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칼럼] ‘꼰대’에서 그래도 ‘곤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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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칼럼] ‘꼰대’에서 그래도 ‘곤대’로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8-08-15 08:59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손종학 01086489915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좀 흉하게 들리는 말 가운데 '꼰대(혹은 꼰데)'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先生)이나 아버지 또는 늙은이를 이르는 말"로 정의된다. 이 말이 언제부터, 어떻게 해서 사용되기 시작하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현재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이 '꼰대'라는 말은 결코 긍정적으로 또는 가치 중립적으로 쓰이지는 않는다는 사실만큼은 명백하다. 더 나아가 '꼰대질'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가 "기성세대가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젊은 사람에게 어떤 생각이나 행동 방식 따위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행위를 속되게 이르는 말"임을 생각한다면 꼰대질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꼰대'라는 말은 매우 부정적인 의미를 넘어 일종의 갑질을 일삼는 사람이거나 청산되어야 할 적폐꾼으로도 비화할 수 있는 용어이다. 그러기에 아마도 아무런 이유 없이 이 말을 듣는 사람은 자신이 심한 모욕을 당하였다고 하면서 법적 조치를 생각하겠다고 흥분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여름 무더위에 찬 얼음 등에 베고 거실에 누워 곰곰이 생각해보면, '혹 기실 우리는 모두 크든 작든 꼰대적 성향이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쉬이 지울 수가 없다. 간단히 말하면 나도, 너도 아니 그 누구든 꼰대가 되어 꼰대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우리가 꼰대라는 말을 단지 우스갯소리나 험담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더 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것은 이 꼰대적 기질을 가진 사람은 본인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병폐로 지목받고 있는 '갑질'을 부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갑질로 발전하기 전의 전조 현상이 꼰대질이라고나 할까?

그러면 도대체 경험의 풍부함, 지식의 깊음 등은 경륜이라는 이름으로 존경의 대상이 되면 되었지 왜 조롱과 경멸의 대상으로 전락하였을까? 즉 이 꼰대는 어떻게 해서 탄생하는 것일까? 발생 배경과 원인은 위에서 본 꼰대질의 사전적 정의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즉 꼰대질이 자신의 경험이나 행동을 일방적으로 옳은 것으로 생각하여 이를 후배에게 강요한다는 것으로서 결국 어른이나 선배, 선생의 편협함, 자기중심적 사고, 타인에 대한 배려 부족, 조직의 발전은 구성원 모두의 합심에서 나오기보다는 본인의 능력과 경륜에서 더 잘 발휘될 수 있다는 극주관적 착각 등등이 꼰대의 발생 원인이 될 수 있고, 아마도 이런 것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누군가의 꼰대가 될 소지가 커진다고 할 수 있다.

이쯤에서 자문해본다. 어떻게 하면 경험 많고 능력 있는 사람이 꼰대 소리를 듣지 않고 존경받는 선배와 어른으로 남아 있을 수 있을까? 그 답은 후배 세대, 부하 직원 등과 끊임없이 소통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정신을 유지하며, 자기개발에 철저하려는 마음가짐 같은 것들 밖에는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지 못 하다면 사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성에 고립된 채 살아가는 외톨이로 남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잠시 필자가 속한 교직사회로 눈을 돌려보자. 필자를 포함하여 많은 선생님들의 일반화된 특징 중의 하나는 본인이 실력도 뛰어나고, 인기도 꽤 많으며 학생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글자 그대로 나름 '꽤 좋은 선생'이라고 여긴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배움을 받는 학생들은 대부분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자기들끼리는 별 고민 없이 꼰대라고 부른다. 그러기에 선생님들의 생각은 큰 착각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생각하는 선생님일수록 본인은 열린 마음과 젊은 감각을 지니고 있기에 학생들과 소통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확신 세계에서 헤어나지 못 한다는 점이다. 왜 이러한 미스 매치가 일어나는 것일까?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착하고 성실하다. 그래서 선생님에게 잘 보이려고 무던히도 애쓴다. 좀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잘 대접해주려고 몸부림치며 노력한다고나 할까? 이를 제대로 읽지 못 하고 본인이 좋은 선생이기에 그렇다고 참으로 편하게 생각하는 데에서 오는 착시현상일 것이다.

예년과 달리 아직도 참으로 무더운 늦여름이지만 시간은 흘러 개학이 코앞에 와있다. 새 학기에 학생들을 만날 때, 좋으신 선생님들이여, 잊지 말자. 제자들의 얼굴에 핀 웃음이 우리를 만나는 일이 언제나 기쁘거나 행복해서 짓는 웃음만은 아닐 수도 있음을... 이러한 가능성을 인정만 할 수 있어도 이미 우리는 절반 정도는 꼰대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도 있다. 훌륭한 스승까지는 바라지 못한다 할지라도 꼰대가 되는 것만큼은 피하여야 하기에 스스로가 꼰대일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면서 학생들을 대하려는 마음가짐, 학생들의 입장에서 사물을 이해하고 세상을 보려는 노력, 내가 틀릴 수 있고 그들이 옳을 수 있다는 겸손함, 오늘 교실을 채운 이 젊은이들이 우리 사회의 미래이고 희망이라는 확신, 이런 것들로 우리 삶의 순간순간을 채워야 하지 않을까?

필자는 이런 교육자를 '곤대'라고 이름 붙이고 싶다. 안 좋은 '꼰대'에서 조금은 좋은, 그래서 'ㄱ' 자음 하나 뺀 '곤대' 말이다. 이는 적어도 사랑하는 제자들로부터 꼰대라는 호칭만은 듣고 싶지 않은 마지막 자존심이 궁리해낸 신조어이다. 세월 흘러 먼 훗날, 국어사전에 다음과 같이 신생 단어가 실리기 소망해본다. "곤대: 주로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나 선생을 가리키는 말로,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일반화시켜 학생이나 후배 세대에게 주입시키려는 성향을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꼰대'와는 달리 그래도 말이 통하는 자로서 나름 젊은 세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하여 안쓰러울 정도로 애쓰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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