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어이 상실과 간쟁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어이 상실과 간쟁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20-08-14 09:13
  • 수정 2020-08-14 09:14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좋은 약은 입에 쓰고, 충언은 귀에 거슬린다.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에 이롭고, 충고하는 말은 귀에 거슬리나 행실에 이롭다. 걸왕과 주왕은 무조건 따르는 신하들이 있었기 때문에 멸망했다. 임금에게 간쟁하는 신하가 없고, 아버지에게 간쟁하는 아들이 없고, 형에게 간쟁하는 동생이 없고, 선비에게 간쟁하는 친구가 없고도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임금이 잘못을 저지르면 신하가 간해야 하고, 아버지가 잘못을 저지르면 아들이 간해야 하고, 형이 잘못을 저지르면 동생이 간해야 하고,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면 친구가 간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로서 나라가 위태롭거나 망하는 징조가 없고, 집안에 패륜의 악행도 없고, 부자 형제간 잘못이 없고, 친구와 사귐도 끊어지지 않는다(良藥苦於口而利於病, 忠言逆於耳而利於行. 湯武以棍棍而昌, 桀紂以唯唯而亡. 君無爭臣, 父無爭子, 兄無爭弟, 士無爭友, 無己過者, 未之有也. 故曰君失之, 臣得之. 父失之, 子得之. 兄失之, 弟得之. 己失之, 友得之. 是以國無危亡之兆, 家無悖亂之惡. 父子兄弟無失, 而交遊無絶也. -《孔子家語 〈六本〉》)"에서 온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쟁은 간쟁(諫諍)이고, 간쟁은 어떤 사안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일이다.

필자는 새로운 일에 대해서 개방적인 편이다. 신조어도 그중 하나다. SNS가 일상화되자 신조어가 부쩍 늘었다. 오가는 말이 많아지다 보니 어휘가 더 필요한 모양이다. 무분별한 사용은 삼가야 할 것도 없지 않으나, 필요에 따라 생성소멸 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은가. '어이 상실'이란 말이 눈에 띈다. '어이없다'는 말이 강조된 느낌이다. 어이없다는 너무 뜻밖이거나 한심해서 기가 막힐 때 쓰는 말이다.

요즘 국정 책임자와 주변인 말을 듣다 보면 정말 어이 상실이다. 부동산 정책 하나만 보자. 대책이나 상황판단, 경기 전망 등 듣다 보면 뭐 하자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시장은 난리인데 안정적이라며 희망 사항을 나열한다. 정권주위엔 진정한 간관이 없는 모양이다. 간관이 없으면 다른 붕당 고언이라도 들어야 하는 데 귀를 막는다. 결과적으로 간쟁이 없다. 누군들 나라가 잘 못 되기를 바라겠는가? 경제 전문가 집단은 왜 침묵할까? 어이 상실이다 보니 유구무언 하는 것은 아닐까?

풍선효과(風船效果, Balloon Effect)라는 것이 있다. 한 곳이 들어가면 다른 곳이 나오는 것이다. 풍선 안 공기의 양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문제도 거시적 측면에서 보면 풍선효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돈이 되는 곳에 돈이 몰린다. 수도 없이 들어온 이야기다. 금리가 높으면 금융기관으로, 주식 수익이 좋으면 주식 시장으로, 기업 소득이 높으면 생산 및 설비투자로, 경제가 활성화되면 경제활동으로 돈이 몰린다. 당연지사다. 세상에 돈 될 일이 없으니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 아닌가? 출구가 필요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원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일관하다 보니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한다. 안정되는 것이 아니라 풍선효과에 의해 투기 지역이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대전은 발전 동력을 모두 상실한 도시이다. 그러함에도 뜬금없이 일부 지역 주택가격이 상승했다. 지난 1년 누적 상승률 11.50%였다. 처음은 아니지만, 지난 6월 17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었다. 좀 과장되게 말하면, 이러다가 전국이 부동산 투기과열지구가 되지 않을까 싶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지면 가격이 오른다. 공급을 줄이거나 억제하면서 왜 가격이 오르냐고 따지면 어쩌자는 것인가? 박원순 전 시장은 재임 9년 동안 주민 동의율을 높여 사실상 재개발을 억제하고, 뉴타운(재개발구역)으로 통칭되는 재개발 사업을 막아왔다. 기반시설 확충도 미흡했다. 과거 정부에서는 아파트 미분양이 넘쳐났다. 그러자 양도세와 취득세를 대폭 감면해 주기도 했다. 심지어 정부가 나서서 투기를 부추기는 측면도 있었다. 공급을 늘려서 서민주택 안정을 꾀한 것이다. 물론 동일한 정책이라도 시장 여건과 흐름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개인이 집 한 채 지으려 해도 기획이나 설계 외에 수십 개 공정이 있는 것으로 안다. 기획, 설계 단계부터 기능을 포함한 실용성, 안정성, 심미성, 경제성 등 고려해야 할 사항도 대단히 많다.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다. 임시 거처라면 몰라도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집 장사가 아니라면 적어도 자기 생전에 머무를 계획으로 집을 짓는다. 국가 정책이 즉흥적이거나 일시적이어서야 되겠는가? 상황에 대한 고려나 배려, 중장기계획이나 고민 없이 급조하여서 될 일인가?

