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경제통] 편의점 알바와 최저임금 “실화냐?”

  • 오피니언
  • 최충식 경제통

[최충식 경제통] 편의점 알바와 최저임금 “실화냐?”

  • 승인 2017-07-19 11:54
  • 신문게재 2017-07-20 22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 최충식 논설실장
세상에는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두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 많다. 전형적인 소상공인과 '알바'가 있는 편의점에서 바라보는 최저임금도 그렇다. 2018년 시간당 최저임금 7530원(월급 157만3770원, 209시간 기준)이 결정되자 반응은 극과 극이다. 표면상으로 시급 1060원 인상에 노사 모두 불만족이지만 사용자 측 고심이 크다.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한숨은 깊어간다. 알바생의 즐거움도 잠시, 어째 좀 불안하고 찜찜하다.

시급으로 치면 편의점은 평균 6562원으로 다른 업종 대비 매우 낮다. 낮은 정도가 아니라 알바천국 등의 조사를 봐도 독서실·고시원(6550원)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다. 그래도 고기 냄새 안 난다며 꽤 선호되는 '직장'이다. 업주의 시야와 시각은 당연히 다르다. 어느 가맹 점주는 월수입 400만원 중 알바비가 300만원이라고 푸념하며 여차하면 알바 뛰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내비친다. 사업 접고 노동자로 변신하면 뭐가 나아질까?

게다가 우리의 최저 시급은 선진국들에 비하면 낮다. '10년 뒤의 우리'라는 일본의 현재 편의점 알바비가 궁금했는데, 19년째 편의점 알바를 하는 무라타 사야카를 통해 궁금증이 풀렸다. '편의점 인간'의 작가인 그녀는 주간 960엔, 야간 1050엔을 받는다고 했다. 오늘 환율로 각각 9626원, 1만529원의 시급이다. 사야카가 전하는 편의점 알바 시급은 우리가 2020년 목표로 삼은 딱 1만원 수준이다.

지금 우리가 그래도 괜찮을까? 편의점 매출은 한국이 4.7억원일 때 일본은 28.2억원이었다. 편의점 시장 규모는 일본의 10분의 1 수준에서 격차를 좁히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전국에 편의점 10개가 들어선다. 그렇게 지난 10년간 구멍가게 3만개가 사라진 자리를 메우며 연간 매출 20조원을 넘겼다. 관련 연구들도 나왔다. 왜 가난한 사람들이 비싸고 할인도 안 되는 편의점을 이용할까 하는 대표적인 연구도 있다. 소득이 낮으면 계획적인 쇼핑이 어려워 경제성을 무시하는 소비 패턴을 갖는다는 결론이었다. 장기적인 기대소득에 따라 소비 수준이 결정된다는 프리드먼의 항상소득가설이 또 빗나가나 싶었다.

다행히 이 연구는 벌써 편견이 되고 있다. 1인가구 등 편의점 이용 계층이 다양화되고 트렌드가 바뀌기 때문이다. 인구 구성비 26.5%인 1인가구의 순자산증가율도 2인·3인가구보다 높아지고 있다. 1989년 세븐일레븐 올림픽선수촌점을 개점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지난해 편의점 점포수는 3만2611개로 집계됐다. 1년간 편의점 4200여 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3년간 20% 넘게 덩치를 불렸다. 특정 장소에 뭉쳐야 집적 이익(集積 利益)이 있는 것도 아닌데 편의점끼리 다닥다닥 붙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빛 좋은 개살구인 곳이 많다. 영업이익률은 10%가 채 안 될 정도다. 시급 1만원인 편의점은 9%의 수익 감소가 예상된다. 중소기업도 매년 81조 5000억원의 인건비 부담이 추가된다. 이상과 현실은 이처럼 다르다. 벼락치기 지원 대책만으로 지켜낼 수 없는 가치가 있다. “(불평등은) 성장의 결과이면서 또 다른 성장을 촉발시킨 동인(動因)이다. ”노벨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이 서울에서 했던 말에 완전히 동의하진 않지만 일리가 있다. 오해 없이 듣고 고용정책의 근본 패러다임까지 살펴볼 시점인 것 같다.

