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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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영화를 사랑한 심리학자, <당신의 마음에 영화를 처방해 드립니다> 발간 이야기
51편의 영화 통해 기억과 망각, 공감과 외로움, 행불행과 무의식, 접촉과 상호작용 등 다양한 심리 탐구

  • 승인 2025-03-05 01:32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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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번, 저는 제 마음에 영화를 처방합니다. 당신의 마음에 드라마도 처방해 드립니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가 <영화를 사랑한 심리학, 심리학이 새겨진 영화 -당신의 마음에 영화를 처방해 드립니다>를 발간한 뒤 하는 말이다.



심리학이 사랑한 영화 51편을 통해 공감과 이해의 마음 처방전을 낸 전우영 교수의 이 책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회심리학자 전우영 교수는 “돌이켜보면 심리학을 공부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처음에는 심리학 실험이 너무 흥미진진해서 심리학의 매력에 빠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심리학이 내가 이전에는 보지 못했고 이해하지도 못했던 사람과 세상을 새롭게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심리학은 나와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며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마음이 왜 그렇게 작동하는지도 알려준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심리학을 공부한다고 해서 우리의 마음이 늘 안전한 것은 아니다”며 “심리학을 열심히 공부한 사람의 마음도 흔들리기 마련이고, 상처가 나고, 아픔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또 “안까깝게도 이 세상에 심리학자의 마음을 걱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다들 심리학자는 내 마음을 위로해주는 사람이어야지, 내 위로를 기다리는 사람일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심리학자의 마음도 위로가 필요한 날이 있다”며 “이 책은 바로 그 날에 영화를 찾았던, 그래서 영화로부터 위로를 건네받았던 심리학자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영화에는 우리의 마음을 위로하고 성장시키는 특별한 힘이 있다”며 “봄에는 따뜻함을, 여름에는 뜨거움을 처방한다”고 말했다. 또 “영화는 가을에는 쓸쓸함으로, 겨울에는 차가움으로 나를 위로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는 저의 개인 상담가”라며 “전문 트레이너로부터 개인별 운동 처방인 PT(personal training)를 받듯이, 일주일에 한 번씩 저는 거장들의 영화로부터 개인별 상담 처방인 PC(personal counseling)을 처방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에도 같은 힘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며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영화보다 더 큰 위로를 주는 드라마를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고, 드라마의 위로, 그래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영화’에는 ‘드라마’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전 교수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타인을 통한 발견”이라며 “인간사와 사회상을 아우른 영화는 인물과 상황 속에 나를 투영해 몰랐던 세상과 마음을 경험하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51편의 영화 이야기를 통해 기억과 망각, 공감과 외로움, 행불행과 무의식, 접촉과 상호작용 등 다양한 심리를 탐구해봤다”며 “마음의 작동원리를 차분히 보여주는 한편 영화의 인물에서, 줄거리에서, 메타포에서 건져낸 위로의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달해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에는 생각을 멈추고 관점을 전환시키는 힘이 있다”며 “우리가 보지 못했던, 그리고 외면했던 세상을 발견하고 경험하도록 해준다”고 소개했다. 또 “이 책은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이해 가능한 서사 위에서 다양한 심리를 펼쳐 보이고, 나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치유하도록 돕는다”고 전했다.

전 교수는 "영화에는 마음을 위로하는 힘이 있다”며 “영화가 마음의 작동방식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있는 동안 우리 마음속 전쟁은 잠시 휴전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하루에 5분만 숨통이 트여도 살만하다고 하는데, 영화는 최소한 90분의 평화를 제공한다”며 “덕분에 마음은 잠시 멈출 수 있고, 멈춤은 우리에게 회복의 기회를 선사한다"고 전했다.

전 교수는 또 “마음을 탐구하는 심리학자도 위로가 필요한 날이 있다”며 “이 책은 영화를 통해 위로받았던, 그리고 그 위로를 나누고 싶은 심리학자의 기록”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 속에서 사람과 세상의 마음을 발견한다”며 “그 마음들을 심리학으로 조명하며 타인과 나를 이해하고 치유하도록 펼쳐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인간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라며 “하지만 영화는 그 일을 자연스럽게 해내도록 이끈다”고 말했다. 그는 “덕분에 빈곤에 처한 이의 관점에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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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볼 수 있고(기생충), 관습을 넘어서는 대상과 사랑에 빠진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셰이프 오브 워터)”고 말했다. 또 “가족이 아닌 사람들로 구성된 기이한 가족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을 경험한다(우리 가족)”며 “《당신의 마음에 영화를 처방해 드립니다》는 나와 당신의 마음, 이 세상의 마음을 영화라는 무대에서 심리학이란 렌즈로 세밀하게 들여다본다”고 전했다.

