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경제통] 사드 보복, 수출 다변화가 다인가

  • 오피니언
  • 최충식 경제통

[최충식 경제통] 사드 보복, 수출 다변화가 다인가

  • 승인 2017-03-29 11:33
  • 신문게재 2017-03-30 22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구글 검색창에 '수출 다변화'를 넣으니 46만 6000개가 뜬다. 검색어 '다변화'를 치니 658만개였다. 낚시 다변화라고 쓰기까지 한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만능어처럼 쓰는 이 용어는 자못 편리하다. 사드 보복 대책은 늘 '다변화'로 모아진다. 수출 대상국 늘리기에 반대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얼른 보면 그렇다.

그런데 경제 환경과 시장 파이를 무시하고 관광이든 카지노든 대안과 전략 없이 다변화만 들이대니 문제다. 중국이 아니면 곧 다변화라는 듯이 인식되고 있다. 농식품 100억 달러 수출에 먹구름이 끼자 인도, 남미로 다변화하자고 한다. 육류가 안 팔리면 육류 소비 다변화를 하겠다는 식이다. 아무데나 갖다 붙이고, 즉흥적이다.

고기 이야기를 조금 해보자. 지난해 중국인 1인당 47.1㎏의 육류를 먹었다. 51.3㎏를 먹은 우리보다 적지만 대륙 전체에서 하루 돼지고기만 70만 마리 분이 소비된다. 전 세계 돼지의 절반인 4억 5000만 마리가 중국에서 꿀꿀거린다. 사료용 곡물 수입량을 갑자기 늘리면 어떤 나라에선 식량 파동이 일어난다. 세계 인구 5명 중 1명이 중국인이다.

꼭 인구 때문은 아니고 현실을 직시하자는 뜻이다. 요즘 중국 큰손들의 발길이 뜸한 동대문 시장은 참 썰렁하다. 아닌 게 아니라 고개를 돌려보면 다르긴 하다. VIP 경제권(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과 베트남을 포함해 태국,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 인도차이나 5개국이 눈에 들어온다.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경제권도 있었다. 인구 12억명의 인도는 포스트 차이나의 대안으로 꼽을 만하다.

반중(反中) 분위기에 올라타 중국 파이를 까먹는 것이 바람직한 다변화는 당연히 아니다. 다변화의 선례로 주목받는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같은 석유화학업체는 필리핀, 호주, 인도네시아 등지로 수출 물량을 늘려 중국 변수에 끄떡없었다. 일본에서 살아난 K뷰티도 '하라주쿠 룩' 등 현지화 전략이 먹혀든 결과였다. 무관하지는 않지만 중국 의존도 감소와 전적인 연관은 없다.

아무리 과소평가해도 중국은 우리 옆의 '대국'이다. 영국 옥스퍼드이코노믹스가 중국의 관광산업 비중을 3.5%, 국내총생산의 1.8%로 보지만 영향이 미미하진 않다. 우리가 1998년과 2008년의 경제적 위기를 벗어난 배경에는 거대시장 중국이 받쳐준 측면도 있다. 2016년 전체 수출 실적의 25.1%를 중국이 점한다. 대중 수출액은 대미의 2배, 대일의 3배 수준이다. 충남 수출액의 36.5%를 중국이 차지한다. 충북의 경우 33.1%다. 지자체에서도 경제 보복 이후 다변화 이야기는 끝이 없다.

이쯤에서 생각할 것이 있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에도 필리핀, 일본, 노르웨이, 베트남과 분쟁 때 경제 보복을 써먹은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란 사실이다. 이를 알고도 그랬는지 정말로 몰라서였는지 중국이 WTO 국가라며 무역보복이나 할 상황 아니라며 낙관론을 고수했었다. 그 대가로 뒤통수를 정통으로 얻어맞고 있는 것 아닌가.

사드 리스크 국면을 수출 다변화 계기로 활용한다면 물론 나쁘지 않다. 동유럽, 중남미, 중동, 아세안, 아프리카 등 신흥 소비시장이 우리를 손짓한다. 중국도 그러나 만만찮다. 중국 10대 도시군(群)의 명목GDP는 전체의 약 87%이고 9억 7000만명이 몰려 산다. 베이징·텐진·탕산(京津唐)과 장강삼각주, 주강삼각주, 산둥반도, 해협서안, 랴오중난(遼中南) 등 동부해안 6대 도시군만 치면 GDP 61%다. 중서부 도시군의 성장세 역시 빠르다. 말 그대로 비약적이다.

