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경제통]IMF 20년, 잊으면 또 온다

  • 오피니언
  • 최충식 경제통

[최충식 경제통]IMF 20년, 잊으면 또 온다

  • 승인 2017-11-22 15:58
  • 신문게재 2017-11-23 22면
  • 최충식 기자최충식 기자
470610164
11월 21일이 'IMF 외환위기 20주년'이었다. 기념일도 아니면서 꼭 기억해야 할 이날에 앞서 국제통화기금(IMF) 미션단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3.2%로 상향 조정했다. 한 달 전에는 2.7%에서 3%로 올렸다. 우리가 IMF에 손 벌린 이듬해의 성장률은 나이아가라 폭포처럼 추락한 -5.5%였다. 그다음 해는 11.3%였다. 경제가 뿌리째 흔들리던 그 무렵, 수렵채집기의 국내총생산(GDP)을 가상해본 적이 있다. 국가가 없었으니 잠시만 씨족총생산, 부족총생산이라 불러도 좋다.

이동하며 살던 수렵채취경제에서 물질적 부는 수고롭고 무거운 짐일 뿐이었을까. 그때 못 푼 석기시대 경제학의 수수께끼를 인류학자 마셜 살린스가 풀어줬다. 재물이 없어 오히려 빈곤하지 않다는 역설이었다. 물욕, 소유욕이 희박한 비경제인들은 욕구도 쉽게 채워졌을 것이다. 그러니까 1인당 국민소득(GNI) 3만 달러를 넘보는 우리보다 가난했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노동시간이 짧고 나름의 방식으로 여유를 즐겼을 수렵채집인들에게 성장률 1%는 개미 한 마리의 가치도 없을 것이다.

문명화 세계에선 다르다. 성장률 1%는 복리 개념처럼 부풀어오른다. 1930년부터 80년간 유럽 국민총생산 규모는 4배 커졌다. 어림하여 연평균 1.8% 성장일 텐데 이 정도다. 만약 2.8%씩 매년 성장했으면 경제규모는 8배 이상이었다. 미래가치=현재가치×(1+성장률)×기간이라 해두자. FA=PV×(1+r)×t. GDP를 100으로 잡고 성장률 3%가 지속되면 40년 후 326으로 3배 이상 커진다. 8%면 10년 만에 규모가 2배 이상(216)이 된다. 우리가 경험한 1966년 12%, 1967년 9.1%, 1968년 13. 2%, 1969년 14.5% 등의 고도성장 릴레이는 궁핍의 터널을 빠져나가는 희망의 숫자였다.

그 시절의 우리처럼 성장에 따른 낙관적 기대는 중국, 인도 등 이머징 마켓(떠오르는 신흥시장)에 속한 나라가 높다. 일본, 싱가포르 등 성장이 둔화된 국가는 기대치가 낮다. 한국은 그 중간쯤이다. 경제성장률 1%가 증감하면 일자리 5만 개가 늘거나 줄기도 한다. 다행히 올해의 경제성과인 성장률은 3년 만에 3%대 복귀가 확실시된다. 해외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도 2.8%에서 3.8%로, JP모건이 2.9%에서 3.2%로 상향했다. 한국은행도 0.2% 높여 3.2%로 조정했다. 반가운 신호다.

IMF 사태를 겪은 지 20년, 그 사이 경제규모는 3배 커졌으나 중산층은 사라지고 서민 삶은 팍팍해졌다. 더 힘들
최충식 캐리커처
최충식 논설실장
다는 사람도 있다. 먹는 입, 말하는 입이 자유로워야 행복하다. 지구상에서 GDP 167위의 빈국이지만 국민행복지수 1위에 올랐던 부탄 같은 나라는 아주 예외다. 부탄 국왕은 GNH(국민행복지수)를 제시한다. 그런데 부탄인 97%가 행복한 배경에는 14%까지 고성장하는 GDP도 한몫했다. 어쩌면 그것이 희망지수였다.

