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광고가 아닌 척하는 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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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광고가 아닌 척하는 기사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승인 2021-12-06 10:07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이승선 교수
이승선 교수
우리나라 언론은 몇 개쯤 될까? 정부에 등록한 정기간행물 숫자는 2만 4천여 개 가깝다. 12월 현재 인터넷언론사는 1만 개를 넘었다. 일반 일간지는 331개, 주간지는 1,217개다. 언론사를 고객으로 하는 뉴스통신은 내외신을 합해 50여개가 활동하고 있다. 종일 정보를 쏟아내는 뉴스전문채널, 종편, 지상파와 같은 텔레비전, 라디오 방송사를 제외한 숫자다.

유투브 역시 법적으로 언론이 아니므로 통계에서 빠졌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유투브를 '언론'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언론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어떤 인터넷 홈페이지는 공직 선거철에는 '언론'으로 간주돼 선거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 천지간에 언론이 가득하다. 가히 언론공화국이다. 시민들이 만족하는 언론은 몇 개나 될까?

한국 언론의 품질을 이야기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 리포트다. 그 보고서는 언론의 신뢰도를 측정해 순위를 매긴다. 몇 년째 한국 언론은 꼴찌를 기록했다. 올해 간신히 '꼴찌 그룹'으로 올라섰다. 마흔여섯 개 조사대상 국가 중 한국 언론보다 신뢰도 순위가 더 낮은 나라는 5개다. 미국이 꼴찌고 그 앞에 앞의 나라가 프랑스다.

많은 시민은 언론 뉴스가 정확하지 않거나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언론이 가짜뉴스나 허위로 조작한 정보를 쏟아낸다고 생각한다. 상당수 시민은 유투브가 기존의 언론보다 더 신뢰할만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어떤 주장의 근거를 '신문에서 봤는데' 혹은 '텔레비전에 나왔는데'로 삼는 사람들이 많았다. 신문과 방송에서 '보도한 뉴스'가 시민들에게 진리나 진실로 비춰졌다. 지금은 다르다. 진실 주장의 근거를 '유투브를 봐라'가 대체하고 있다.



로이터저널리즘 보고서에서 한국인들은 언론사 홈페이지나 언론사 앱을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최하위였다. 대신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비율은 조사대상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세상 소식이 궁금할 때 언론을 접하기보다 네이버나 카카오 다음을 더 자주 찾는다. 언론사들이 포털을 중심으로 뉴스를 공급한 정책을 펼쳐온 데다 시민들 역시 포털의 편리성을 활용한 결과일 것이다. 광고주들의 광고비는 기존의 언론매체에서 포털과 유투브 등으로 급격하게 이동하고 있다. 언론사들은 자체적으로 뉴스 유통망을 구축해 수익의 다변화를 꾀하기보다 포털이 제공한 눈앞의 금전적 이익을 쫓다가 제 발등을 찍었다. 한국 언론은 포털의 힘을 빌리지 않고 이용자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힘을 잃었다.

로이터저널리즘 보고서에 따르면 뉴스를 유통하는 소셜 미디어 중에서 페이스북이 가장 비중이 크다. 반면 한국인들은 유투브를 통해 뉴스를 이용한 비율이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컸다. 한국인들의 유투브 사랑은 폭발적이다. 맹목이라 불러도 지나침이 없다. 조회 수를 늘려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유투버들이 허무맹랑한 주장을 펼쳐도 상관하지 않는다.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유투버 개인의 주장이 합리적인 다수의 객관적 증거를 압도하기도 한다. 거짓 정보와 극단적인 주장으로 유투버가 오염시켜 놓은 공론장의 해악을 치유하는 데 사회적 비용이 따른다. 고스란히 시민들이 부담해야 할 몫이다.

공론장을 위협하는 것은 유투브만이 아니라 기성 언론이라는 점도 여전히 심각하다. 특히 뉴스정보를 가장한 '기사형 광고'를 분별해 내기 쉽지 않다는 사실이 위협적이다. 예전의 기사형 광고는 어렵더라도 식별이 불가능하지 않았다. 뉴스기사인 것처럼 보이게 광고를 만드는 형식이었다. 광고 어딘가에 작은 글씨로 '에드버토리얼'이라는 표식을 했다.

지금 문제가 되는 기사형 광고는 다르다. 광고주로부터 댓가를 지불받은 실질적으로 광고임에도 '광고가 아닌 척 보이려는 기사'들을 기사형 광고 혹은 광고성 기사라고 말한다. 언론사나 기자의 이름을 붙인 '진짜 기사'의 형식이다. 기사의 어디에도 광고라는 표시가 없다. 자세히 보고, 한참을 들여다보아야 비로소 광고의 흔적들이 나타난다. 신문의 경우 적발되더라도 마땅히 처벌할 장치가 없다. 팔을 걷어 부치고 조직적으로 기사형 광고 생산에 나선 언론사가 한둘이 아니다. "이거 광고 아니야?" 의심하면서 언론기사를 읽어야 할 때다. 나날이 언론사와 기사량이 늘어나고 있으나 해질 무렵 스러지는 것들처럼 언론이 사라지고 있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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