시장성이 이처럼 증대하는데 중국 의존도를 줄이자 한다면 모순 어법이다. 다변화에는 다원적으로 복잡해진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중국만 바라보면 안 되면서 중국은 더 깊고 넓게 파고들어야 할 다변화 대상이다. 안보를 미국에, 경제를 중국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기존 파이 줄이기는 피할수록 좋다. 경제·외교적 전략을 갖춘 어떤 다변화냐가 결국 중요하다.

최충식 논설실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단양군엔 3억6000만원 내라면서…105억 발전소 수익은 감춘 한국수자원공사
  2. 대전역세권 복합2-1개발 무산 수순... 전략 재정비해야
  3. 세종 행정수도특별법, 9월 논의 불발… 국감 이후 격랑 속으로
  4. 수사권 개편에 인력 몰아놓은 대전경찰… 생활치안 균형 ‘시험대’
  5. 충주시, 내년 생활임금 13.5% 인상…시급 1만 2630원
  1. 글로컬대학 ‘통합’ 곳곳서 난항… 충남대·공주대 사업 향방은
  2. 농어촌 기본소득 내년 35개 군으로 확대되는데… 전산시스템 부재는 여전
  3. [한성일이 만난 사람]임영진 (주)로쏘 성심당 대표
  4. 세종시 복싱의 간판 '장동환', 29일 아시안게임 결승 정조준
  5. 전국 보훈병원 전문의 못 찾아 휴진도…대전병원도 신장내과 전문의 부재

헤드라인 뉴스


세종 행정수도특별법, 9월 논의 불발… 국감 이후 격랑 속으로

세종 행정수도특별법, 9월 논의 불발… 국감 이후 격랑 속으로

세종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특별법이 사실상 오는 12월 정기국회 막바지, 예산 정국 아래 논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여 공세에 집중하고 있는 야당이 10월 국정감사 이후 논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달 말 회의 개최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8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 일정을 둘러싼 여·야 간사 간 협의가 끝내 매듭을 짓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은 10월 국감에 앞서 이달 29~30일 회의 개최를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국감 이후인 11월 개최를..

가을야구 멀어진 한화… 남은 시즌은 ‘내년 찾기’
가을야구 멀어진 한화… 남은 시즌은 ‘내년 찾기’

길었던 11연패에서 벗어난 한화 이글스가 사실상 멀어진 가을야구 대신 내년 시즌을 위한 전력 점검에 나설지 주목된다. 정규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든 만큼 신인과 퓨처스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올 시즌 뚜렷한 주인을 찾지 못한 중견수 등 취약 포지션의 해법을 찾는 것이 남은 과제로 떠올랐다. 한화는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6-2로 승리하며 11연패에서 탈출했다. 한화는 55승 76패 4무로 9위에 머물며 5위권과 격차가 크게 벌어져 포스트시즌 진출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남은 경기의 초점은 승수..

충청권 암 환자들 수도권 병원 진료·수술 쏠림 뚜렷
충청권 암 환자들 수도권 병원 진료·수술 쏠림 뚜렷

충청권 '암 수술 자체 충족률'이 전국 5대 권역 중에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암 환자들이 수술을 받으러 충청 소재 병원이 아니라 수도권 병원으로 간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비수도권 암 환자 중 수도권 주요 병원에서 진료받는 환자 역시 충청권이 가장 많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대전 중구)이 28일 제공한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시도별 10대 암 수술 자체 충족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2021∼2025년) 대장암과 폐암, 위암, 간암 등 10대 암 수술의 자체 충족률은 서울 9..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0월부터 안전모 미착용 집중단속…벌점 10점도 부과 10월부터 안전모 미착용 집중단속…벌점 10점도 부과

  • ‘다시, 집으로’ ‘다시, 집으로’

  • 막바지 귀경길 막바지 귀경길

  •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추석의 의미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추석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