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국악 동호인들이 펼친 저들만의 음악회

  • 오피니언
  • 문예공론

[문예공론] 국악 동호인들이 펼친 저들만의 음악회

임준수/중앙일보 전 편집부국장

  • 승인 2025-03-3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집에서 먼, 외지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중 난데없는 풍류의 시간을 즐겼다. 신명 만점의 그 시각부터 열 시간, 지금도 내 귓전에는 풍악이 맴돈다. 하지만 너무 돌발적이고 뜻밖의 일이라서 사실이었는지 믿어지지 않는다. 안평대군의 몽유도원처림 한바탕의 꿈이었나? 그러나 꿈 속 장면이 찍힐 리 없는 휴대폰 사진이 있으니 안견 화백을 부를 이유는 없겠다.

따스한 봄볕에 점심 식곤증으로 비몽사몽을 헤매는데, 생뚱맞은 호출 전화가 왔다. 내가 천리포수목원에 와 있는줄 어떻게 알았는지 다짜고짜로 여섯시 반까지 만리포에 있는 한 카페로 오란다. 상대는 몇해 전 구례로 낙향한 대금연주가 김평부선생이다. 만난지 하도 오래라서 열 일 제치고 현장에 갔더니 그를 기다리는 낯선 사람이 먼저 와 있었다. 이어서 또 다른 사람이 오고…. 모인 사람은 스님과 여성 두명을 포함화여 모두 일곱명으로 대부분 이날 처음 만나는 초면 사이였다.

소개팅인가? 저윽이 의아해 하며 기품이 있어보이는 한 여성에게로 눈길을 돌렸더니 평부선생이 눈치를 채고 손사래를 친다. 더욱 의아한 것은 예약된 방이 방음장치가 잘 돼 있고 밤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3층 독실이라는 점이었다. 간단한 식사가 끝난 뒤에 내 행색과 몰골이 아무래도 퇴짜감 같아서 물러나려 했더니 주빈인듯한 중년 신사가 '2차'가 있다며 만류한다.

9573e28838017685c125da5a2d5615eabd731222
알고보니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이튿날(27일) 학암포에서 치를 풍어제에 출연할 국악인들이었다. 호스트는 태안풍력발전소 소장 유성씨. 국악 애호가인 그는 전국의 국악 지인들을 규합하여 사업 연고지의 축제를 빛내주려 한 것 같다. 내가 그 전야제에 끼이게 된 것은 더 없는 행운이었다.



저녁상을 물린 뒤 벌어진 풍악잔치는 정말 흥겨웠다. 발전 기술자인 유 소장이 부르는 '사철가'로 시작된 청중없는 음악회는 사물놀이, 대금연주, 비나리, 천수바라(불교음악) 등으로 두 시간동안 이어졌다. 내가 놀란 것은 출연진은 각자 초면인데도, 박수쳐 줄 청중이 없는데도, 화음과 박자가 척척 들어맞아 음률에 둔감한 나까지 들썩이게했다는 사실이다.

막판에 북 장고 꽹과리 대금 4중주가 연주될 때는 흥이 극에 달했다. 모르긴 해도 우리 가락 국악은 연주자는 물론, 관객의 마음까지 통합시키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비록 초봄의 꿈 한마당처럼 일과성으로 끝나버린 작은 이벤트였으나 이 분열의 시대를 종식시킬 국론 통합의 방법이 무엇일지 생각하게 하는 즉흥 음악회였다.

임준수
임준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중리시장 인근 샌드위치패널 건물 화재… 초진 마쳐
  2. 경찰 경무관급 전보 인사는 났는데… 승진 인사는 언제?
  3. 대전서 19년만에 한국시리즈 안전관리 '비상'…팬 운집에 할로윈 겹쳐
  4. 자운대 공간 재창조 사업, '수면 위로 언제 드러날까'
  5. 대전교육청 교육공무직 명칭 '실무원'→ '실무사'… "책임성·전문성 반영"
  1. 산학연협력 엑스포 29~31일 대구서… 지역대 ‘라이즈’ 성과 한자리에
  2.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한화 팬들의 응원 메시지
  3. [교정의 날] "사회 지탱하는 교정, 첫 단추는 믿음" 대전교도소 박용배 교감
  4. [편집국에서] 설동호 대전교육감의 마지막 국정감사
  5. [중도 초대석] 우송대 진고환 총장 "글로벌 대학서 아시아 최고 AI 특성화 대학으로"

헤드라인 뉴스


대전서 19년만에 한국시리즈 안전관리 `비상`…팬 운집에 할로윈 겹쳐

대전서 19년만에 한국시리즈 안전관리 '비상'…팬 운집에 할로윈 겹쳐

프로야구 한화이글스의 가을야구가 대전에서 펼쳐지는 날 기차와 고속·시외버스 이용해 대전을 오가는 발길이 전주보다 최대 2만6000여 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많은 사람이 운집하는 한화의 대전 홈경기가 할로윈과 같은 시기에 개최되면서 경기 시작 전후와 은행동 지역에 인파가 밀집해 발생하는 사고 예방관리가 요구된다. 한국시리즈 엘지를 상대로 두 번의 패배를 당한 한화이글스가 29일부터 3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3연전 홈경기를 앞둔 가운데 경기 시작 전후의 안전관리가 화두가 되고 있다. 중도일보가 한화이글스 대전 홈경기가 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개인 의견 전제로 보유세 인상 공감"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개인 의견 전제로 보유세 인상 공감"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29일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두고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인상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세금 문제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진행되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지난 기자 간담회 과정에서 (밝힌 것처럼)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보유세 인상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감사에서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우리나라 보유세 실효세율은 대체로 0.15% 이내 수준으로 OECD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며 "국제 수준에 맞추려면 보유세..

대전 정치권, 이태원 참사 3주기 맞아 "안전한 사회 만들 것" 한목소리
대전 정치권, 이태원 참사 3주기 맞아 "안전한 사회 만들 것" 한목소리

충청 정가가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은 29일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더욱 안전한 사회를 만들 것을 다짐했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은 이날 논평을 내 "159명의 안타까운 희생을 깊이 추모하며, 여전히 고통 속에 계신 유가족과 생존자들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시당은 "늦었지만 의미 있는 걸음이다. 특별조사위원회는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철저히 밝히고,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늦어진 진상 규명은 조속히 마무리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을 향한 2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한화 팬들의 응원 메시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한화 팬들의 응원 메시지

  • 취약계층의 겨울을 위한 연탄배달 취약계층의 겨울을 위한 연탄배달

  • 코스피 지수 사상 첫 4000선 돌파…4042.83으로 마감 코스피 지수 사상 첫 4000선 돌파…4042.83으로 마감

  • 초겨울 날씨에 두꺼운 외투와 난방용품 등장 초겨울 날씨에 두꺼운 외투와 난방용품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