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경제통]가상화폐는 가상의 화폐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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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 경제통]가상화폐는 가상의 화폐일 뿐?

  • 승인 2017-12-13 09:54
  • 수정 2017-12-13 15:21
  • 신문게재 2017-12-13 22면
  • 최충식 논설실장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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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로 예정된 범정부 TF 회의에 앞서 우리은행과 산업은행 등이 가상통화의 현금화에 쓰는 가상계좌 제공을 중단하고 있다. 온라인 가상화폐 거래를 막아 제도권 꼽사리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조치다. 화폐로도 금융자산으로도 인정하지 않는다. 폰지(금융다단계) 낙인을 박아 거의 범죄시한다.

현주소가 이런데도 모양이 없고 만져지지 않는 코인 가격은 실시간 널뛰기 중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www.bithumb.com)의 창을 한번 들여다보면 등락이 뚜렷하다. 극단적인 가격 변동성은 최악의 가정이지만 0으로 수렴할 수도 있음을 전제로 한다. 대안화폐가 되려면 지급·결제·청산 기능은 물론 가치 안정성은 기본이다. 선사시대 조개껍데기 화폐 통용도 보편적 가치성에 있었고 그걸 떠받치는 세력이 존재했다. 이 시대의 강제 통용을 보증·제어할 세력인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를 24시간 도박장 수준으로 들여다본다. 도박장을 정식 인정하기 싫어 규제 자체가 조심스러운 자세다. 유사 이래 지구 위 첫 단일 이데올로기인 '돈많이벌자주의'로 움직이는 투자자들은 가상화폐 좀비 취급을 당한다. 법정통화 대접을 못 받는 디지털 암호화폐 계정 잔액은 예금보험공사의 보호 대상도 아니다.

화폐가 아니고 자산이라는 설명조차 통하지 않는다. 암호화폐는 어떤 면에서 뒷산 돌멩이와 비스름하다. 인정을 못 받는다. 유로화 사용으로 눈에 덜 띄는 추세지만, 프랑스에서 생텍쥐페리를 넣고 다닌 것은 50프랑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팡세'를 읽지 않고 '환상교향곡'이나 '파도'를 싫어해도 파스칼과 베를리오즈와 드뷔시를 그린 화폐를 넣고 다닌다. 우리가 신사임당과 세종대왕을 지갑에 모시는 이유도 권력의 독점적 사용으로 화폐를 유통하는 국가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가능하다.

지금 세계 5위로 달궈진 한국의 가상화폐는 빈 조개더미 취급을 받는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리플, 대시, 모네로, 퀀텀, 스팀 등 수십, 수백을 헤아리는 가상화폐에 금융 공신력 대신에 거래 금지라는 극약 처방까지 고려 중이다. 거래 차액에 세금을 매긴 일본이나 재산으로 보는 미국과 대조적이다. 엊그제의 미국 선물시장(先物市場) 비트코인 첫 거래도 투자주의보쯤으로 받아들였다.

가상화폐의 첫 단추는 투기라는 잘못된 만남이지만 언젠가 제도권 진입을 하게 될 것이다. 연초 120만원이던 1비트코인 가격이 연말인 이 시점에 1900만원 선까지 치솟고 있으니 침을 삼킬 만하다. 가상공간의 정당한 이윤 추구가 악덕은 아니다. 누구라도 '크리스마스 캐럴'의 스크루지 영감처럼 궁상떨며 살 이유는 없다. 그러나 현재적 시장의 실물 화폐는 아니지만 미래적 효용가치가 안개 속에 파묻히면 문제가 달라진다.

화폐라는 이름이 붙은 이상, 어떤 화폐냐가 중요하다. 투자자들은 '투자가 중요하다'를 '투자는 중요하다'로 자세를 고쳐 생각해봐야 한다. 어떤 투자냐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정부의 가상화폐 쇄국정책도 국가 간 규제 없이는 한계가 있다. 거래를 막아도 미국이나 일본 등에 투자하면 그만이다.

최충식(3)캐리커처
최충식 논설실장
그렇긴 하지만 가상화폐 주무 부처가 금융위원회에서 법무부로 바뀐 데는 중요한 암시가 들어 있다. 새 금융 모델로 안 보고 고강도 규제 올가미를 씌우겠다는 자세의 반영이다. 미래 특정시점의 실제 사용을 믿고 가상화폐를 '채굴'한다면 15일 내놓을 범정부적 '특단 조치'에 귀기울여야 할 것 같다.

 

최충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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