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대전 유성구 숭현서원을 찾아

  • 오피니언
  • 여론광장

[문화 톡] 대전 유성구 숭현서원을 찾아

김용복/평론가

  • 승인 2025-04-09 10:18
  • 수정 2025-04-09 16:4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2025년 4월 8일 (음 3월 11일).

대전 숭현서원 춘계제향을 올리는 날이다.

필자는 진잠향교에서 활약하고 있는 양완석 장의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

서원에 들어서니 문화해설사 편금순, 정미향, 강완식 씨가 우리를 맞아 해설해 주었다.



편금순 문화해설사의 말에 의하면, 대전 유성구에 있는 숭현서원(崇賢書院)은 회덕의 충절지사인 김정, 정광필, 송인수 등 여덟 분의 명현을 모시는 사우로, 유학 업적을 남긴 옛 성현들의 고귀한 뜻을 기리기 위해 16세기 후반 창건되어 임란 후 조정에서 '숭현'이라 사액되었다 한다. 그런데 마침 이날이 숭현서원 춘계 제향을 올리는 날이라 원장이면서 초헌을 하신 임덕순, 아헌에 권태희, 종헌에 송용길, 나기선, 강주성 등 유림들과 세종에서 왔다는 최현금, 신용숙, 석명옥 등 시민 200여 명이 모여 제향을 올렸다.

8f08a4d9bd61cca01864de467ca55dc9d905f8d3
숭현서원 춘계 제관들 모습
문화해설사 정미향 씨의 해설에 의하면, 대전 숭현서원은 1992년 7월 22일 대전광역시 기념물로 지정되었다 한다. 숭현서원이 있는 지금의 원촌동은 보통 '서원말'이라고 불리는데, 이곳에 숭현서원이 있었던 데서 유래한 지명이란다. 이 서원의 전신은 회덕의 충절지사인 충암 김정, 수부(守부) 정광필, 규암 송인수를 배향하는 사우로 출발하여 회덕의 용두록(龍頭麓)에 세워졌다고 알려줬다.

문화해설사 강완식 씨의 해설에 의하면, 이곳에 세워진 '숭현서원지(崇賢書院址)'에서는 정광필(鄭光弼)·김정(金淨)·송인수(宋麟壽)·김장생(金長生)·송준길(宋浚吉)·송시열(宋時烈)·이시직(李時稷)·송시영(宋時榮) 등 8인을 제향(祭享)하였다고 한다.

숭현서원은 처음 회덕(懷德) 용두록(龍頭麓)(현 대전광역시 중구 용문동)에 창건되었으나 임란 때 병화를 입어 소실되었다. 그리고 1609년(광해군 1) 유생 송남수(宋?壽)가 향유(鄕儒)를 이끌고 회덕현의 서쪽, 지금의 원촌동에 옮겨지었다고 하는데, 당시에는 정광필·김정·송인수 3인만 제향하여 삼현서원(三賢書院)이라 불렀고, 그 해에 이시직(李時稷) 등 유생들이 사액을 건의하여 '숭현(崇賢)'의 액호(額號)가 내려졌으며, 1646년에 김장생을 추향(追享)하였고, 1681년에 송준길, 1695년에는 송시열을 추향하였다 한다.

송준길을 추향하기 전인 1658년에는 별묘(別廟)를 세워 병자호란 때 순절한 이시직과 송시영을 제향하였는데, 이렇게 8인을 제향하므로 팔현묘(八賢廟)로 호칭되기도 하였으며 1667년에는 별묘에 제향되었던 이시직·송시영을 서원 본당에 올려 동서(東西)로 배향(配享)하였다 한다.

제향 위차(位次)는 동벽 1위에 정광필, 서벽 1위 김정, 동벽 2위 송인수, 서벽 2위 김장생, 동벽 3위 송준길, 동벽 4위 송시열, 동벽 5위 이시직, 동벽 6위 송시영 순으로 배치되었으며, 숭현서원은 창건에서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회덕의 유력 사족인 은진송씨가 깊이 관련되었고, 1871년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훼철되었다고 한다.

