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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2일 저녁 호주 시드니 도심의 하이드 파크 분수대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한국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한 촛불 집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는 촛불 집회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한 듯 젊은 층과 가족 단위 등 약 500명이 참석했다./사진=연합 DB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그리웠던 30년 세월, 의지할 곳 없는 이 몸 서러워하며 얼마나 울었던가요~” 설운도를 가요계 부동의 스타로 자리매김해준 노래 ‘잃어버린 30년’의 초반 가사이다.
이 노래는 남북의 이산가족을 모티브로 한 곡이다. 따라서 “우리 형제 이제라도 다시 만나서 못 다한 정 나누는데…” 그러나 이미 작고하셨기에 뵐 수 없는 어머님과 아버님은 “그 어디에 계십니까, 목 메이게 불러봅니다”라며 절규하고 있다.
한데 잃어버린 30년은 과연 그 노래에만 국한하는 것일까?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라는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민심이 모이며, 지난 12일 마침내 광화문에만 ‘100만 촛불집회 인파 운집’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는 그러니까 지난 1987년 6월 항쟁 이후 최대인파였던 셈이다. 이를 전국서 벌어진 시위와 외국교민들의 경우까지를 합산하자면 정말이지 사상최대를 기록하고도 남았으리라. 1987년 6월로부터 어언 3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당시와 현재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물론 가시적 민주주의의 행보는 널찍해졌다 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내면적으론 여전히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에서 보듯 무능한 군주에 기생하여 애먼 민중들의 혈세와 국가의 예산까지를 흡혈하는, 따라서 그것으로 권세와 재물까지를 탐한 부역자들만을 양산했던 게 아닌가 싶다.
때문에 필자는 이를 ‘잃어버린 30년’이라 정의코자 한다. 1987년 6월 항쟁 당시 한 살이었던 딸은 이제 서른의 단아한 여인(女人)으로 변모했다. 그렇지만 예나 지금이나 불변하게 가난뱅이로 살고 있는 나는 빈곤의 터널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왔지만 가난의 구속으로부턴 결코 자유롭지 못 했다. 부정하고 부끄러운 짓 역시 손사래까지 치면서 완강히 거부하며 살아온 지난날이었다고 자부한다. 그랬음에도 대추나무에 걸린 연처럼 그렇게 가난의 억압은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말인데 거개 민중들의 삶은 대부분 나와 대동소이할 것이다. 최근 발등에 떨어진 빚의 변제 차원에서 막역한 지인들에게 SOS 전화와 문자로 긴급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하나같은 대답은 “요즘 빚 없는 사람이 어딨냐? 나도 죽을 맛이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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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모습. |
우리사회의 빈부격차와 그의 고착화는 실로 심각한 지경이다. 때문에 아무리 노력을 해봤자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절대적 빈곤의 숲은 헤쳐 나오기가 무척이나 힘들다. 그처럼 아픔과 어려움이 가득한 현재이되 국민들은 불과 1%의 희망조차 버리지 않는다.
그리곤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라도 어떡해서든 착하고 진실에 입각한 삶을 살고자 노력한다. 이처럼 대부분 서민들의 삶은 백척간두와도 같은 지경이거늘 최순실이란 아낙은 각종의 국정농단 개입과 호가호위도 부족하여 수십 년 동안 부정한 방법을 통하여 천문학적 재산까지 일궜다고 한다.
모전여전(母傳女傳)이랬다고 그의 딸 또한 제 어미를 보고 배운 탓인지 안하무인에 얼추 막가파 식의 작태가 꼬리를 물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결국엔 수능이 코앞인 고3 학생들까지도 시위장으로 끌어들인 동력이 되었지 싶다.
‘민주주의’에 입각하여 열심히 공부하면 가난한 학생도 소위 명문대를 갈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조차 최순실 모녀는 무참하게 빼앗아갔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 의혹에 분노하는 세인들이 그 증거다.
사람이 눈물을 참는다는 건 우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분노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은 비록 당면한 가난과 생활고는 참을 수 있을망정 일국의 대통령이 ‘듣보잡’ 아낙에 휘둘려 흡사 로봇처럼 움직였다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은 도무지 참을 수 없었다.
필자는 엊저녁 대전시 서구 둔산동 타임월드 백화점 앞에서 시민들을 좇아 “박근혜는 하야하라!”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그 자리엔 아장아장한 아들을 데리고 온 엄마도 있었고 보기만 해도 아까운 딸에게 촛불을 들게 한 아빠도 보였다.
또한 어제 치러진 ‘박근혜 하야 대전시민 촛불행동’에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민주공화국(民主共和國)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주권의 운용이 국민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지는 나라를 의미한다.
그렇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국민의 소중한 주권은 강탈된 지 오래고 대통령이라는 절대 권력자와 그에 기생하고 아첨하는 ‘최순실표 각다귀(남의 것을 뜯어먹고 사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들만이 주변에 무성해 보인다는 느낌이 자욱하다.
여하튼 박 대통령은 이미 국민적 분노의 역풍과 쓰나미에 직면했다. 따라서 그에게 남은 건 하야뿐이다. 통치능력이 없다면 자존심이라도 있어야 옳다. 30년 전 국민들이 어렵사리 일궈놓은 민주화와 민주주의, 그리고 민주공화국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국민들은 심정적으로 벌써 박 대통령을 탄핵했다. 지난 12일 수도 서울 광화문에서만 ‘100만 대군’들이 모여서 작심한 이구동성 하야 요구가 그 방증이다. 민주공화국 30년을 ‘강탈하고’ 더불어 퇴행시킨 박근혜 정권은 하루속히 그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며 그나마 알량한 자존심의 표현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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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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