그는 “영화로 마음을 읽어 드린다”며 “4개의 파트로 이루어진 《당신의 마음에 영화를 처방해 드립니다》는 네 가지 위로를 처방한다”고 안내했다.

특히 “〈Part 1_봄의 영화, 따뜻한 위로〉에서는 상처를 다정히 보듬는다”며 “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는 왜 과거는 항상 아름답게 여기면서 현재는 힘겹게 느끼는지 초점주의 오류에 대해 살핀다”고 말했다. 또 “'매트릭스'를 통해 기대와 일치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가능성인 자기충족적 예언을 들여다보고, '우리들의 블루스'로 사회학습의 경로를 따라가 본다”고 전했다.

전 교수는 “〈Part 2_여름의 영화, 뜨거운 위로〉에서는 열정과 사랑을 뜨겁게 탐구하고 세상과 대적하는 마음을 점검한다”며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을 통해 기억과 망각의 효용을 알아보고 '스피드'와 '셰이프 오브 워터'로 사랑과 정서요인을 탐구한다”고 말했다. 또 “'기생충'으로 빈곤 스트레스와 가난의 심리적 의미를, '그린 북'으로 고정관념과 접촉 가설을 확인한다”고 전했다.

전 교수는 “〈Part 3_가을의 영화, 쓸쓸한 위로〉에서는 우리 사회의 마음을 냉정히 보여준다”며 “'바이스'를 통해 정치적 미끼와 프레임이 어떻게 마음을 움직이는지 탐구하고, '오징어 게임'으로 외로운 사회가 돈에 대한 갈망을 키우는 것을 살핀다”고 전했다. 이어 “성추행 이야기를 담은 '더 헌트'를 통해 확신 편향과 원천 기억의 오류를 인지하며, '나의 해방일지'로 왜 사람은 마음의 상처를 오래 간직하는지 알아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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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교수는 이어 “〈Part 4_겨울의 영화, 차가운 위로〉에서는 현실의 실체와 냉정하게 직면하게 한다”며 “ '응답하라 1988'로 사회적 무의식과 공동체를, '웜 바디스'로 외로움의 심리학을 들여다보고, '이터널 선샤인'으로 우리가 기억을 간직하는 순서를 돌아본다”고 말했다. 또 “'어느 가족'을 통해 행위자와 관찰자 차이를 이해하고 '브레이킹 던'으로 차가운 마음을 녹이는 것은 결국 인간의 따뜻한 체온임을 확인한다”며 “이처럼 《당신의 마음에 영화를 처방해 드립니다》는 친숙한 영화를 심리학으로 새롭게 조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는 영화의 몰랐던 심리학을 발견하도록 이끌며 나와 세상, 타인을 이해하고 치유하도록 돕는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사랑은 사람을 성장시키는데 영화에 대한 사랑도 마찬가지”라며 “영화는 매일 조금씩 우리의 마음을 자라게 하고, 우리는 더 커진 마음으로 사람과 세상을 맞이할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전 교수는 마지막으로 “영화를 사랑한 심리학자가 있었고, 사랑은 그에게 심리학이 새겨진 영화들을 볼 수 있게 허락했다”며 “덕분에 그는 위로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전우영 교수는 연세대 심리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메릴랜드대학교에서 전임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사회적 무의식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한국심리학회 학술상, 한국광고학회 제일기획학술상, Best Competitive Paper Award(ACR Conference)를 수상했고, LG연암 펠로우로 선정됐다. 주요 저서로 <사회적 배척과 심리적 통증>,<무의식의 심리학, 점화>,<내 마음도 몰라주는 당신, 이유는 내 행동에 있다>,<심리학의 힘 P> 등이 있다. K-MOOC에서 저자가 강의한 <심리학 START>가 전체 745개 강좌 중 강의평가 1위에 올랐다. 현재 충남대학교에서 학생들과 사회심리학의 통찰과 지혜를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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