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충남대 여성젠더학과 설립의 의의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충남대 여성젠더학과 설립의 의의

김명주 충남대 교수

  • 승인 2020-09-14 14:59
  • 신문게재 2020-09-15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김명주-충남대-교수
김명주 충남대 교수
충남대는 중부권 최초로 여성젠더학과 석사과정을 2021년 3월부터 신설한다. 이제 여성젠더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분들이 멀리 타지로 가지 않고, 이곳 대전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랫동안 대전/충청지역에서 심화된 여성학 교육과 연구를 위한 공신력 있는 교육기관이 없었다. 그래서 대학원 수준의 여성학 교육에 대한 갈증은 서울이나 영남에서 해소되어야 했다. 그런데 마침내 충남대에도 "여성젠더학과"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여성학과가 협동과정(석사)으로 탄생했다.

우리나라에서 페미니즘(성차별과 성적 억압을 종식시키는 운동과 이론)을 교육하고 연구하는 대학원 학과는 통상 '여성학과'로 불린다. '여성학과'는 이화여대처럼 개별학과로 운영되기도 하지만, 서울대를 비롯한 대다수의 대학은 '협동과정'으로 운영한다. 충남대도 여성젠더학과는 '협동과정'으로 운영된다. '협동과정'이란 다양한 학문분야의 교수들이 협동하여 각각의 학문분야에서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축적된 연구 성과를 활용하여 학생들을 교육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충남대의 경우 12명의 전임교수들이 여성젠더학과에 협력 교수로서 참여함으로써 타대학에 비해 상당히 규모가 큰 학과다.

1977년 이화여대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여성학'을 교양과목으로 강의한 이후, 여성학을 설치한 대학들은 모두 '여성학과'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충남대는 처음으로 '여성젠더학과'라는 명칭을 선택했다. 그 이유는 여성학 학문 자체의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함이다. 미국의 경우도 여성학과(Women's Studies)는 무성한 논의 속에서 젠더와 섹슈얼리티 문제 자체를 학과 명칭에 포함시키는 사례들이 현저하게 증가하였다. 이는 생물학적 여성이 사회에서 당하는 성차별과 성적 억압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뿐만 아니라, 여성의 억압에 중대한 구실로 작용하는 젠더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폭넓게 다루기 위한 목적이다.

어떤 학문 분야든지, 학문은 현실에 대한 기술, 성찰, 문제 해결의 비전 제시를 목표로 한다. 충남대학교의 여성젠더학과 석사 협동과정은 페미니즘 이론과 정치학을 '교육'할 뿐만 아니라,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대중 페미니즘의 부활이라는 현실을 학문적으로 기술하고 성찰하며, 페미니즘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연구에 매진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여성젠더학과는 지역의 여성운동을 위한 이론을 생산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더 나아가 지역 연구를 통해 대전의 여성뿐만 아니라 세계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해 기여한다는 자못 큰 비전을 지니고 있다.

