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의 지역프리즘] 도청신도시 내포, 인구 전략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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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의 지역프리즘] 도청신도시 내포, 인구 전략 바꿔라

  • 승인 2016-03-02 14:01
  • 신문게재 2016-03-03 22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최충식 논설실장
▲최충식 논설실장
우리의 신도시 개발의 역사는 제법 깊다. 그 2기에 속하는 판교, 위례, 한강, 아산, 도안신도시와 기타 계획도시인 검단, 양산, 둔산신도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거쳐 계단 쌓듯 쌓아올린 노하우를 자랑한다. 그 덕인지 볼리비아 신도시의 기본구상에서 실시설계까지 한국이 떠맡는 계획이 3월 첫날 확정됐다. 분당 3배 면적에 평택 인구인 43명이 목표인 남미판 신도시다.

이처럼 신도시 수출의 화려한 스펙을 갖고도 미래가 불안정한 신도시가 있다. 성격이 다른 경기도청 광교신도시는 논외로 하고 내포신도시, 남악신도시, 경북도청신도시가 그렇다. 도청신도시의 외형 성장이 연착륙인지 경착륙인지의 가늠자가 다름 아닌 인구다.

그런 점에서는 내포가 우려스럽다. 2020년 내포 인구 10만명의 근거는 공공기관 이전으로 2만명, 2단계 5만5000명, 3단계 2만6000명 등의 합산이었다. 하지만 이주 인구 분포부터 심상찮은 애로가 투영돼 있다. 탄생이 7년 빠른 전남도청 남악신도시의 유입 인구에서 전남 인구가 73.9%인 것처럼 내포신도시는 69.6%가 충남 내에서 이주했다. 목포→남악 63.4%, 홍성ㆍ예산→내포 39.4% 유입에서 보면 원도심 공동화는 내포가 약간 덜 진행됐다. 개발 속도의 차이다.

홍성과 예산과 대전에서, 그리고 무안과 영암과 광주에서 이주한 양태도 고만고만하다. 신도시가 발전할수록 목포 등 인접지역 도심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2027년 인구 10만명을 목표 삼아 대구를 떠나 안동·예천으로 옮긴 경북도청신도시도 남악과 내포를 저울질하며 비슷한 걱정을 시작했다. 하기야 시간이 흐르면 도시가 형성된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접고 인구 정체와 성장 동력 창출의 한계를 일찍 간파하고 대비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물론 먼저 알아도 걱정이다. 실학자 이중환이 내포가 충청도에서 살기에 제일이라 했지만 내포신도시는 살기 좋은 동네에 끼지 못한다. 전남도청과 산하 직원 33.4%만이 도청 인근에서 혼자 산다. 그것도 매우 닮았다. 취약한 보육ㆍ교육환경과 의료 인프라 등으로 망설이는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인구가 적고 공공청사와 아파트 숲만 있는 도시는 투자 유치가 어렵다. 내포신도시 인구는 겨우 1만명을 넘어섰다.(작년 말일 기준 1만951명)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순환론 같지만, 정주 여건이 떨어지면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

내포 이전 4년과 남악 이전 11년의 공통 추출물은 또 있다. 명암이 뚜렷한 반쪽 신도시에다 지역경제 기여도가 미약하다는 점이다. 남악이 외형을 갖춘 '속 빈 강정'이라면 내포는 '벌판 위의 섬'에 비유된다. 순이동률만큼 인접지역 인구 유출이 되는 것, 공공기관 이전으로 형성됐으면서 공공기관 이전 효과에만 매달리지 않아야 하는 것도 딜레마와 같다.

도청신도시들은 거기에다 효과보다 증상이 부각되고 있다. 남악신도시에서는 상가와 원룸 공실이 골칫거리다. 목표 15만명인 남악은 도청사 개청 10년만에 인구 5만명을 넘어서며 인구 정체기를 맞았다. 목포시 옥암동과 무안군 삼향읍, 일로읍 일원의 남악신도시는 미약한 외지 인구 유입과 성장 추진력 저하는 내포와 대동소이하다. 신도시 이름조차 못 지은 경북도청신도시도 거울에 비추듯 상호 학습 대상에 오를 날이 멀지 않았다.

내포, 남악, 안동·예천의 세 신도시는 인구 늘리기라는 숙명이자 소망을 위해 서로 배울 것이 있고 버릴 것이 있다. 작년 남악 전입인구는 1300명으로 전년도 3200명에 비해 쑥 줄었다. 내포도 이러다간 2020년에 10만은 고사하고 5만, 아니 3만 인구도 어렵게 생겼다. 4년 내 인구 유입 유발 요인이 불투명해서다. 이쯤에서 틀어진 인구 전략을 억지로 붙잡느니 계획을 수정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쪽이 보다 현실적이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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