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식 경제통]빈곤 포르노의 포르노성(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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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 경제통]빈곤 포르노의 포르노성(性)

  • 승인 2018-08-01 16:28
  • 신문게재 2018-08-02 21면
  • 최충식 기자최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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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적으로, 새로운 포르노를 찾는 이유를 '한계효용'에서 찾는다. 그러나 모든 욕망을 이 따위로 해부하면 위험하다. 대중은 덜 야하고 덜 난잡한 영화도 찾는다. 야동이라도 유기체적인 순환의 메커니즘이 있어 센 것만 찾지는 않는다. 그런 메커니즘을 거슬러 시종일관 불편한 '포르노'가 있다. 파리가 다닥다닥 붙은 아이들이 출현하는 구호 홍보 영상을 보면 모금에 응해야 편할 것 같다.

하필이면 포르노, 빈곤 포르노(poverty porno)로 불리는 것부터 우선 불편하다. 정부가 비만 관리를 명분으로 '먹방' 규제를 내비치자 국가주의(Statism)라는 냉소가 나왔지만 식욕을 비정상적으로 자극하는 푸드 포르노(food porno)도 목에 걸리긴 매한가지다. 목구멍에 음식이 닿기도 전의 음음거리는 감탄사까지 귀에 거슬린다. 식성과 성욕, 가난마저 과한 연출과 왜곡은 차별적 고정관념을 조장한다. 아프리카가 처절한 땅이라는 빈곤 포르노의 타깃은 '제한된 합리성'이다. 불완전한 정보로 합리적일 수만은 없는 인간 심성을 겨냥한 것이다.

비극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인 절반은 하루 1.25달러로 연명한다. 1960년대 절대빈곤 상황으로 원조를 받던 한국이 그 정도였다. 전 세계 기아 인구는 12%, 8명당 1명꼴이다. 사하라 남부는 24%가 기아에 허덕인다. 국제개발원조기관들은 모금에 효과적이라며 비참 모드를 생성한다. 포르노에서 러브스토리가 중요하지 않듯이 불쌍하게 보이면 그만이다. 가련함의 도가 지나쳐 아프리카를 저주받은 땅으로 각인시키기도 한다.

아프리카=절대 빈곤. 마케팅으로는 성공적 장치이겠으나 진실 전달엔 걸림돌이다. 굶주림 외에 교육과 의료나 일자리와 자유 부재 등 빈곤의 다면성 이해에도 도움이 안 된다. 노벨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은 기부를 이윤 극대화 전략일 때에 한한다. 기업의 기부를 쇼 비즈니스로 본 그는 말했다. "자동차를 팔기 위해 미녀를 차 앞에 세워두는 거라면 괜찮다." 그가 살아 있다면 모금을 위해 가난 앞에 발가벗긴 것도 괜찮은지 물어봤을 것이다. 그어진 경계선이 짙을수록 약자는 더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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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목적이라도 때와 장소를 잘못 분간하면 독이 된다. 논란이 되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국제구호개발기구의 기부 후원 광고 모니터링을 끝냈다. 모금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지 은근히 걱정도 된다. 합리적 계산기만 두드리지 않는 인간 행동을 노린 빈곤 포르노의 대안이 전무한 건 아니다. 토악질 나오는 흙탕물 대신, 청량한 물을 마시는 미국 비영리단체 '채리티 워터(Charity Water)'의 홍보 영상이 그 힌트를 제시한다. 내가 낸 기부금이 잘 쓰임을 시원한 이미지로 보여준다.

포르노스타를 보다가 알퐁스 도데의 '별'에서 목동이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불쑥 만났을 때의 정화되는 느낌을 얻는다. 미적 자본, 매력 자본(에로틱 캐피털)이라면 좋게 살려 나쁠 게 없지만, 고통을 응시하는 문제에서는 포르노 기법을 쏙 빼고 후원을 늘릴 방법을 고민해볼 때다. 포르노의 제일 무서운 상대는 진정한 에로스 아니겠는가. 이 말 역시 죽어가는 아이들에겐 아프고 미안한 이야기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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