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긴 공백이 우려스럽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이 뚜렷이 반영된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7월 26일 장관급 부처로 신설된 이후 근 두 달을 '루틴한' 일상 업무 위주로 꾸려가는 처지다. 큰 밑그림의 경제 분야 구상은 꼬여들고 있다.
이건 먼저 의식의 문제다. 전체 고용의 87.9%, 전체 기업의 99.9%인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구조로 바꾸는 일을 너무 만만히 본다. 데이터, 트래픽, 콘텐츠 등 무형자산으로 승부가 나는 4차 산업혁명을 말하면서 눈높이는 제조업 시대에 머무른다. 남산 위 아름드리 소나무와 눈앞의 막대기를 비교할 줄 모른다. '위치의 상상적 전환 능력'이 떨어진다. 첫 중기부 장관 후보로 27번째인가 28번째인 박성진 후보자는 검증만 더 어렵게 만들고 물러났다. 저 사다리에 오를 수 있을까? 오르는 도중 누가 또 후다닥 치우지는 않을까? 조롱과 희화화의 수렁이 싫어 손사래 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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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능력 검증은 형식적인 액세서리가 됐다. 후보자의 상생 의지는 들여다볼 틈조차 없다. 말 나온 김에, 중소기업의 생산성 하락을 대기업 탓으로 돌리는 피해의식은 버려야 한다. 중소기업 지원 일변도가 반드시 이롭지는 않다. 대기업 규제 일변도는 연관된 중소기업을 옥죄고 그 빈자리를 외국계 기업에 내주기도 한다. 글로벌 기업들과 맞짱을 뜨는 대기업들은 몸집이 커야 유리할 수 있다. 자원배분을 왜곡시켜 중소기업 경쟁력을 약골로 만든 것은 돈만 쓰는 정책의 전형적인 폐해다.
이런 부분까지 세세하게 살펴야 하는 초대 장관이 중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주무부처가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로 나뉘어 생기는 정책 단절도 막아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 관련 산하기관을 중기부로 이관하는 방법도 제시할 수 있다. 대기업을 위해서도 중기부의 존립 가치가 있어야 한다. '온리'가 아닌 '투게더'가 돼야 하는 것이다. 중기부가 중소기업청 자리에 잔류할지 장관급 청사가 모인 세종시로 갈지의 청사 입지도 덮어둔 그대로고 중기부 산하기관 인사는 미뤄졌다. 베트남 에이펙(APEC) 중소기업 장관회의에도 가지 못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대책마저 없거나 마땅찮다.
초장부터 이렇게 파장 분위기로 갈 수는 없다. 장관 인재풀은 박성진 후보자 낙마로 더 비좁아졌다. 돌고 돌아 제자리 같지만 이런 마당에 박영선, 윤호중, 김병관, 오영식, 홍종관 의원 등 정치인 기용도 다시 떠오르고 있는 선택지다. 교수의 이론과 관료의 업무 파악력 대신에 각 부처에 산재된 지원 시책·정책에 대한 조정능력을 갖춘 정치인의 '파워'가 초창기엔 유리할 수 있다.
어쨌든 그런 다음, 무차별적인 '내로남불' 신상 털기와 정쟁 도구화한 제도를 이참에 뜯어고치자. 황희 정승, 이순신 장군도 안 된다는 십몇 년 묵은 말장난은 집어치워야 한다. 본말이 뒤집혀 득보다 실이 컸다. 제도를 도입한 참여정부부터 인사청문회 개선 태스크포스를 각각 만든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까지 쌓인 적폐 아닌 적폐에 국민 피로감이 높이 쌓인다.
검증은 해야 하지만 제도가 부실한 데다 운용하는 사람도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귀국하는 22일 이후, 28번째 또는 29번째의 초대 중기부 장관 후보자가 또 발표될 것이다. 가급적이면 추석 연휴를 넘기지 말고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을 마무리하면 좋겠다. 여야 모두에 응분의 책임이 주어져 있다.
최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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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 논설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