실제로 시급 16.4% 인상 후폭풍이 예사롭지 않다. '2020년 시급 1만원' 공약 실현 앞에서 당장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23.6%(462만명)의 노동자, 생활임금은 고사하고 고무줄 같은 '동네 시급'에도 감지덕지하는 노동자들에게 감원이나 폐업의 불똥이 튈까 두렵다. 누울 자리 봐 가며 발을 뻗으라는 말이 있다. 경제 상황을 봐가며 올리자는 것이다. 산술적으로 편의점 한 곳당 1명씩 줄여도 3만2000여 개의 알바 자리가 날아간다. 이것은 사야카의 소설처럼 편의점에 최적화된 인간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에게 실화인 비정한 이야기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곡교천 탕정지구 연계사업' 밑그림 그려졌다"
  2. 주말 사우나에 쓰러진 60대 시민 심폐소생술 대전경찰관 '화제'
  3. 의령군 자굴산 자연휴양림 겨울 숲 별빛 여행 개최
  4. [라이즈 현안 점검] 대학 수는 적은데 국비는 수십억 차이…지역대 '빈익빈 부익부' 우려
  5. 대전우리병원, 척추내시경술 국제 교육 스파인워커아카데미 업무협약
  1. 대전 교사들 한국원자력연 방문, 원자력 이해 UP
  2. "함께 걸어온 1년, 함께 만들어갈 내일"
  3. [행복한 대전교육 프로젝트] 대전변동중, 음악으로 함께 어울리는 행복한 예술교육
  4. 낮고 낡아 위험했던 대전버드내초 울타리 교체 완료 "선제 대응"
  5. {현장취재]김기황 원장, 한국효문화진흥원 2025 동계효문화포럼 개최

헤드라인 뉴스


공백 채울 마지막 기회…충청권, 공공기관 유치 사활

공백 채울 마지막 기회…충청권, 공공기관 유치 사활

이재명 정부가 2027년 공공기관 제2차 이전을 시작하기로 한 가운데 대전시와 충남도가 '무늬만 혁신도시'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20년 가까이 정부 정책에서 소외됐던 두 시도는 이번에 우량 공공기관 유치로 지역발전 모멘텀을 쓰기 위해 역량을 모으고 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배정에서 제외됐다. 대전은 기존 연구기관 집적과 세종시 출범 효과를 고려해 별도 이전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됐고, 충남은 수도권 접근성 등 조건을 이유로 제외됐다. 이후 대전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 세종 이전과 인구 유출이 이..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직장맘에게 지급하는 출산 전후 휴가급여 상한액이 내년부터 월 220만원으로 오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하한액이 출산휴가급여 상한액을 웃도는 역전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다. 고용노동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출산전후휴가 급여 등 상한액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는 출산 전과 후에 90일의 출산전후휴가를 받을 수 있다. 미숙아 출산은 100일, 쌍둥이는 120일까지 가능하다. 이 기간에 최소 60일(쌍둥이 75일)은 통상임금의 100%를 받는 유급휴가다. 정부는 출산·육아에 따른 소득 감소를 최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회식 상권은 '노다지'로 불린다. 직장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만큼 상권에 진입하기 전 대상 고객은 몇 명인지, 인근 업종은 어떨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레드오션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 365'를 통해 대전 주요 회식 상권을 분석했다. 10일 소상공인 365에 따르면 해당 빅데이터가 선정한 대전 회식 상권 중 핫플레이스는 대전 서구 월평동 '선사유적지 인근'이다. 회식 핫플레이스 상권이란 30~5..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 풍성한 연말 공연 풍성한 연말 공연

  • ‘졸업 축하해’ ‘졸업 축하해’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