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뿌리 잃은 법학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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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뿌리 잃은 법학 교육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2-09-26 08:37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손종학 교수
손종학 교수
철옹성처럼 완고하기만 하던 사법시험이 폐지되고 새롭게 도입된 로스쿨 제도는 법조인 양성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대전환점이었다. 엘리트 중심의 법조인 선발에서 벗어나 전문성과 다양성을 갖춘 법조인 양성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띠고 출범한 로스쿨 제도는 많은 순기능을 발휘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전문성과 다양성을 갖춘 수많은 법조인을 배출하여 시민들에게 다가가게 한 것은 로스쿨의 가장 큰 업적이다.

그러나 밝음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이다. 로스쿨에서의 법학 교육이 학문으로서의 법 연구에서 실무가 양성 중심으로 바뀌면서 법철학과 법제사, 법사학과 같은 기초법학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들 과목은 설강되지 않거나 폐강되기 일쑤이고 전공 교수의 퇴임 후에도 후임 교수를 뽑지 않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학생들은 또 어떤가? 변호사시험에만 매몰돼 이들 과목을 수강하지 않은 채 시험 대비용 공부만 하고 있다.

결국 기초법학은 사라지고 '임상 법학'만 남는 상황이다. 이를 의학 분야와 비교한다면 의대생이 인체해부학과 생리학, 생화학, 세균학 등 기초의학은 배우지 않은 채 곧바로 성형외과 등의 지식만을 배워 의료 현장에 나가는 것과 유사하다. 문외한이 보더라도 뭔가 이상하다고 느낄 것이다.

이런 문제점은 고스란히 부실한 법학 교육으로 이어지게 돼 있다. 기초법학은 법학의 뿌리라고 할 수 있어 의학에서의 생리학이나 해부학, 생화학 등과 같은 학문이다. 이들 학문이 없는 의학 교육을 생각할 수 없듯이 법학에서도 기초법학 없이는 결코 법학 교육의 완전성이 이루어질 수 없다. 법학 분야의 기초 학문과 인문학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한 채 법조인이 되면 결국 '법 기술자'들만 판을 치게 되고 진정한 '법률가'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왜냐고? 법은 결국 인간을 다루는 제도이기에 그렇다.

그러면 실무 중심의 임상 법학은 또 어떤가? 고백하건대 로스쿨에서 힘을 쏟는 임상 법학조차도 깊이 있게 진행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대학 측이나 학생들 모두 '수험법학', 심하게 말하면 '문제 풀이 수험법학'에 매몰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본서조차 읽지 않고 보기 편하게 짜깁기해 놓은 얄팍한 수험서만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공부한다. 이런 상황은 졸업생의 합격률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로스쿨 전반의 문제이기에 그 심각성이 더하다.

법은 그 시대의 사상과 문화가 표출된 결과물이기에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법철학과 법제사, 인문학, 사회과학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성찰이 필요하다. 법철학 등 기초 학문은 무시하고 판례 등 결과물에 대해서만 피상적으로 공부해 법조인이 되는 경우 법에 대한 올바른 해석이 불가능하다. 즉 기초법학은 임상법학과도 깊이 있게 연결돼 있다는 의미다. 법학은 법해석학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데, 실무 법조인이 법 해석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무슨 말을 더할 수 있을까?

기초 법학과 인문학 분야의 소양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자가 변호사가 되면 금전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검사가 되면 권력만 좇으려 할 것이며, 판사가 된다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형식적 법 논리만으로 기존 판례만 따르는 판결을 쏟아낼 우려를 지을 수 없다. 법조인들은 재판을 받는 시민이 승패에 관계없이 결과에 마음으로 승복하고 감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의 교육 시스템으로는 그런 승복과 감동을 내놓을 수 있는 법조인을 양성하기 어렵다.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지도 어느덧 13년이 넘었다. 이제 지금까지의 로스쿨 제도의 공과와 장단점을 살펴보고 문제점을 바로잡을 시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중간 점검은 실무가 양성 중심의 로스쿨에서 어떻게 하면 기초법학을 다시 법학의 중심으로, 아닌 변방에라도 올려놓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뿌리 잃는 법학 교육'에서 '뿌리째 뽑혀 나가는 법학'을 지금이라도 막아야만 한다. 그것은 단지 법학자나 법조인들만이 아닌 교육과 법무 관료, 정치가, 언론인들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업이다.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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