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질문하는 사회, 대답만 있는 사회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질문하는 사회, 대답만 있는 사회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0-02-03 08:02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손종학 교수
강단에서 느끼는 가장 큰 특징은 학생들이 도무지 질문을 하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수업은 선생의 일방적인 강의로 진행되고, 학생들은 강의 내용을 받아적기에 급급하다.

이런 모습은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여 있다는 로스쿨에서의 수업 풍경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다들 공부깨나 하던 학생들이고 머리 좋다는 소리를 많이도 들어왔던 학생들이건만 질문이 없는 것은 종전과 전혀 다르지 않다. 아니, 같은 정도가 아니라 질문을 많이 하는 교수의 수업은 은근히 회피하려 하는 경향마저 있다. 이제 대답조차도 부담스럽다는 모습이다.

이런 경험은 외국에서의 유학 경험이 있는 선생들에게서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이들 선생들이 이구동성으로 한국과 선진국 학생들의 차이점으로 거론하는 것이 바로 한국 학생들의 질문 회피 모습과 외국 학생들의 자유로운 질문 풍경이다.

필자도 1년간 청강생으로, 또 다른 1년간은 방문 학자로 외국 대학을 짧게나마 경험한 바가 있다. 청강생으로 수업에 참여하였을 때 필자가 느낀 가장 큰 곤욕스러움도 바로 교수의 쏟아지는 질문이었다.



언어 부족 탓도 있었지만 이러한 수업 풍경은 필자에게는 너무도 낯선 모습이었기에 혹시나 필자에게 질문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고개 들어 교수님을 바라보지도 못한 채 교수님의 시선 회피에만 급급하였던 추억이 지금도 얼굴 벌게지는 부끄러움으로 남아 있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있다는 것이고, 기존의 생각이나 판단과는 다른 묻는 자만의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이다. 대답만 한다는 것은 기존의 판단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한다는 것이요, 지적 호기심이 없음은 물론, 자신만의 생각은 더더욱 없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렇기에 질문이 중요한 것이다. 질문하는 사회는 열린 사회요, 미래로 가는 사회이다. 반면에 질문 없는 사회, 대답만 하는 사회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정체 사회요, 닫힌 사회이다. 그러기에 선진 사회를 지향하는 우리가 취할 방향은 질문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일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교육이 이루어지는 학교일 것이다.

그러나 참으로 쉽지 않은 과업이다. 필자는 수업 시간에 많이 질문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졸업생들에게서 자주 듣는 말 중의 하나가 "교수님 수업은 질문이 너무 많아 상당히 부담스럽다."라는 말이다. 우리가 대답만 할 줄 아는 사회에서 질문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극명하게 시사하는 말이리라.

그런 점에서 '질문'과 '대답'은 같은 차원의 등가성이 유지되는 개념이 아닐지도 모른다. 대답하는 사회와 질문하는 사회는 어쩌면 클래스가 다른 차원의 개념인지도 모르겠다. 즉 조금 노력한다고 '대답사회'에서 '질문사회'로 넘어갈 수는 없다는 말이다.

사회 전체가 문제의식을 느끼고 종합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방안을 강구하지 않고는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일지도 모른다. 이는 지금 단계에서 선진 사회 단계로의 진입 목표가 꿈으로만 머물러 있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다름 아니다.

이 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생각 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는 철학자 최진석 교수가 '탁월한 사유의 시선'이라는 책에서 "대답은 기능이지만 질문은 기능이 아니라 인격이다. 질문과 대답은 대립적인 한 쌍이 아니라 전혀 다른 차원의 두 행위다."라고 갈파한 것은 탁견이다.

우리 사회, 아니 필자의 가슴 속 부끄러움을 드러내기에 아프다. 그 부끄러움 잊고자 대답만 할 줄 아는 사회에서 질문이 차고 넘치는 사회로의 이동이 이루어지는 2020년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3월의 첫 수업부터 학생과 교수 사이에 질문이 넘치는 수업을 시도해 보리라.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2.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3. 법원, '초등생 살인' 명재완 정신감정 신청 인용…"신중한 심리 필요"
  4. 33도 폭염에 논산서 60대 길 걷다 쓰러져…연일 온열질환 '주의'
  5. 세종시 이응패스 가입률 주춤...'1만 패스' 나오나
  1. 필수의료 공백 대응 '포괄2차종합병원' 충청권 22곳 선정
  2. 폭력예방 및 권리보장 위한 협약 체결
  3. 임채성 세종시의장, 지역신문의 날 ‘의정대상’ 수상
  4. 건물 흔들림 대전가원학교, 결국 여름방학 조기 돌입
  5. (사)한국청소년육성연맹, 관저종합사회복지관에 후원물품 전달식

헤드라인 뉴스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이재명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만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행정수도 완성 역행과 공론화 과정 없는 일방통행식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에 대해 비(非) 충청권에서도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이 같은 이유로 전재수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향후 정치 일정에서 해수부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이번 논란이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북 익산 출신 국민의힘 조배숙..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이재명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지급키로 한 소비쿠폰이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이로써 충청권 시도의 지방비 매칭 부담이 사라지면서 행정당국의 열악한 재정 여건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안위는 이날 2조9143억550만원을 증액한 2025년도 행정안전부 추경안을 처리했다. 행안위는 소비쿠폰 발행 예산에서 중앙정부가 10조3000억원, 지방정부가 2조9000억원을 부담하도록 한 정부 원안에서 지방정..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과 충남의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대거 선정되며, 딥테크 기술창업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5년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전국 197개 기업 중 대전·충남에선 3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체의 16.8%에 달하는 수치로, 6곳 중 1곳이 대전·충남에서 배출된 셈이다. 특히 대전지역에서는 27개 기업이 선정되며, 서울·경기에 이어 비수도권 중 최다를 기록했다. 대전은 2023년 해당 프로젝트 시행 이래 누적 선정 기업 수 기준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