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자체 프로세서 기반 슈퍼컴퓨터 개발에 뛰어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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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자체 프로세서 기반 슈퍼컴퓨터 개발에 뛰어들 때다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국가슈퍼컴퓨팅본부장

  • 승인 2019-11-08 11:07
  • 신문게재 2019-11-08 22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황순욱이미지-small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국가슈퍼컴퓨팅본부장
지난 9월 5일 자 필자의 칼럼에서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 개발을 둘러싼 미·중·일 3국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드디어 EU도 프로세서 기술 독립을 선언하고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 개발 경쟁에 가세하였다고 언급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자체 프로세서 기반 슈퍼컴퓨터 구축에 대해서 한번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라고 하면서 칼럼을 마무리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우리도 더 늦기 전에 자체 프로세서 기반 슈퍼컴퓨터를 개발할 시점이 됐다.

자체 프로세서 기반 슈퍼컴퓨터 개발이 얼마나 시간이 걸리고 도전적인 일인지 중국의 경우를 한번 살펴보자. 2016년 6월 중국은 자체기술로 개발한 선웨이 프로세서를 장착한 슈퍼컴퓨터인 '선웨이 타이후라이트'로 슈퍼컴퓨터 톱 500리스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980년대부터 자체 프로세스 개발을 시작했으니 자체 프로세서 기반 슈퍼컴퓨터를 개발하기까지 30년 이상이 걸린 셈이다.

그러나 현재 오픈 프로세서 기술 생태계가 점점 성숙해짐에 따라서 훨씬 짧은 기간에도 자체 프로세서 기반의 슈퍼컴퓨터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최근 유럽연합(EU)은 시장의 오픈 프로세서 칩 개발 기술을 이용하여 슈퍼컴퓨터 개발을 착수했다. 그동안 프로세서 기술의 불모지였던 EU가 유럽 브랜드 프로세서 기술 독립을 선언하는 European Processor Initiative(EPI) 프로젝트를 2018년 12월에 출범시킨 것이다. 2023년까지 EU 자체 브랜드 프로세서 기반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를 개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현재 각국은 자체 프로세서 기반 엑사급 슈퍼컴퓨터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은 인텔 x86 기반 프로세서와 GPU 기반 가속기를 결합한 방식으로, 중국은 오픈 프로세서 기술 또는 자체 프로세서인 선웨이 프로세서와 자체 가속기인 매트릭스 기반으로, 일본은 후지쯔에서 새롭게 개발한 ARM 기반 A64FX칩을 사용해서, EU는 ARM 기반 프로세서와 RISC-V 기반 가속기를 결합한 형태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도 지금 자체 프로세서 기반 슈퍼컴퓨터 개발을 시작한다면 EU처럼 x86 기반이 아닌 오픈 ISA(Instruction Set Architecture) 기반으로 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특히, 우리보다 2~3년을 먼저 고민한 EU와 최근 SPARC에서 ARM으로 바꾼 일본의 사례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EU처럼 ARM 프로세서와 RISC-V와 같은 가속기의 결합 형태인지, 일본처럼 ARM 프로세서만으로 구축할 것인지, 아니면 오픈 소스인 POWER 프로세서 기반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논의가 필요하다.

자체 프로세서 개발에 있어서 우리에겐 일본이나 EU에 비해 강점도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 기술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6월 삼성전자가 ARM 아키텍처 기반 엑시노스 새 심벌마크를 처음으로 공표할 정도로 모바일 분야 시스템 반도체 기술력도 꾸준히 축적된 상태이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국내 기업들이 반도체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점이다. 올해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 총 133조 원을, SK하이닉스도 반도체 클러스터에 120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우리만의 강점을 바탕으로 슈퍼컴퓨터 관련 소프트웨어 기술 강국인 EU와 2030년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를 꿈꾸는 우리나라가 전략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공조한다면 우리도 EU처럼 향후 5~6년 안에는 자체 프로세서 기반 슈퍼컴퓨터를 구축하는 것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국가슈퍼컴퓨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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