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눈물겨운 삶의 현장] "저는 대전 신탄진 택배 물류창고 '캠프2' 입니다"

  • 사회/교육
  • 사건/사고

[코로나19 눈물겨운 삶의 현장] "저는 대전 신탄진 택배 물류창고 '캠프2' 입니다"

개당 800원하는 택배 할당 받기 위해 손님이 많이 찾아요
학원장님부터 회사 사장님까지 새벽부터 줄서죠
생수·쌀 걸리면 '운수 좋은 날'이죠… 거울은 깨면 배상해야 해요

  • 승인 2020-04-09 17:46
  • 신문게재 2020-04-10 5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GettyImages-jv11990006
저는 대전 대덕구 신탄진에 있는 택배 물류창고 '캠프2' 입니다.

모두 코로나19 때문에 모두 위축돼 있겠지만, 저는 마스크만큼이나 인기가 좋아요. 원래 전속으로 일하는 ‘쿠팡맨’ 직원들 말고도 부업처럼 건당 수수료를 받아가는 일을 하기 위해서 요즘 부쩍 저를 많이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떤 분은 음악학원 원장님 내외분이신데, 자체적으로 휴원하면서 버티다가 도저히 방법이 없고 당장 다음 달 카드값이 걱정돼 나오기 시작했다고 해요.

많은 사람이 새벽반·오전반 가리지 않고 개당 800원 정도의 배송할 택배 물건을 할당받기 위해 뜨겁게 경쟁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요즘엔 한 번도 이런 일을 해보지 않은 분들이 많이 오는데, 택배 하려고 타고 오는 차량 종류도 엄청 다양해요.



택배 배송을 하기엔 어려운 작은 경차를 타고 오신 분들부터 어린이나 학생들을 태우고 다녔을 만한 노란색 봉고차도 많이 보입니다. 반짝거리는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온 분들도 물건을 하나라도 더 받으려고 줄 서서 제가 문 열기를 기다릴 정도죠. 이제는 다들 서로서로 '원장님', '대표님', '사장님' 부르면서 친해진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오늘은 간선문제가 생겨서 문 앞에서 손님들을 48분 기다리게 했어요. 기다리다가 그냥 가면 페널티를 받아 다음엔 다시 초대받지 못한다는 걸 알아서인지 다들 기다리고 있네요. 이제 문이 열리고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차들이 안으로 줄지어 들어옵니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차량 수도 정해져 있어서 늦게 온 손님들은 창고 밖에 주차하고 물건을 옮겨야 해요.

이제 물건들을 나눠주는 시간입니다.

먼저 QR코드를 찍어 출석체크를 한 다음엔 각자 배정받은 물건을 찾으러 갑니다. 105D 칸에서 배정받은 물건을 보고 김 사장님이 한숨을 내쉬네요.

'어제부터 계속 운수 좋은 날이야.' 오늘 배정받은 물건 중엔 2ℓ 생수 6묶음도 있고, 상자에 담긴 5㎏ 쌀 2개, 그리고 깨지면 배상해야 하는 거울까지 있습니다. 왠지 유니폼 입고 트럭으로 배송하는 회사 식구는 쉬운 물건과 장소만 가는 것 같고, 본인은 차별대우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안 좋아졌나 봅니다.

배송 물품을 차에 싣고, 한숨을 계속 내쉬며 옆에 있던 이 원장님과 이야기 나누는 걸 들어봤어요. "어젠 또 물건 잘못 배송해서 배상했잖아. 그리고 바로 접촉 사고 나서 처리하고, 다음 배송지에선 주차 딱지까지 떼서 30만 원 손해 봤어."

주급 형태로 2주마다 3.3% 공제한 돈을 받긴 하지만, 4대 보험은 가입이 안 돼 일하면 할수록 상황이 어려워지는 것 같다며 낯빛이 더 어두워졌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비가 안 오고 배송지에 엘리베이터 있어도 감사하게 생각하려 한다며 스스로 위안을 하더라고요.

코로나19 사태에 특히나 절망스러운 자영업자분들이 살아남기 위해 눈물겨운 생활상을 저는 바로 눈앞에서 지금 보고 있습니다.

저의 유일한 복지혜택인 300원짜리 자판기 콜라를 하나 뽑아 마시며, 첫 배송지인 동구 용전동으로 출발하는 모습이 보이네요. 김 사장님! 응원하겠습니다.
이현제 기자 guswp3@

※이 기사는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대전 신탄진 택배 물류창고’를 주인공으로 1인칭 시점에서 재구성한 것입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함께 노래하는 대전 의사들 20년 맞이 정기공연…디하모니 19일 무대
  2. 나에게 맞는 진로는?
  3.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4. 대전대덕우체국 노사 재배 고구마 지역에 기부
  5. 항우연 곪았던 노노갈등 폭발… 과기연전 "우주항공청 방관 말고 나서야"
  1. [교단만필] 학교스포츠클럽, 삶을 배우는 또 하나의 교실
  2. [사설] 공공기관 이전 '희망 고문'은 안 된다
  3. 세종도시교통공사 '임산부의 날' 복지부장관 표창
  4. 대전농협, 농업 재해 피해 현장 방문
  5. 대전 상장기업, 사상 첫 시총 76兆 돌파

헤드라인 뉴스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간선급행버스체계인 BRT '바로타' 이용자 수가 지난해 1200만 명을 돌파, 하루 평균 이용객 3만 명에 달하며 대중교통의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행복청은 '더 나은 바로타'를 위한 5대 개선 과제를 추진해 행정수도 세종을 넘어 충청권 메가시티의 대동맥으로, 더 나아가 세계적 BRT 롤모델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청장 강주엽·이하 행복청)은 행복도시의 대중교통 핵심축으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BRT '바로타'를 세계적 수준의 BRT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17일 밝혔다. 행복청에 따르면..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육군 제32보병사단은 10월 16일 세종시 위치한 예비군훈련장을 첨단 ICT(정보통신기술)를 융합한 훈련시설로 재개장했다. 제32보병사단(사단장 김지면 소장)은 이날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세종 과학화예비군훈련장 개장식을 갖고 시설을 점검했다. 과학화예비군훈련장은 국방개혁 4.0의 추진과제 중 하나인 군 구조개편과 연계해, 그동안 예비군 훈련 간 제기되었던 긴 대기시간과 노후시설 및 장비에 대한 불편함, 비효율적인 단순 반복형 훈련 등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추진됐다. 제32보병사단은 지난 23년부터..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가치 재확인… 개방 확대는 숙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가치 재확인… 개방 확대는 숙제

조선시대 순성놀이 콘셉트로 대국민 개방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3.6km)'. 2016년 세계에서 가장 큰 옥상정원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주·야간 개방 확대로 올라가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의 주·야간 개방 확대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주간 개방은 '국가 1급 보안 시설 vs 시민 중심의 적극 행정' 가치 충돌을 거쳐 2019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제한적 개방의 한계는 분명하다. 평일과 주말 기준 6동~2동까지 매일 오전 10시, 오후 1시 30분, 오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 나에게 맞는 진로는? 나에게 맞는 진로는?

  •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