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경제통]출생아 35만명과 임신지수

  • 오피니언
  • 최충식 경제통

[최충식 경제통]출생아 35만명과 임신지수

  • 승인 2018-02-28 16:38
  • 신문게재 2018-03-01 21면
  • 최충식 기자최충식 기자
사진0
영국 Financial Times(FT) 캡처
미투(Me Too) 운동이 결혼과 출산에 미미하게라도 영향을 줄까. 26일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임신 감소가 경기침체 전조(前兆)일 수 있다는 기사에 아주 잠깐 걸쳐본 생각이다. 경제위기 직전 임신 건수가 뚜렷이 감소한다는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연구는 흔한 듯하면서 매우 새롭다. 연간 출생아 수 40만명선이 무너진 우리에게 중요한 키를 제시한다.

연구의 특징적인 시사점은 경제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경제가 어렵기 전에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이다. 1990년대, 2000년대 초기와 2000년대 후반을 기준으로 최소 6개월 전 경기 변화에 선행하는 임신 건수 감소를 짚어냈다. 심층 연구가 필요하지만 2009년은 국내 출생아 수 44만 명으로 내리막길을 향하던 무렵이다. 임신이 감소한 2007년 3분기는 경기가 나빠지리라는 전망을 어떤 전문가도 내리지 않던 호시절이었다.

이전의 립스틱이나 미니스커트, 팬티형 기저귀 판매와 경기와의 상관관계는 동시적이거나 후행적인 것들이었다. 18세기 영국에서 실질임금이 오르면 시차를 두고 출산율이 높아졌다든지 현대에 이르러 실업률 1%P가 오르면 출산율이 0.2%P 떨어진다든지 하는 것 등이다. 이번은 좀 다르다. 기업인도 경제를 괜찮다고 확신했던 2007년 금융위기와 불황 이전에 임신이 감소한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우연의 일치로 보기에는 분석에 쓰인 1억900만 건의 출생 데이터가 너무 많다. 그렇다고 NBER의 결론대로 불황과 임신의 상관성을 획일화하긴 힘들다. 경제 현실만이 아닌 심리적 부담으로 출산을 기피하는 사례도 많고 돌봄의 공공화로 풀지 못할 사회문화적인 요인도 있다. 여유롭게 인생을 즐기려거나 육아 책임감이 싫어서도 기피한다. '상대소득 가설'이 작동돼 기대하는 소득 수준과 실현 가능한 소득 비교로 임신을 결정하기도 할 것이다.

경제학적 시야에서 저출산은 비용과 편익 간 치열한 저울질 끝의 합리적인 부작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저출산 극복에 10년간 80조원을 투입하고도 한 해 출생아 35만명대로 허망하게 뚝 떨어졌다. 지난해 초등 신입생 5명이 안 된 학교가 622개교였다. 충북 269개교 중 100개교가 신입생 10명 미만인 것이 인구 정책의 현주소다. 더하고 뺄 것 없이 단 한 명의 입학생도 못 받은 초등학교가 113곳이었다. 이는 곧 중·고교로 전이된다.

임신과 출산을 할 '엄마'도 줄고 있다. 양육비와 교육비, 사회활동, 개인 성향이 가미돼 출산율은 하강 곡선을 그린다. FT 보도를 근거로 보면 최소한 경기 악화 6개월 전부터 임신 사례가 감소한다. 자동차와 같은 고가품 구매 동향보다 더 유력하게 임신 감소가 불황의 선행지표가 된다. 3월 중소기업 건강도지수(90.6) 등 각종 경제지표보다 궁금한 임신지수지만 바로 유의미한 통계를 얻을 수는 없다. 전문가 이상의 경제 예지능력을 지닌 가임기 여성들의 반응은 뒤로 미루고 정부에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 판에 박힌 말이지만 경제 활성화, 그리고 정책공급자(정부)가 아닌 정책수요자(개인과 가족) 위주의 인구 대책 두 가지다.
482495274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단양군엔 3억6000만원 내라면서…105억 발전소 수익은 감춘 한국수자원공사
  2. 대전역세권 복합2-1개발 무산 수순... 전략 재정비해야
  3. 세종 행정수도특별법, 9월 논의 불발… 국감 이후 격랑 속으로
  4. 수사권 개편에 인력 몰아놓은 대전경찰… 생활치안 균형 ‘시험대’
  5. 충주시, 내년 생활임금 13.5% 인상…시급 1만 2630원
  1. 글로컬대학 ‘통합’ 곳곳서 난항… 충남대·공주대 사업 향방은
  2. 농어촌 기본소득 내년 35개 군으로 확대되는데… 전산시스템 부재는 여전
  3. [한성일이 만난 사람]임영진 (주)로쏘 성심당 대표
  4. 세종시 복싱의 간판 '장동환', 29일 아시안게임 결승 정조준
  5. 전국 보훈병원 전문의 못 찾아 휴진도…대전병원도 신장내과 전문의 부재

헤드라인 뉴스


세종 행정수도특별법, 9월 논의 불발… 국감 이후 격랑 속으로

세종 행정수도특별법, 9월 논의 불발… 국감 이후 격랑 속으로

세종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특별법이 사실상 오는 12월 정기국회 막바지, 예산 정국 아래 논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여 공세에 집중하고 있는 야당이 10월 국정감사 이후 논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달 말 회의 개최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8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 일정을 둘러싼 여·야 간사 간 협의가 끝내 매듭을 짓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은 10월 국감에 앞서 이달 29~30일 회의 개최를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국감 이후인 11월 개최를..

가을야구 멀어진 한화… 남은 시즌은 ‘내년 찾기’
가을야구 멀어진 한화… 남은 시즌은 ‘내년 찾기’

길었던 11연패에서 벗어난 한화 이글스가 사실상 멀어진 가을야구 대신 내년 시즌을 위한 전력 점검에 나설지 주목된다. 정규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든 만큼 신인과 퓨처스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올 시즌 뚜렷한 주인을 찾지 못한 중견수 등 취약 포지션의 해법을 찾는 것이 남은 과제로 떠올랐다. 한화는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6-2로 승리하며 11연패에서 탈출했다. 한화는 55승 76패 4무로 9위에 머물며 5위권과 격차가 크게 벌어져 포스트시즌 진출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남은 경기의 초점은 승수..

충청권 암 환자들 수도권 병원 진료·수술 쏠림 뚜렷
충청권 암 환자들 수도권 병원 진료·수술 쏠림 뚜렷

충청권 '암 수술 자체 충족률'이 전국 5대 권역 중에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암 환자들이 수술을 받으러 충청 소재 병원이 아니라 수도권 병원으로 간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비수도권 암 환자 중 수도권 주요 병원에서 진료받는 환자 역시 충청권이 가장 많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대전 중구)이 28일 제공한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시도별 10대 암 수술 자체 충족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2021∼2025년) 대장암과 폐암, 위암, 간암 등 10대 암 수술의 자체 충족률은 서울 9..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0월부터 안전모 미착용 집중단속…벌점 10점도 부과 10월부터 안전모 미착용 집중단속…벌점 10점도 부과

  • ‘다시, 집으로’ ‘다시, 집으로’

  • 막바지 귀경길 막바지 귀경길

  •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추석의 의미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추석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