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도시공간 사용법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도시공간 사용법

송복섭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승인 2022-09-12 09:13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송복섭 한밭대 건축학과 교수
송복섭 교수
사람들은 여러 편의시설이 고루 갖춰진 도시에 모여 살기를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전체 인구 대비 도시에 사는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도시화율이 우리나라는 2022년 현재 81.4%이고 2050년이면 86.4%가 될 것이라고 통계청이 추정했다. 세계적으로도 현재 57%에서 2050년 68.4%로 늘어난다고 한다. 세계인구의 3분의 2가 도시에 몰려 살 거라는 얘기다.

코로나19처럼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대에도 사람들은 도시를 떠나지 않았으며 주택 부족과 보건위생 등 도시의 고질적인 문제가 늘 얘기됨에도 불구하고 도시는 끊임없이 성장을 거듭했다. 오히려 팬데믹은 칩거 생활 중에도 보이지 않는 사이 다녀가는 고마운 택배 노동자의 존재와 그 많은 요구가 충족되는 놀라운 도시서비스 시스템을 확인하는 기회를 맞았다. 그리하여 에드워드 글레이저 같은 도시예찬론자들이 '도시야말로 가장 인간답고, 건강하고, 친환경적이며, 문화·경제적으로 살기 좋은 곳'이라는 찬사를 쏟아내게 하고 있다.

그러나 몰려 사는 것이 좋기만 한 걸까? 여전히 복잡한 교통문제도 남아 있고 공간적 불평등과 홍수로 민낯이 드러난 반지하주거 등 빈곤문제도 존재한다. 포화상태로 치닫는 쓰레기매립장은 어찌할 것이며 주차와 층간소음으로 이웃 간 갈등이 빚어지는 일이라든지, 전광판을 통해 수시로 알리는 수질과 대기오염 상태도 걱정거리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모두가 알고 있는 일임과 동시에 개인으로는 딱히 나서서 처리하기도 쉽지 않은 것들이다. 도시공간에 모여 삶으로 인해 일어나되 쉽게 개입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살펴보자.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이런 공지가 붙었다. "공유자전거와 공유 킥보드는 단지 내 출입을 금합니다", "시설물에 자전거를 묶어 놓지 마시고 자전거는 보관소에 주차해 주세요", "일년생 고추를 심어 공용화단에 내놓으신 세대에서는 다음 해부터는 그러지 않으시길 부탁드립니다", "발포형 세정제를 사용하여 아래층 변기에서 역류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니 자제해주세요." 이런 부류의 일들은 공동생활을 하면서 자주 마주하는 상황이지만 처벌받는 수준의 것들은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민폐 수준의 일들이다. 문제는 죄는 아니지만, 분명히 누군가에게 폐를 끼친다는 사실이다.



한때 '어글리 코리안'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외국여행 자유화 이후 현지의 문화나 예의에 익숙지 않아 벌인 몰상식한 행동과 추태를 이르는 말이었다. 유명 관광유적에 한글로 낙서를 남기거나 호텔 뷔페 음식을 싸가는 일부터, 이동할 때 상대방과 부딪혀도 사과하지 않는다든지 공공장소에서 여럿이 술 먹고 큰 소리로 떠드는 행위 따위가 꼽혔다. '어글리' 문화는 우리나라 문제만이 아니어서, 1960년대 관광지에서 무례하게 행동하는 미국인을 지칭하는 말로 '어글리 어메리컨'이 처음 등장했고, 1980년대 거품경제의 주역인 진상 일본인들도 '어글리 재패니즈'로 불렸으며, 요즘은 떼로 몰려다니며 시끄럽게 떠드는 '어글리 차이니즈'가 대세다. 즉, 문화나 수준의 문제지 국가나 민족의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행동들은 알고도 범하는 범죄라기보다는 모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실수에 해당한다. 실수라 하더라도 남에게 피해를 준다는 게 문제다. 따라서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배우고 익혀서 일어나지 않도록 삼가야 한다. 여럿이 함께 사는 도시공간에서 내 행동이 남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꾸준한 자기검열과 가정과 사회에서 에티켓을 얘깃거리로 두루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몸에 배도록 애써야 한다.

도시공간은 함께 살아야 하는 환경으로써 점점 더 압축되고 시스템은 편리와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점점 더 복잡해진다. 배우지 않고는 따라갈 수 없는 것이 도시공간을 멋지게 살아내야 하는 생활양식이다. 많은 사람이 예찬하는 도시공간에서 편하고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배우고 때맞춰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공자님 말씀을 붙들고 도시공간을 제대로 사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게 모두에게 행복하면서도 편리한 도시생활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엘리베이터 공지는 '공동주택에서의 아름다운 조화와 질서를 위해 많은 협조를 바란다'라고 맺고 있다.

/송복섭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2.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3. 법원, '초등생 살인' 명재완 정신감정 신청 인용…"신중한 심리 필요"
  4. 33도 폭염에 논산서 60대 길 걷다 쓰러져…연일 온열질환 '주의'
  5. 세종시 이응패스 가입률 주춤...'1만 패스' 나오나
  1. 필수의료 공백 대응 '포괄2차종합병원' 충청권 22곳 선정
  2. 폭력예방 및 권리보장 위한 협약 체결
  3. 임채성 세종시의장, 지역신문의 날 ‘의정대상’ 수상
  4. 건물 흔들림 대전가원학교, 결국 여름방학 조기 돌입
  5. 세종시, 전국 최고 안전도시 자리매김

헤드라인 뉴스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이재명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만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행정수도 완성 역행과 공론화 과정 없는 일방통행식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에 대해 비(非) 충청권에서도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이 같은 이유로 전재수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향후 정치 일정에서 해수부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이번 논란이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북 익산 출신 국민의힘 조배숙..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이재명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지급키로 한 소비쿠폰이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이로써 충청권 시도의 지방비 매칭 부담이 사라지면서 행정당국의 열악한 재정 여건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안위는 이날 2조9143억550만원을 증액한 2025년도 행정안전부 추경안을 처리했다. 행안위는 소비쿠폰 발행 예산에서 중앙정부가 10조3000억원, 지방정부가 2조9000억원을 부담하도록 한 정부 원안에서 지방정..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과 충남의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대거 선정되며, 딥테크 기술창업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5년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전국 197개 기업 중 대전·충남에선 3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체의 16.8%에 달하는 수치로, 6곳 중 1곳이 대전·충남에서 배출된 셈이다. 특히 대전지역에서는 27개 기업이 선정되며, 서울·경기에 이어 비수도권 중 최다를 기록했다. 대전은 2023년 해당 프로젝트 시행 이래 누적 선정 기업 수 기준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