하지만 근거 없는 낙관은 병이다. 외환위기 한 달 전, 당시 강경식 경제부총리는 이렇게 썼다. "우리도 그런 충격파 속에 함께 놓인 것으로 생각했지,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로 치닫는 길에 들어섰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IMF 환란으로 경제주권을 잃기 20일 전, 경제부총리는 우리 경제기초(펀더멘탈)가 튼튼하다고 큰소리 뻥뻥 쳤다. 20년 전과 지금이 달라진 것은 5년 안에 경제 위기가 닥친다는 경고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잘나간다고 어물어물 대응하고 경제적 역동성을 되찾지 못하면 위기는 또 찾아올 수도 있다. 11월 21일, 그냥 그렇게 쉽게 잊혀도 되는 날이 아니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영화·드라마' 촬영 명소로 간다
  2. 아산시 어의정로 교차점 광장 준공
  3. 교육행정 몰리고 시설직은 주춤…교육청 공채 경쟁률 '온도차'
  4. [대전 전통산업 특화거리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다] ①대전 전통산업과 특화거리의 탄생과 번영…그리고 존폐의 기로
  5. 두 자녀 태우고 만취운전 30대 사고까지…여름철 엄격 단속 필요
  1. 창업기업 74곳에 최대 4억원 '대전 창업기업 들썩'
  2. 폐현수막의 변신은 ‘무죄’
  3. K리그 휴식기, 대전 서포터즈는 '청소' 중?… "승리의 기운을 줍습니다"
  4. 우송대 응급구조학과 학생들, ‘실무능력 UP’
  5. 천문연구원, 희귀 왜소신성 발견…공전주기 짧아 중요 연구대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 보건소 인력부족에 `허덕`…전국 광역시 중 가장 적어

대전 보건소 인력부족에 '허덕'…전국 광역시 중 가장 적어

대전시민의 당뇨와 비만의 만성질환 관리부터 감염병 예방과 임산부·아동 건강을 살피는 보건소가 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인구 1만 명당 보건소에 근무하는 인력을 비교한 결과 대전은 부산의 절반 수준이고, 대구와 광주, 울산, 인천보다 적어 시민 건강을 담당하는 보건소 인력 배치가 가장 적은 광역시로 파악됐다. 22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대전의 5개 보건소에 근무하며 시민의 공공보건 의료를 뒷받침하는 인력이 광역시 중에서 가장 적은 상황이다. 2024년 말 지역보건의료기관총람 기준으로 대전 5개 보건소 근무 인원은 총 540명으로..

두 자녀 태우고 만취운전 30대 사고까지…여름철 엄격 단속 필요
두 자녀 태우고 만취운전 30대 사고까지…여름철 엄격 단속 필요

대전에서 어린 자녀 2명을 태우고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낸 3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음주운전 사고 증가가 우려되면서 단속 강화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22일 대전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과 음주운전 혐의로 30대 여성 A 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A 씨는 21일 오후 8시 40분께 대전 서구 변동의 한 오거리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하다 사고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신호를 위반해 좌회전하던 중 맞은편 도로에서 우회전하던 승용차와 택시를 잇따라 들이받은..

[기획시리즈] ①대전 전통산업과 특화거리의 탄생과 번영…그리고 존폐의 기로
[기획시리즈] ①대전 전통산업과 특화거리의 탄생과 번영…그리고 존폐의 기로

대전 중구 중촌동 맞춤패션거리와 정동 인쇄거리, 원동 한복거리 등 과거 대전을 상징하던 유서 깊은 산업 자산들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자구책 마련을 위해 붙여진 특화거리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급격한 산업 구조 변화와 유통 시스템 현대화 속에서 경쟁력을 잃어간 채 존폐의 기로에 서면서다. '생산의 효율화'란 거대한 산업 발전 흐름이 오늘날 현대 사회의 모든 가치를 장악하고 있지만, 지역의 고유한 숨결과 정체성이 담긴 전통산업의 흔적이 미래세대에 적절히 계승돼야 마땅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낡은 산업의 미래를 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폐현수막의 변신은 ‘무죄’ 폐현수막의 변신은 ‘무죄’

  • 우송대 응급구조학과 학생들, ‘실무능력 UP’ 우송대 응급구조학과 학생들, ‘실무능력 UP’

  • 민선 9기 대전시장직 인수위 기자회견 민선 9기 대전시장직 인수위 기자회견

  • 하지(夏至)맞은 주말농장 ‘구슬땀’ 하지(夏至)맞은 주말농장 ‘구슬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