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최초의 근대식 학교 배재학당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최초의 근대식 학교 배재학당

백낙천 배재대 국어국문·한국어교육학과 교수

  • 승인 2025-07-06 16:52
  • 신문게재 2025-07-07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백낙천천
백낙천 교수
배재학당은 1885년 8월 미국 감리교회 파송 선교사인 아펜젤러(H. G. Appenzeller) 선교사가 정동에 있는 한옥 건물을 빌려 이 땅에 신학문을 개척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사립학교로서의 역사적 의의를 갖는다. 1886년 아펜젤러는 미국식 교육 제도를 조선의 청년들에게 제공하는 학교 설립안을 고종에게 제출했고 고종은 이를 윤허하였다. 1887년 2월 21일에는 고종이 '培材學堂(배재학당)'이라는 교명의 현판을 하사하였는데, 이 현판은 당대 명필 정학교가 교명 글씨를 쓰고 이 편액을 외무대신 김윤식이 아펜젤러에게 전달하였으며, 3월 14일에는 배재학당 편액 현판식을 거행하였다. 이에 대해 아펜젤러는 '배재학당'이 유능한 사람을 기르는 집이란 뜻을 지녔으며, 또한 배재학당이 조선으로부터 인정을 받음으로써 사립학교의 수준을 넘어 공립학교의 수준이 된 것에 크게 고무되었다.

아펜젤러는 고종으로부터의 교명 하사가 외국인 선교사가 운영하는 학교에 대한 당시 조선인들의 거부감과 두려움을 완화해 줄 것으로 기대하며 크게 기뻐하였으며, 더욱이 '배재'가 '배양영재(培養英材)'의 의미를 담고 있음을 흡족해 한 아펜젤러는 마태복음 20장 26절에 나오는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라는 구절을 인용하고 당대 한학자 조한규가 한역하여 '欲爲大者 當爲人役(욕위대자 당위인역)'이라는 당훈이 만들어져 교명과 당훈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다.



『배재학당사』의 기록에 의하면 스크랜튼(M. F. Scranton)이 의사가 되고자 영어를 배우기 원하는 이겸라, 고영필을 아펜젤러에게 소개한 것이 최초의 배재학당 학생 모집이었다고 한다. 1885년 8월 3일 아펜젤러는 이 두 학생을 당신의 집으로 불러 영어로 수업을 시작하였으며, 이어서 다른 관립학교에 있었던 이성나 외에 다른 2명의 학생이 영어를 배우기 위해 더 들어왔으니 이로써 역사적인 배재학당의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아펜젤러는 본격적으로 학교 설립에 착수하기로 마음먹고 학교 건물과 부지 확보에 애를 썼다. 그리하여 서울 정동 34-5번지 일대 김봉석의 집과 참의 안기영과 승지 채동술이 살던 집과 부지를 매입하여 1886년 6월 8일 드디어 정식으로 학교를 개교하였다. 초기에는 영어를 베우고 싶지만 선교사가 세운 기독교 학교라는 사실에 망설이던 학생들이 있었지만, 고종이 배재학당이란 사액 현판을 하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배재학당을 졸업한 학생들이 궁궐 통역관으로 채용되고 그 외에도 다른 정부 관직에 임명되면서 배재학당은 정부 기관에 진출할 수 있는 출세의 통로가 되었으며, 이는 입학률 중가로 이어지게 되어 해마다 지원자가 늘어났다.



당시 배재학당은 무상교육이었고 기혼자들에게도 배움의 기회를 준 열린 교육을 실시하여 근대화의 길을 열었으며, 한문, 역사, 교리문답을 제외한 전체 과목을 영어로 강의하는 등 세계화 교육을 지향하였다는 점에서 교육사적으로 근대교육의 특징적 요소라고 할 만하다. 이와 관련하여 당대 최고의 역사학자인 이능화는 『朝鮮基督敎及外交史(조선기독교급외교사)』에서 열악한 조선의 교육적 환경에서 미국 교회에서 학교를 세우고 신교육을 실시하였으니 영어, 수학, 세계 지리 및 역사 등을 가르친 조선 최초의 사립학교로 배재학당을 언급하기까지 하였다.

구체적인 교육 내용으로 배재학당은 서구의 과학과 문학 교육 과정을 반영하여 한문, 영어, 천문, 지리, 생리, 수학, 수공, 성경, 체조, 창가 등의 교과목을 개설하고, 미국의 선교사 헐버트(H. B. Hulbert)가 집필한 최초의 한글 교과서로서의 의의를 지닌 세계의 지리, 역사, 풍속 등을 담은 『士民必知(사민필지)』를 교과서로 삼아 가르쳤다. 또한, 연설회, 학생 토론회 활동이나 야구, 축구 등 다양한 체육 활동과 운동회를 체계적으로 개최하여 명실상부한 근대교육 기관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나갔다. 또한, 배재학당 졸업식에는 정부 관료들까지 참석하는 등 근대교육 기관의 표상으로서 장안에 커다란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올해 창학 140주년을 맞이하는 배재학당은 설립 때부터 신교육을 실시하고 세계화를 지향한 교육을 펼쳤으며 교육에 남녀 구별을 두지 않았으며 사람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평등교육을 실시한 명실상부한 근대교육의 요람으로서의 교육사적 의의를 지닌다.

/백낙천 배재대 국어국문·한국어교육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쌍용동 아파트서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사건 발생
  2. 교실 CCTV 설치 근거 생길까… 법사위 심의 앞두고 교원단체 반발
  3. 어깨·허리 부상 잦은 소방공무원에게 물리치료사협회 '도움손'
  4. '대량 실직 위기'…KB국민카드 대전 신용상담센터 노동자 150여 명 불안 확산
  5. 대전교육청 공무직 4일 총파업… 94개 학교 급식 차질
  1. 동구 정다운어르신복지관, 2025년 '정담은 김장나눔'
  2. "역대 최대 1조 2천억 확보" 김해시, 미래 성장동력·안전망 구축 탄력
  3. 4일 밤사이 세종·충남 1~5㎝ 적설 예고
  4.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 김장김치 나눔 행사
  5. [2026학년도 수능 채점] 입시 전문가들이 말하는 정시 전략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하면서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 대통령의 긍정적 반응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행정통합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5일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첨단산업의 심장, 충남의 미래를 설계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5극 3특' 체제를 거론하며 "지역 연합이 나름대로 조금씩 진척되는 것 같다"면서도 "협의하고 협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규모로 통합하는 게 좋다고 생..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가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김태흠 지사는 4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오성환 당진시장, 안병철 지엔씨에너지 대표이사, 정영훈 디씨코리아 대표이사와 당진 AI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지엔씨에너지는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 내 3만 3673㎡(1만 평) 부지에 건축연면적 7만 2885㎡ 규모로 AI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이를 위해 지엔씨에너지는 디씨코리아 등과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하고, 2031년까지 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엔씨에너지는 이와 함께 200여 명의 신규 고용..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가 사상 처음으로 800만원을 넘어섰다. 평당(3.3㎡) 분양가로 환산하면 2797만 원에 달했다. 5일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격은 827만 원이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로 1년 새 6.85% 올랐다. 전국 ㎡ 당 분양가는 지난 2021년 530만 원에서 2023년 660만 원으로 오른 데 이어 2024년에는 750만 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상승 흐름은 더 빨라져 9월 778만 원, 10월 798만 원, 11월 827만 원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