'오래된 미래'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얼마 전 발간한 '로칼의 미래'에서 호지는 "지역이야말로 미래 우리가 나아갈 길이다"라고 말한다. 세계화는 국제적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그 여파로 개인들은 나날이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낙오에 대한 두려움을 겪으며 자살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범죄가 증가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지역의 활성화가 답"이라고 역설한다. 문제는 보편적이지만, 해결방안은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충남대학의 여성젠더학과를 시발점으로 지역의 여성운동, 여성교육, 여성연구를 활성화하고, 여성젠더학과가 지역 시민들에게 여성과 젠더학 관련해서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영국 더타임즈의 민간연구소인 "미래재단"은 21세기에는 여성이 지구촌에서 확실하게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5000년 가부장제의 근대적 산물인 산업사회가 초래한 환경위기, 경제의 위축, 불평등의 심화라는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페미니즘은 경쟁이 아닌 공존, 개체가 아닌 관계, 이분법이 아닌 연속적 사유, 등등, 역사의 한 구석에서 여성들이 보존해왔던 특질들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충남대의 여성젠더학과는 21세기 증가하는 여성 역할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김명주 충남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특수영상영화제, 'DFX OTT어워즈' 대전의 가을 밤을 빛내다
  2. 둔산1구역, 2차 선도지구 재도전 시동… 주민대표단 구성 승인 신청
  3. 출연연 채용·감사·홍보 행정 통합, 기대와 우려 '동시에'
  4. 74명 사상 안전공업 화재…“안전관리체계 부실이 부른 대형 인재”
  5. [함께 지켜온 물, 대청호의 다음 25년] 권한과 예산 갖춘 '굿거버넌스'로… 대청호 관리 제도화해야
  1. 과학기술 연구 노조-사측 첫 소통워크숍… 출연연 역할 재정립 공감대
  2.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에 추석명절 식료품 키트 후원
  3. 40대부터 재취업 준비… 세종 중장년 일자리 정책 달라진다
  4. KAIST, 석유 대신 대장균으로 '친환경 핫멜트 접착제' 만든다
  5. [2027 수시로 간다] 보건의료 정체성 위에 AI를 입히다…대전보건대의 새로운 100년

헤드라인 뉴스


이 대통령 "행정수도 건설. 최대한 신속하게 완성하겠다"

이 대통령 "행정수도 건설. 최대한 신속하게 완성하겠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오랫동안 추진해온 행정수도 건설을 최대한 신속하게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연임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고, 전쟁 개입 또는 관여를 위한 파병도 없으며, 지지율 하락에 대해선 "국민 존중이 부족했다"며 자신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지방선거 이후로 저로서는 갑작스러운 국민의 실망과 걱정에 직면해 당황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고, 너무 많은 과제 앞에 마음이 바빠 더 많은 이들의 마음..

세종TP 용역 비리의혹 파장… 세종시, 특감 한다
세종TP 용역 비리의혹 파장… 세종시, 특감 한다

<속보>=세종테크노파크(이하 세종TP)의 '자율주행 관제센터 보수·관리 용역' 비리 의혹과 관련, 세종시가 특정 감사에 착수한다. <중도일보 2026년 9월 17일자 4면 보도> 김효숙(어진·나성동) 세종시의회 경제문화위원장이 16일 해당 용역의 특정 업체 특혜 의혹과 불법 하도급 정황, 불필요한 예산 집행 등 의혹을 제기하고, 집행부를 상대로 진상 규명을 요구한 데 따른 조치로 다가온다. 이와 더불어 세종TP도 17일 자체 특정감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내부 자정 시스템을 통해 의혹을 밝히고 이를 바로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

기업 10곳 중 9곳 "올 추석, 나흘 이상 쉰다"
기업 10곳 중 9곳 "올 추석, 나흘 이상 쉰다"

올 추석 연휴 휴무를 실시하는 기업 10곳 중 9곳이 나흘 이상 쉬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상여금을 지급하는 기업은 지난해보다 줄었고, 기업 절반가량은 추석 경기가 나빠졌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7일 발표한 '2026년 추석 휴무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97.0%가 올해 추석 연휴에 휴무를 실시한다고 답했다. 휴무를 실시하는 기업 중 휴무 기간이 '4일'이라는 응답은 76.5%로 가장 많았고, '5일 이상'도 14.2%로 조사돼 나흘 이상 쉬는 기업은 전체의 90.7%에 달했다. 반면 '3일 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사랑의 송편 나눔’…명절 꾸러미 한가득 ‘사랑의 송편 나눔’…명절 꾸러미 한가득

  • 대전 동부소방서, 추석 앞 화재안전 점검 대전 동부소방서, 추석 앞 화재안전 점검

  • ‘대한민국의 情을 보냅니다’ ‘대한민국의 情을 보냅니다’

  • 경영악화로 폐업하는 대전서남부터미널 경영악화로 폐업하는 대전서남부터미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