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의 지역프리즘] 공천 컷오프 반발과 토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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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의 지역프리즘] 공천 컷오프 반발과 토끼론

  • 승인 2016-03-16 15:55
  • 신문게재 2016-03-17 22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공천 배제(컷오프) 국면에서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 토끼다. 집토끼가 고정 지지층이라면 산토끼는 주로 중도층(independent voters)에 비지지층 일부를 가리킨다. 이번에는 공천 탈락 예비후보 진영에서 이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지자들은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가 다 죽는다고 반발한다.

세종이 지역구인 이해찬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컷오프에 걸리자 16일 “잘못된 정무적 판단“이라며 무소속 출마를 재확인했다. 친노 패권 프레임 희석의 명분은 얻고 열성 지지층 민심이라는 실리를 잃을 수 있는 경우가 나왔다. 물론 컷오프의 적정성 여부를 떠난 평가다.

이 의원뿐 아니다. 정청래, 이재오, 조해진, 임내현 의원 등 여야를 아우르며 집토끼를 잃은 상태에서 산토끼가 잡히겠느냐는 원성이 쏟아진다. 집토끼의 반응은 세 가지다. 첫째 부류는 “죽든 살든 이 집에 있겠다.“ 두 번째는 “이제 슬슬 산토끼로 전향해볼까?” 세 번째가 “산토끼 노릇하다 여차하면 다시 집토끼 하지, 뭐.” 집토끼에도 중간지대가 있다.

산토끼 우화에서 보듯이 외연 확장은 유동적이다. 따라서 중도층, 무당층 공략은 집토끼 결집도 산토끼 지지도 못 얻는 헛발질이 될 수 있다. 보수표가 쪼개져 근소하게 당선된 충청권 선거구라면 야권 지지 표심 분열이 당락을 가를 수 있다. 이런 관측은 새누리당 득표력이 미세하지만 두 야당의 운명을 좌우할지 모를 호남권에도 거꾸로 적용된다. 산토끼의 도주보다 집토끼의 반란이 실로 무섭다.

상대적으로 그것이 더 두려온 곳이 충청권이다. 공천하고 허수아비만 세워도 당선되는 지역이 아닌 데다 총선 승패의 저울추가 되기 때문이다. 17대 총선 때 충청에서 한나라당보다 18석이 많은 열린우리당의 지역구 의석이 129석 대 100석으로 앞섰다. 수도권과 충청에서 우세한 정당이 승리했는데 이번 역시 그럴 수밖에 없다.

어느 정당의 시당은 집토끼(지지층), 들토끼(중도층과 무당파)와 일부 산토끼(상대당 지지자)로 세분화했다. 생물학적으로 토끼는 굴토끼속(屬), 산토끼속, 들토끼속으로 나뉜다. 산토끼속은 잡아다 키우면 잘 죽고 유전적으로 집토끼와 불일치한다. 반대로 굴토끼속의 토끼는 집토끼와 교배시켜 새끼를 친다. 산에서 뛰논다고 같은 토끼가 아닌 것이다.

야생 토끼에 대한 생물학적인 오해처럼 토끼론에는 정치공학적인 오해가 있다. 한 표가 아쉬운 선거판에서는 외연 확장을 위한 중도 전략도 필요하다. 산토끼가 집토끼를 이기는 판세의 법칙이 적중할 때도 있었다. 대선에서는 YS의 3당 합당이나 DJP 연합도 성공한 산토끼 전략으로 분류된다. 결정적으로 선거 전략으로 주효했던 건 지지층을 먼저 결속시켰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실격이다. 2008년 총선, 지난해의 7ㆍ30 재보선도 두 마리 토끼를 쫓다 실패한 범주에 들어간다. 지금 공천 국면에서도 현역 물갈이의 임팩트가 약해지고 집토끼가 산토끼로 변해 내달리는 것이 환히 들여다보인다. 야당 입장은 이번에도 충청·강원에서 절반, 수도권에서 65%을 얻어야 의석 과반에 근접할 것이다. 지지 기반을 나눠 갖는 충청권은 유동성이 상당히 크다.

이럴 때, 여야 어떤 정당이든 집토끼를 확보하지 않고 산토끼를 공략하면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가 된다. 중립이라 해도 투표장에서는 결국 어느 한쪽을 찍는다. 떼지어 다닌다는 점도 산토끼의 위력이다.

하지만 득표나 감표 요인으로서의 위력은 아직 알 수 없다. 선거에선 아주 흔하게 변수가 상수가 된다. 공천 파동을 잘 다독이고 추스르는 것도 변수다. 많은 경우, 다른 후보 지지층에 좌우될 이번 선거에서 토끼의 향방은 더욱 종잡을 수 없다. 집토끼와 산토끼를 다 잡아 승리하려는 전략은 그만큼 난해해졌다고 봐야 한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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