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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충식 논설실장 |
어제와 오늘도 합리성을 생각하게 하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벌어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거울방'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입주가 늦춰진 일은 합리성의 허를 찌른다. 공사 분간 못한 대통령들 덕에 대통령 일가의 청와대 생활비 부담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까지 나왔다. 관저에서 비누나 치약까지 사서 써야 합리주의 사회라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핵심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혼선으로 몰락한 정부의 사례부터 복기해보자는 것이다. 강철보다는 약해졌지만 정치인과 관료, 이익집단 간 철의 삼각형 구조는 상당히 견고하다. 문고리 권력 3인방과 비선실세가 날뛴 저간의 사태를 다시 규정하면 최순실에 의한 18대 대통령직 사유화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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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문재인 대통령이 미리 경계할 부분이 이 지점이다. 즉 공적 도구의 사유화 현상이다. 아까운 아이들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데 VIP(대통령) 보고용 영상물 챙기기에 혈안인 최고 권부 청와대에는 공적 질서가 작동하지 않았다. 어떤 면에서는 정치 개혁과 검찰 개혁 등 개혁 과제 역시 권력을 보다 더 공적인 영역으로 끌어내는 방향으로 갈래를 타야 옳을 듯하다.
경제 영역은 말할 것도 없다. 경제통 김진표 의원과 이용섭 전 의원이 기용된 문재인 정부 1기는 일자리위원회가 경제 실세기구가 될 분위기다. 일자리가 중하지만 아무리 중해도 경제정책의 손전등이 딱 한 곳만 비춰서는 안 된다. 트럼프노믹스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마크로노믹스도 일자리를 중시한다. 우리가 재정을 직접 투입한다면 그쪽은 기업 활성화를 통한 고용 창출로 간다. 메시지가 다르다. 이 대목에서 토드의 정치의 2대 원리가 떠올려진다. 정치가가 뭘 말하든 진실이 아니란 것과 정치가가 뭘 말하고 있든 '돈 이야기'라는 이야기다. 그러지 않길 바라지만, 고용시장 경직과 경제의 복잡한 메커니즘까지도 감안해야 한다.
이 정책이 합리적이려면 한쪽 정보나 추론이 아닌 각 측면을 두루 살펴야 한다.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하거나 불평만 늘어놓는다면 제약 사항에 무지하거나 좋은 답을 구할 의지가 없어서다. 국민안전 부문이라면 오로지 공공재적 기능이 강조되고 강화돼야 한다. 거추장스러운 권력의 병풍은 걷어치워야 마땅하다.
그런데 아직 진행형인 세월호 사건을 단순 교통사고에 비유하는 시각이 있다. 보상받았으면 끝이라며 국가를 거의 사유재로 보는 발상을 한다. 대통령직 사유화로 나라를 말아먹어도 뭐가 문제며 웬 소란이냐는 식이다. 구조 서비스와 진상 규명도 국가 공공 서비스다. 공공재의 공급자인 정부와 지자체는 그런 모습으로 존재해야 한다. '국민성장'이나 문재인판 'J노믹스' 같은 정책도 조직과 구호만이 아닌 실질을 바꿔 그 사유화가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다.
“경제는 유통이다.” 단군 이래 최대의 어음 사기꾼 장영자씨의 자기변호였는데 말 자체는 명언이다. 실제로 흐르고(流) 통하는(通) 경제여야 한다. 경제민족주의, 정상외교, 북핵과 사드, FTA(자유무역협정), 5·18 민주화운동 등의 해법 앞에서 모자란 것은 '유통'의 리더십일지 모른다. 주어진 여건에서 '한계적으로' 최적해(最適解)를 찾는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 마무리하려니 좀 막연하긴 하다. 그리고 합리적 사고에는 합리적인 의심이 꼭 필요하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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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 논설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