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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기자<사진=김정식 기자> |
말 잘 듣는 개여야 한다.
"앉아" 하면 앉고, "기다려" 하면 기다리고, "그만 짖어" 하면 조용히 입을 다물어야 한다.
그게 주인을 모시는 개의 예절이다.
정치인은 원래 그렇게 시작했어야 했다.
국민의 손에 끌려 나와 국민의 눈치로 밥을 얻어먹고 국민의 표로 집을 지키는 개.
그런데 요즘 개들은 이상하다.
주인이 "멈춰" 하면 달리고 "뒤로" 하면 앞으로 짖는다.
줄을 당겨야 할 개가 줄을 끌고 주인을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
목줄은 있는데 손은 놓였다.
이젠 더 심각하다.
요즘 개는 주인 생각까지 바꾸려 든다.
"내가 더 잘 안다"는 얼굴로 "주인이 원해서 그런 거다"라며 으르렁댄다.
주인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입을 빌려 쓰고 뜻을 왜곡하고 결국은 주인 삶을 자기 밥그릇으로 삼는다.
복종은 커녕 조종하려는 개들.
그걸 우리가 키우고 있다는 사실이 더 무섭다.
개가 권력을 가졌고 주인은 안방에서 기어 나온 걸 후회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산책이 아니다.
산책줄을 쥔 자가 누구인지를 정확히 아는 사회만이 민주주의다.
정치인은 짖게 하기 위해 뽑는 게 아니다.
복종하기 위해, 충직하게 따라 걷기 위해, 그리고 주인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꼬리를 흔들게 하기 위해 뽑는 것이다.
정치는 입으로 하는 게 아니다.
정치는 귀로 하는 것이다.
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 말뜻을 읽고 그 뜻대로 움직이는 정치인.
그게 진짜 '말 잘 듣는 개'가 할 일이다.
이제 우리는 물어야 한다.
그 개는 말을 잘 듣는가?.
아니면 이제 우리를 물려고 하는가?.
경남=김정식 기자 hanul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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