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해볼 테면 해 보라는 식으로 여전히 오기로 버티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검찰의 이른바 ‘최순실 박근혜 게이트’의 수사 결과 공소장의 두께와 높이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가진(이후 강제성 모금액을 낸) 4대그룹 포함 대기업 총수들이 검찰에 무더기로 소환됐다는 뉴스 외에도 또 다른 그룹과 기업이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이 중 모 그룹은 최순실의 또 다른 부역자에 다름 아닌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직권을 남용해 최순실 씨와 차은택 씨가 추천한 모 인사들을 각각 광고 발주를 담당하는 전무와 상무보에 채용하도록 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그리곤 ‘더플레이그라운드’라는 회사에 자그마치 68억 원 규모의 광고를 몰아주도록 강요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그러자 이 그룹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내부 검증을 거쳐 적합한 인사를 임원으로 영입했다고 헸지만 군색한 변명으로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필자는 모 기업의 하청업체를 통해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한데 실로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월 급여가 최저생활비에도 못 미친다. 따라서 투잡을 하고 있는데 그래도 생활고는 여전하다. 이처럼 투잡을 하는 경비원은 한둘이 아니다.
한데 가뜩이나 날은 더욱 추워지는데 건강이 여의치 않은 상태에서 투잡까지 하자니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여하튼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더플레이그라운드 라는 회사에 이 그룹이 ‘지원했다’는 광고비 68억 원을 내 급여와 견주면 자그마치 4,250월(月)이란 셈법이 도출된다. 그러니까 이는 곧 354년(年)이란 세월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아무리 노력을 해봤자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을 따는 것처럼 도무지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설상가상 우리 같은 ‘개돼지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험로의 현실은 그야말로 부검지(짚의 잔부스러기)처럼 개고생의 여전함만 지속되고 있다.
때문에 현재 감당하고 있는 우울한 현실에서의 모 그룹을 보는 시선은 겉은 화려하나 속은 빈곤함을 이르는 외화내빈(外華內貧)에 다름 아니다. 현실이 이렇듯 극도로 빈궁하다보니 얼마 전 친구 모친상의 부의금도 지인에게 꾸어서 냈다.
직원에겐 수당 몇 만원도 아까워하는 회사가 대통령의 한 마디엔 내가 354년(年)이나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만 비로소 가능한 액수를 펑펑 퍼주었다는 사실에서 새삼 ‘이게 나라냐?’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광화문’이란 국민적 분노의 ‘용광로’에 직접 가진 않았으되 심정적으론 이미 몇 번이나 그 자리에 동참했다. 그리곤 “박근혜는 퇴진하라!”의 분노를 함께 부르짖었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여전히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요즘 유튜브를 통해 중국서 제작된 대하드라마 ‘수호지’를 보고 있다. 수호지(水滸誌)는 중국 명대(明代)의 장편무협 소설인데 북송시대 양산박에서 봉기하였던 호걸들의 실화를 배경으로 각색하였다고 한다.
수령인 송강(宋江)을 중심으로 108명의 협객들이 양산박(梁山泊)을 거점으로 하여 조정의 부패를 징치하고 관료의 비행을 척결하는 따위의 쾌도난마(快刀亂麻)에 금세 열광하게 된다. 이 드라마를 보자면 예나 지금이나 이런저런 부정부패는 당연히 민중의 반감을 불러일으키며 급기야는 혁명까지를 야기한다는 메시지에까지 쉬 동의하게 된다.
부승치구(負乘致寇)는 깜냥이 못되면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재앙을 자초하는 일의 비유로 쓰는 말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대통령부터 이 ‘부승지구’의 한계와 절벽에서 고작 식물정권으로 추락된 남루하기 짝이 없는 외화내빈의 권력을 여전히 만지작거리고 있다.
내 비록 경제적 무능의 ‘흙수저’이긴 하지만 정말이지 뭐가 잘못돼도 한참이나 잘못된 이 엉터리 세상을 살맛이 하나도 안 난다. 대통령이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남았다면 지금 당장 하야해야 마땅하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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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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