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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선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우현 전문의 |
우울증은 재발률 또한 높다. 처음 발병하고서 50%의 환자가 재발을 경험하며, 2번의 우울증을 경험하면 75%, 3번 이상의 재발을 경험하면 90%가 재발한다. 치료가 어느 정도 됐느냐에 따라서도 재발률이 다르다. 증상이 거의 사라질 때까지 치료하면 25%만 재발하지만, 우울 증상이 남아있던 경우는 76%에서 재발한다. 그래서 처음의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우울증의 원인과 관련해선 타고난 유전자가 연관돼 있다는 유전적 요인,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이 관련되어 있다는 신경생물학적 요인 등 여러 가지로 설명한다. 실제 상담에서는 대부분 어떤 사건을 겪고서 병원에 오게 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심리사회적 요인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본다. 가족, 직장을 포함한 대인관계 스트레스가 가장 많고 경제적인 문제, 원하던 진로를 선택하지 못했을 때의 좌절감으로도 많은 환자들이 방문한다.
우울감을 느낀다고 해서 모든 사람을 우울증으로 진단하지는 않는다. 우울증 진단기준을 보면 △하루 중 대부분 지속되는 우울감, △흥미와 의욕 저하, △사고력, 집중력의 감소, △죽음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 등의 항목이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일상생활의 변화다. 많은 고민 끝에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는 이유는 스스로 느끼기에 일상생활에서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화를 많이 내거나, 의욕이 생기지 않거나, 집중력이 떨어져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변화로 불편을 겪은 탓이다. 예전과 너무 달라져서 불편함이 심해졌다면 우울증으로 의심할 수 있다. 이렇듯 대인관계와 업무능력에 변화가 생기면 바로 약을 복용하길 추천한다. 불편함이 빨리 좋아질수록 좌절감이 덜하고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는 시간도 빨라지기 때문에 자신감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드라마 속 우울증 환자들과 달리 실제 우울증 환자들 중 창백해진 얼굴로 머리를 싸매고 드러눕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의욕이 없고 집중력이 떨어졌지만 '일해야 돼, 화내면 안 돼'라고 자신을 다그치며 버티는 모습이 실제 우울증 환자들의 모습에 가깝다. 평소와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증상을 숨기게 되고 '아닐 거야, 아닐 거야' 하는 사이 치료가 늦어진다. 더 이상 일이 손에 안 잡히고 무기력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고 감정조절이 안 되는 상태에 이르러서야 주변의 권유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에게 일어난 변화를 세상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렇지만 이를 인정하기란 마치 시험을 보고 틀린 문제를 확인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당연히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고, 누구에게나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우울증 치료제 중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약이 항우울제다. 항우울제로 우울증이 완치될 수 있는지 묻는 사람들에게는 쉽게 설명하기 위해 '1/3 원칙'을 이야기한다. 항우울제 치료를 시작하면 전체 환자의 1/3만 호전되고 2/3은 반응이 없어서 새로운 항우울제로 바꾸게 된다. 그러면 나머지 2/3의 1/3 정도는 좋아지는 식이다. 항우울제를 1년 동안 4번 정도 바꿨음에도 전체 환자의 2/3에서만 호전을 경험한다. 우울증 치료는 대부분 1년 이상 지속되는 장기전이다.
우울증을 검색해보면 재발 위험성을 경고하는 문구는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지만 '이 정도면 깨끗이 나았다'라는 완치 기준은 찾아보기 힘들다. 약을 오래 복용하더라도 재발을 막는 것이 의사들의 목표이다 보니 치료기간이 길어지게 된다. 그래서 '우울증 완치'를 검색하면 '우울증 약은 평생 먹어야 한다'라는 답변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완치판정은 의사마다 다를 수 있음을 전제로 해야 한다. 필자의 경우에는 △예전의 대인관계로 돌아왔는가, △다시 일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는가를 기준으로 한다. 100년도 더 전에 프로이트가 말했던 '행복한 삶이란 일과 사랑, 그것이 전부다'에서 가져온 기준이지만 지금 시대에도 충분히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유성선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우현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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