양완석 장의는 필자를 '묘정비'가 세워진 곳으로 안내하였다. '묘정비'는 숭현서원의 내력을 적은 비로 1625년 상촌 신흠이 짓고, 1667년 우암 송시열이 덧붙인 글을 동춘당 송준길이 썼다고 한다. 그러면서 위에 쓰인 '회덕현'이란 글자는 전서체로 가히 자랑할만한 글 솜씨라 하였다.

2
숭현서원에 세워진 묘정비
회덕을 중심으로 대전에는 은진송씨 15만명 정도가 살고 있다고 한다. 논산시 노성면과 공주시 탄천면은 파평윤씨 집성촌이다.

그 후손들도 물론 이곳을 다녀갔으리라 본다.

이런 문화재와 기록물을 봄으로써 우리는 역사를 바로 알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도 기회 있을 때마다 양완석 장의를 따라 향교를 찾게 되고 역사를 배우는 즐거움을 갖는다.

김용복/평론가

김용복
김용복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거점국립대 첫 여성총장… 미래인재 육성·교육 균형발전 기대
  2. 취임한달 영호남 챙긴 李대통령 충청만 박탈감
  3. 교육청-학교 책임 떠넘기기? "대전가원학교 지금 당장 휴업하라"
  4. [사건사고]물놀이 50대 다이빙 후 하반신 마비호소…교통사고 70대 운전자 사망
  5. '다시 집, 다시 학교로' 학업중단 위기 청소년 품는 대전교육청 남학생가정형Wee센터
  1.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2. 4년제 대학 신입생 74.7%가 일반고 출신… 기회균형선발 9.3%
  3.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4. 갑천 국가습지 보전대책 본격화…교란식물 제거·울타리 설치
  5. 재료연 AI가 실험하는 자율실험실·전기연 대형 시험설비 현장 가 보니

헤드라인 뉴스


일제시대 보문산별장 복원… 한·일교류 상징시설 될까

일제시대 보문산별장 복원… 한·일교류 상징시설 될까

일본인이 조선의 온돌과 일본의 다다미를 결합해 보문산에 지은 별장의 복원 공사가 완료됐다. 별장 주변에 나무를 심어 조경 복원만 남겨두었으며, 쓰지 만타로의 아들이면서 대전에서 나고 자란 쓰지 아츠시(87) 씨의 바람대로 일본과 한국 교류의 상징이면서 시민 휴식시설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전시 공원관리사업소는 보문산 야외음악당에 오르는 길목에 있는 쓰지 만타로(1909~1983)가 지은 근대식 별장의 복원을 최근 마쳤다고 밝혔다. 보문산 중턱에 정남향으로 세워진 2층 건물로 현관과 햇볕 잘 드는 테라스를 겸한 복도, 침실 1·..

대전시 스포츠 마케팅 매력에 `흠뻑`
대전시 스포츠 마케팅 매력에 '흠뻑'

지역 연고 프로야구단인 한화이글스의 성적과 인기가 치솟으면서 대전시가 이를 활용한 도시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어 주목을 끈다. 6월 30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7월 1일 한화이글스 소속 류현진 선수를 대전시 홍보대사로 위촉한다. 이와함께 류현진·오상욱 선수-꿈씨패밀리 굿즈 공동브랜딩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홍보대사는 도시브랜드 위상을 높이고 대내외 시정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지정한다. 대전시는 펜싱황제 오상욱과 트롯가수 김의영, 축구선수 황인범, 배우 이필모 등 20여명을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전국 준공 후 미분양 늘어나는데 충청권은 소폭 `감소`
전국 준공 후 미분양 늘어나는데 충청권은 소폭 '감소'

전국적으로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은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30일 발표한 '5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5월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 7013세대로 전월보다 2.2%(591세대) 늘었다. 이는 2013년 6월(2만 7194세대) 이후 11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준공 후 미분양은 2023년 8월부터 2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은 지방에서 두드러졌다. 2만 2397세대로 83% 비율에 달했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사랑카드 7월1일부터 본격 운영 대전사랑카드 7월1일부터 본격 운영

  • 더위 피하고 밥값 아끼고…구내식당 ‘북적’ 더위 피하고 밥값 아끼고…구내식당 ‘북적’

  • 무더위 날리는 물줄기 무더위 날리는 물줄기

  • ‘장마철 타이어 점검은 필수입니다’ ‘장마철 타이어 점검은 필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