관 속에 들어가 석탄찌꺼기를 제거하는 일을 시켰다. 노역은 고되고 식사량은 매우 적었다. 회사를 벗어나려다가 잡혀 구타를 당했다. 임금은 일방적으로 저금통장에 입금 당했다. 회사는 통장과 도장을 빼앗았다. 회사는 끝내 통장과 도장을 돌려주지 않았다. 태평양전쟁 막바지에 두 사람은 함경도 청진의 일본 제철소에 배치되었다. 하루 12시간씩 일했으나 임금은 전혀 받지 못했다.

대전의 할아버지 한 분은 1941년 보국대로 동원되었다. 일본의 그 제철소가 운영하는 다른 공장에서 일했다. 재료를 용광로에 넣고 철을 가마에 넣는 노역에 종사했다. 용광로 불순물에 걸려 넘어져 배에 험한 상처를 입었다. 석 달 병상 끝에 겨우 상처가 아물었다. 임금을 전혀 받지 못했다. 일본의 군인으로 징병이 되어 고베 부대에 배치되었다. 네 번째 군산 할아버지 역시 일본 그 회사의 또 다른 공장에 배치되었다. 고된 노역에 공장을 벗어나려다가 잡혔다. 구타를 당한 일주일 동안 식사도 제공받지 못했다. 다른 세 분의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임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했다. 일본이 항복한 후에야 겨우 고향에 돌아왔다.

할아버지들은 1997년 제철회사를 상대로 일본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일본 법원은 1965년의 '청구권협정'을 내세워 할아버지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2003년 일본 최고재판소는 판결을 확정했다. 할아버지들은 2005년 한국의 법원에 호소했다. 2008년 서울중앙지법은 할아버지들에게 패소 판결했다. 일본 판결은 효력이 있고 일본 회사는 법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2009년 서울고법은 할아버지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2012년 5월 대법원은 일본 법원의 판결은 헌법 정신에 어긋나고 신일본주금은 법적 책임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2013년 7월 서울고법은 할아버지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일본 회사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2018년 10월 30일 대한민국 대법원은 신일본제철(신일철주금)이 할아버지들에게 1억 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할아버지들이 대한민국의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때로부터 13년 9개월이 지난 판결이었다. 일본의 오사카지방법원에 처음 소송을 제기한 때로부터 계산하면 21년 만에 겨우 거둔 소식이었다. 법원이 차일피일 판결의 선고를 미루면서 세 사람의 할아버지가 고인이 되었다. 휠체어를 타고 온 유일한 생존자 이춘식 할아버지는 아흔 여덟 살이었다. 노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재상고심에서 대한민국 대법원은 일본의 불법적이고 폭압적인 식민지배, 침략전쟁을 수행한 일본 회사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지적했다. 강제로 동원된 할아버지들의 위자료청구는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할아버지들이 밀린 임금을 달라거나 보상금을 요구한 것도 아니고 단지 강제로 동원된 피해자로서 정신적인 고통의 위자료를 청구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직후 아베 정부는 동해와 남해 이어도 해상에서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다.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이번 달에 자국의 자기 정치를 위해 한국의 기업을 상대로 경제적 도발을 계획적으로 자행했다. 아베 내각은 침략전쟁을 위한 군대를 두지 못하도록 규정한 평화헌법까지 뜯어고쳐서 군사적으로 대국화하려는 시도를 간단없이 해 왔다.

이 엄중한 시기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언론은 등불처럼 시민을 이끌어주어야 한다. 날조한 거짓 뉴스로 시민을 기망하거나 상업적 선동으로 사람을 자극하고 오도할 경우 언론은 스스로 광범하고 강력한 불매운동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언론의 진짜 언론활동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2.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3. 법원, '초등생 살인' 명재완 정신감정 신청 인용…"신중한 심리 필요"
  4. 33도 폭염에 논산서 60대 길 걷다 쓰러져…연일 온열질환 '주의'
  5. 세종시 이응패스 가입률 주춤...'1만 패스' 나오나
  1. 필수의료 공백 대응 '포괄2차종합병원' 충청권 22곳 선정
  2. 폭력예방 및 권리보장 위한 협약 체결
  3. 임채성 세종시의장, 지역신문의 날 ‘의정대상’ 수상
  4. 건물 흔들림 대전가원학교, 결국 여름방학 조기 돌입
  5. (사)한국청소년육성연맹, 관저종합사회복지관에 후원물품 전달식

헤드라인 뉴스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이재명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만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행정수도 완성 역행과 공론화 과정 없는 일방통행식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에 대해 비(非) 충청권에서도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이 같은 이유로 전재수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향후 정치 일정에서 해수부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이번 논란이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북 익산 출신 국민의힘 조배숙..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이재명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지급키로 한 소비쿠폰이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이로써 충청권 시도의 지방비 매칭 부담이 사라지면서 행정당국의 열악한 재정 여건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안위는 이날 2조9143억550만원을 증액한 2025년도 행정안전부 추경안을 처리했다. 행안위는 소비쿠폰 발행 예산에서 중앙정부가 10조3000억원, 지방정부가 2조9000억원을 부담하도록 한 정부 원안에서 지방정..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과 충남의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대거 선정되며, 딥테크 기술창업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5년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전국 197개 기업 중 대전·충남에선 3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체의 16.8%에 달하는 수치로, 6곳 중 1곳이 대전·충남에서 배출된 셈이다. 특히 대전지역에서는 27개 기업이 선정되며, 서울·경기에 이어 비수도권 중 최다를 기록했다. 대전은 2023년 해당 프로젝트 시행 이래 누적 선정 기업 수 기준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