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두 발로 서야 균형 잡힌다” 양발론 실천한 평생기자 이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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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두 발로 서야 균형 잡힌다” 양발론 실천한 평생기자 이정두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승인 2024-04-08 14:20
  • 수정 2024-04-08 18:44
  • 신문게재 2024-04-09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이승선 교수
이승선 교수
※한겨레 3월 11일자 23면에 게재된 글을 한겨레의 허락을 얻어 싣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기자의 길을 걷겠다"던 이정두 오마이뉴스 대전충청지사장이 2월24일 타계했습니다. 향년 83. 건강 이상 판정을 받은 지 불과 한달여 안쪽에 전해진 비보였습니다. 고인께서는 1976년 한국방송(KBS)에 기자로 입사해 현장을 지켰습니다. 목요언론인클럽 회장 그리고 2008년부터 지금까지 오마이뉴스 지사장을 역임했습니다. 48년간 지역 언론의 내외부에서 저널리즘이 뿌리내리게 하고, 보수와 진보 언론의 조화를 추구한 언론인으로 헌신했습니다. 항상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후배 언론인들과 격의 없이 토론하기를 즐겨하신 당신이었습니다.



고인은 2000년 6월29일 한국방송을 평기자로 퇴임했습니다. 감투가 사회적 자산이 된 현실에서 아무런 지위 없이 평기자로 정년의 퇴임을 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었습니다. 당신은 보직을 취하지 않고, 현장을 선택했습니다. 고인은 퇴임식 전날까지도 충남도청을 취재하고 리포트했습니다. 물론 단순한 평기자는 아니었습니다. 1989년 경쟁자가 있었던 선거에서 조합원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한국방송 대전방송총국 노조위원장에 선출됐습니다. 이듬해 노조위원장으로서 서울과 대전을 오가며 한달이 넘는 방송 민주화 투쟁에 헌신하고, 수배자 신세가 돼 고난의 길도 걸어야 했습니다.

천상 언론인으로서 고인의 진가는, 정년 이후에 훨씬 더 진득해 보였습니다. 지역의 목요언론인클럽 17·18대 회장을 역임할 때, 서울의 관훈클럽에 버금가도록 단체의 품격을 높였습니다. 대통령 후보자를 초청해 정책 간담회를 개최하고, 언론인의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저널리즘 본연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 지역 언론인들을 독려하기 위해 '이달의 기자상'을 제정, 운용한 것은 고인의 뚝심과 철학이 아니었더라면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었습니다. 목요언론인클럽의 여러 회원은 고인이 쓴소리, 바른 소리, 곧은 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회고합니다. 언론인들이 정치인의 선거캠프로 우르르 몰려갈 때 "언론 현장은 누가 지키느냐"며 일갈하고 탄식한 장면을 많은 분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지사장으로서 일한 16년의 삶을 빼고 고인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한국방송 출신의 '꼴보수' 언론인이 진보의 가치를 추구하는 온라인 매체의 옹골찬 후배 기자들과 더불어 일하신 아름다운 모습은 고인이 아니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경남 밀양의 엄격한 한학자 아버지와 만석꾼 집안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고인은 '부르주아 출신의 극보수'라고 스스로를 일렀습니다. 그런 당신이 단결·투쟁이라는 붉은 글씨가 새겨진 머리띠를 두르고 방송 민주화 운동의 대열 가장 앞에 서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노라고 회고하기도 했습니다. 고인의 말씀에 따르면, 타고난 반골의 성정과 한국방송 노조위원장으로서 경험은 이후 고인의 저널리즘 철학에 매우 소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고인은 왼발과 오른발이 서로 의존하고 지탱해야 온전히 설 수 있다는 언론 이념의 양발론을 주창했습니다. 사다리도 오른쪽과 왼쪽의 축이 균형을 이뤄야 가로축을 밟고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언론 사다리론을 펼치기도 했지요.

고인의 장례식장에 보수와 진보 진영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어 함께 어울리고, 당신을 추모했습니다. 상여 앞에 만장을 세우는 시절이었더라면 당신과 이별하는 그 자리가 곧, 형형색색 보수와 진보의 깃발이 조화로이 섞여서 휘날리는 역사의 한 장면이 되었을 것입니다. 진실을 추적하여 보도하려는 언론인의 진심어린 책무 이행을 이념이나 정파적 색안경으로 간단히 매도하는 슬픈 현실에서도, 고인은 언론인이 잃어버려서는 안 될 규범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셨습니다. 언론인의 힘은 정보에서 나오고, 기자는 발품을 팔아 현장에 가야 하며, 언론인은 취재원의 지위나 신분이 아니라 '사람' 그 자체를 봐야 한다며 그 규범을 몸소 실천하셨습니다.

20여 년 전 한 신문사의 독자위원회에서 고인을 처음 뵈었습니다. 그때 고인께서는 신문사 경영진과 편집국 내외부 관계자 모두가 회의에 배석해 독자위원들의 한마디 한마디를 소중히 여기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호통을 쳤습니다. 그전에도, 그 후에도 그와 같이 언론의 진수를 일러주던 분을 뵙지 못했습니다. 영면에 드실 때까지도 곧고 바른 언론인이셨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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