숨은그림찾기는 나이와 관계없이 재미있다. 요즈음도 지능이나 치매 판단을 위한 그림 찾기가 종종 눈에 띈다. 초등학교 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친구가 직접 숨은그림찾기 그림을 그렸다. 산과 들이 있는 시골 풍경이다. 숨어 있는 그림을 명시해 놓았는데, 다른 것은 다 찾을 수 있었으나 하나를 찾지 못했다. 그 하나는 마늘이었다. 알고 보니 산과 하천을 대상으로 한 그림 전체가 마늘 모양이었다.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기억하니, 충격이 꽤 컸던 모양이다.

나무에 집착하다 보다 보면 숲을 보지 못한다. 불안하고 조급하다 보면 또한 전체를 보지 못한다. 국제 관계속에서의 한국, 역사속에서의 우리를 성찰하여 보다 심도 있는 강령이나 정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르포] "지하 파고, 흙더미 쌓인 트램 공사장"… 폭우 앞둔 대전 도심
  2. '중수청 5급' 검사엔 낮고, 경찰엔 기회?… 직급 셈법에 대전·충청 수사현장 촉각
  3. 허태정 대전시장 "무너진 시정 회복 시급…민생 최우선"
  4. 반도체, 장관인사 이어 차관도 충청 홀대…19개부처 달랑 2명
  5. 대전 서구 다시 젊어진다… 도마·변동 정비사업 순항, 둔산·갈마도 시동
  1. 대전시 재정난 후폭풍…자치구 현안사업 줄줄이 빨간불
  2. "지우고, 살리고…" 수장 바뀐 대전 3개 자치구 전임 정책 대수술
  3. 허태정 시장 "시민의 삶의 무게를 시정의 나침반으로 삼겠다"
  4. 한화, 전반기 마지막 NC와 운명의 3연전 '5위 탈환 노린다'
  5. [문예공론] 이순(耳順)에 서서 예순의 문턱에서 쓰는 자서(自序)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재정난 후폭풍…자치구 현안사업 줄줄이 빨간불

대전시 재정난 후폭풍…자치구 현안사업 줄줄이 빨간불

대전시 재정난에 시비를 투입해야 하는 각 자치구 현안사업 역시 잇따라 빨간불이 켜졌다. 대전의료원, 대덕구 신청사 이전 등 주민 복지나 미래성장 동력과 직결된 굵직한 사업들이 건립 과정에서 예산 부족으로 난항이 불을 보듯 뻔하다. 제3시립도서관, 제2시립미술관, 음악전용홀 등 민선 8기 대전시가 추진했던 대형 SOC 사업도 지연 또는 무산 위기에 처했다. 6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지난 1일 민선 9기 대전시와 5개 자치구가 출범하자마자 재정난에 직면하면서 내부적으로 심란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민선 9기는 국비 확보와 재정 운용,..

비싼 기름값, 더 빨리 오른 이유 있었네…검찰, 4대 정유사 26조원대 가격담합 파악
비싼 기름값, 더 빨리 오른 이유 있었네…검찰, 4대 정유사 26조원대 가격담합 파악

중동전쟁 직후 대전지역 기름값이 급등한 배경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가격 담합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6일 주유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타사와 유가 인상 시기와 규모를 교환하고, 중동전쟁 직후 유가를 대폭 인상한 혐의로 HD현대오일뱅크와 가격 결정 부서 직원 2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HD현대오일뱅크와 가격을 담합한 SK에너지 및 담당 직원은 자진신고자 감면제도, 이른바 리니언시에 따라 기소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파악됐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기소 대상에서는 빠졌다.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

한화, 전반기 마지막 NC와 운명의 3연전 `5위 탈환 노린다`
한화, 전반기 마지막 NC와 운명의 3연전 '5위 탈환 노린다'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이 한화 이글스의 전반기 성적표를 좌우할 전망이다. 시즌 내내 5할 승률 안팎에서 순위 싸움을 이어온 한화는 NC 다이노스와의 맞대결 결과에 따라 5위 탈환의 발판을 마련할 수도, 추격을 허용한 채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을 수도 있는 갈림길에 섰다. 한화이글스는 7일부터 NC 다이노스와 홈 3연전에 나선다. 한화는 올 시즌 꾸준히 반등의 계기를 만들었지만 흐름을 길게 이어가지 못했다. 연승으로 상승세를 탔던 흐름이 다시 꺾이는 일이 반복되면서 상위권 도약의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 그럼에도 5위와의 승차가 크지 않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방학과 휴가철 앞두고 분주한 여권창구 방학과 휴가철 앞두고 분주한 여권창구

  • 올 여름엔 나도 ‘몸짱’ 올 여름엔 나도 ‘몸짱’

  • 장맛비 내리는 대전 장맛비 내리는 대전

  • 가족사랑 금요장터서 농산물 구입 가족사랑 금요장터서 농산물 구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