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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충식 논설실장 |
이번 조사에서 유의미하게 읽어낸 것은 경제적인 시사점이다. 흡연자 10명 중 7명은 담뱃값 인상에도 '흡연량은 그대로'였다. 15%가 줄였고 9%가 끊었다지만 반짝 효과였고 서민 등골 빼는 증세 사기극이라는 극단의 비판이 나온다. 대한의사협회의 기존 입장은 다르다. 흡연으로 건강보험 급여비가 연간 2조원을 넘긴다며 흡연 관련 질환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10조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2016년 담배 세수는 이 비용을 넘어섰다. 어긋난(또는 의도된) 정부 예측 덕인지 13조원이 걷혀 재산세 9조원도 가볍게 추월했다. 증세를 노렸다면 성공했다. 정부 예산에 미치는 비용-편익분석에서 흡연이 유발하는 의료비용보다 의료보건, 연금, 주거비 등 국가 부담 경감이 훨씬 이익이었다. 이 결과는 담배회사가 의뢰한 연구답다. 담배를 피우면 일찍 죽으니까 돈이 적게 든다는 이야기다. 이런 기여도(?)를 고려해 담배세 인하를 주장하기도 한다.
반대로 물가상승률에 연동해 해마다 올리자는 목소리도 있다. 2030년 흡연율 29%라는 알 수 없는 계산까지 덧붙인다. 하지만 가격이 뛰자 담배가 제주공항 면세점의 매출 1위 품목에 올랐다. 가격 인상이 국민건강 증진 목적이라는 데 흡연자의 1%, 비흡연자의 10%만 동의한다. 부담만 지우는 우회 증세라는 것이다. 전북도의회도 10일 담뱃값 인하 촉구 결의안을 냈다. 지방의회의 조세 형평성 관련 주장은 틀리지 않다. 실제로 하루 담배 한 갑이면 담뱃세는 121만원이다. 부자든 빈자든 9억원짜리 아파트 재산세 상당의 세금을 내며 피워야 한다.
이것은 불합리하다. 가격은 거래 관계나 유통 경로, 원자재값, 물가와 임금 등이 작동해 형성된다. 케인스식의 가정을 해본다. 국가가 돈을 땅에 파묻는다. 기업이 인력을 고용하고 장비를 투입해 그 돈을 파내면 경기가 살아난다. 국가가 특정 기업에 돈 묻은 곳을 가르쳐주면 있는 그대로의 인력, 있는 그대로의 장비로 자기네들 이익만 챙긴다.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지만 일방적 가격 통제의 실익도 엉뚱한 데로 전가된다. 시장 원리에 역행함은 물론이다.
금연이나 흡연의 결정 요인은 사람마다 다르다. 담뱃값이 흡연율과 약간의 상관관계가 있을지라도 원인과 결과 관계는 아닌데 자꾸 무리를 하니 별소리가 다 나온다. 한 애연가 단체는 담뱃값 인상 배후가 최순실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순실 부부의 이혼 사유 하나가 정윤회가 골초인 것은 거의 사실이지만, 남편 담배 피우는 것 꼴보기 싫어 담뱃값 인상시켰다는 선데이서울 수준의 소문은 헛소문이길 믿고 싶다.
가격을 올리면 판매량이 일시 하락하다가 증가세로 돌아선다. 담배가 그렇다. 작년 판매량은 그 전 해보다 10%가량 증가했다. 3년 만에 인상 전 판매량으로 환원된 2005년 인상 때처럼 부정적 반등 조짐이 뚜렷하다. 집요한 금연사업 등 비가격 정책보다 가격 정책이 더 어렵다. 금연 효과보다 세수 충당 효과가 크다면 가격 스트레스라도 덜 받게 값을 낮춰야 한다. 담배를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담뱃값의 가격탄력성은 부풀려졌다. 비합리적이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량이 감소한다는 얄팍한 지식을 신봉했거나 악용했다. 실패가 예고된 정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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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 논설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