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의 지역프리즘] 사랑과 정치, 그리고 선거구 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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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의 지역프리즘] 사랑과 정치, 그리고 선거구 획정

  • 승인 2016-02-17 14:35
  • 신문게재 2016-02-18 22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사랑과 정치는 계산하지 않아야 한다.” “사랑과 혁명에는 계산이 없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생전 어록처럼 남긴 말이다. 진의나 진정성을 떠나 올 1월 1일 이후 지속되는 선거구 전면 무효의 상황에 답답해 이 말을 곱씹는다. 정치에 계산이 왜 없으랴마는 정치공학에 몰두하다 보니 선거구 문제에 오답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고서 갈등 코스프레만 연출하고 있는 국회의 대처가 한심할 만큼 태평하다. 우리 삶을 실질적이고 실증적으로 지배하는 정치에 무관심한 것도 정치적인 태도이긴 하지만, 지친 유권자는 관심조차 없다. '상한선을 넘으면 분구, 모자라면 합병'의 기준은 역시 만능열쇠가 아니었다. 각각 10만명과 30만명인 A, B 선거구에서 1명씩 선출하면 A 선거구 1표의 가치는 B 선거구 4표와 맞먹는다. 표의 등가성은 이를 시정하자는 것이었다. 인구편차 2대 1의 선거구 방정식은 초등 저학년 수준의 산술적 영역이다.

하지만 해보니 이처럼 고차 방정식이 없어 보인다. 정치가 이해관계 조정인데, 그게 작동하지 않는다. 선거구 획정에 수학적 기법을 동원한다는 수학 스토리텔링 책의 기술마저 낭만적으로 읽힌다. 혼선은 1995년 4배까지, 2001년 3배까지의 인구편차 허용 때보다 심하다. 수도권과 충청권이 몇 석 늘고 호남에서 몇 석 주는 증감만 갖고 쉽게 푸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수학을 넘어선 이해관계로 해법이 수학Ⅰ, 수학Ⅱ의 정석보다 어려워진 탓이다.

이런 측면에서는 투표의 실질적 가치와 평등의 원칙을 넘어선 단계까지 못 나가길 잘했다는 이상한 위안마저 든다. 민의 반영의 정확도와 관련해서는, 수학 교수 도널드 사리가 2005년 영국 총선에서 득표율 35%로 의석 55%라며 수학적인 오류를 적시한 바 있다. 경제학자 케네스 애로는 동일 선거구에서 셋 이상 출마하면 당선의 공평성에서 멀어진다는 '애로의 불가능 정리'로 노벨상을 탔다. 앞서 18세기 프랑스 수학자 콩도르세는 셋 이상의 후보에 투표하면 민심이 왜곡됨을 확률로 증명해냈다. 균형은 선거인 수의 균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현실의 선거에서 어쩌면 더 필요한 것이 수학적으로 완벽한 선거보다 상황에 맞는 선거제도다. 유일무이한 인구 기준을 다시 물리학의 법칙으로 해석하자면 공간의 균질성과 어느 방향이나 대등한 등방성이 무시당할 수 있다. 선거라는 상징의 시뮬레이션 속에서 도시와 농촌, 개발의 불균형 심화와 지역 대표성 등의 변인 또한 고려돼야 한다. 한데 그렇게 가다가 선거구는 산수가 아닌 고차원적인 수학이 되고 계산법은 더한층 얽혀들지 모른다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지금 발등의 불은 공직선거법(선거구 획정)이 늦어도 23일 본회의에서 통과되는 일이다. 17대 총선 때 선거 약 한 달 전, 18대 때 40일 전 획정한 전례가 있지만 이대로 끌려가다간 선거무효 소송이나 위헌심판 청구 국면도 각오해야 한다. 시간이 수직적으로 누구에게든 공정하게 배정돼야 승복할 수 있다. 선거 연기론이 보일락 말락 피어오르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24일부터 재외국민 명부 작성이 시작된다. 데드라인을 23일로 보면 선거구 마지노선은 실상 내일(19일)이다. 정치와 사랑을 계산하지 말라고 함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서비스하라는 뜻인데, 국회의원들의 갑질로 복잡한 계산에 갇혀버렸다. 마음 같아선 입법 부작위에 따른 선거구 실종 사태를 계산기로 확 돌려버리고 싶다. 이기적인 '계산'은 싫지만 분초가 급하다. 선거구 획정에 과거 서유럽 의회에서 용도폐기한 말을 소환해본다. “우리 논쟁하지 말고 계산합시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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