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더 좋은 삶이란?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더 좋은 삶이란?

안필용 CDS 정치아카데미 원장

  • 승인 2025-07-13 16:59
  • 신문게재 2025-07-14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안피룡
안필용 원장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출범과 동시에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불법적 계엄에 분노했던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를 충족해야 한다. 윤석열을 비롯한 내란범들의 처벌과 함께 국민적 분열을 통합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경제문제도 심각하다.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더 좋은 나라, 더 좋은 삶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기대 역시 과제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재명 정부만의 몫이 아니라 국민의 동참도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평소 정치는 국민적 효용을 높이기 위해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정치가 국민적 기대와 효용을 높이는 문제에서 효과적 도구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에서 유행했던 말이 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것'이다. 정치가 개인의 선택의 자유와 결과를 보장하는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개인의 선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은 정치, 좋은 삶이 될까?

인간이 집단을 이루어 살아가는 한 경쟁과 연대는 피할 수 없다. 때로는 권위와 권능으로 때로는 폭력으로 이 과정을 조정해왔다. 그러다 근대 민주주의가 성립되면서 법과 제도, 정치를 통해 조정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현대에 와서 여전히 충분하지 않지만, 법과 제도를 통해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보장함으로써 최소한 과거의 야만적 상황을 면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선택의 자유라는 형식적 조건이 형성되었다고 해서 더 좋은 삶이 저절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치열한 경쟁의 과정에서 선택의 자유와 그 선택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최고의 가치로 전환되었지만, 그것이 더 좋은 삶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개인의 선택을 넘어선 공동체의 규범과 가치에 대한 철학적 판단이 없다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개인의 삶도 피폐해 질 수 있다는 것을 지난 정부에서 경험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민주주의가 탄생했을 때 시민들은 공적영역의 토론에 참여하는 것을 매우 중요한 의무로 여겼다. 이는 더 좋은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더 좋은 삶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즉 민주주의에서 더 좋은 삶에 대한 논의는 개인의 선택 문제를 공정하게 처리하는 것과 공동체 전체의 가치와 연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현대에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자는 마이클 샌델이다.

샌델은 '정치와 도덕을 말하다'라는 책에서 개인의 선택 문제를 단순히 사적 영역에 머물게 하지 않고, 공화주의적(공화제적) 주제, 즉 공동체 속에서 더 좋은 삶을 만들기 위한 문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 정치적 논의에서 단순한 기술적·중립적 해결책이나 절차적 공정성만을 강조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개인의 선택 문제도 사회 전체의 맥락에서 어떤 도덕적 가치와 기준이 적용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둘째, 도덕적·종교적 신념과 같이 지극히 개인적 선택의 문제처럼 보여지는 문제도 정치적 논쟁과 분리될 수 없고, 분리해서도 안된다고 강조한다. 이미 현실에서 종교가 정치적으로 어떻게 변질 될 수 있는지 묵도하고 있다.

셋째, 개인의 선택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과 그 책임을 자각하고, 시민으로서 공동체의 일원임을 인식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우리는 지난 정부가 탄생했던 선택의 결과를 잘 알고 있다. 공동선에 대해 숙고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의 목표를 선택하고 타인에게도 똑같은 권리가 있음을 존중하는 능력,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공공에 대한 지식, 소속감, 책임감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넷째, 진정한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는 논쟁과 토론을 통해 다양한 의견이 부딪히고, 그 과정에서 도덕적 기준을 세우는 데 있다. 개인의 선택 문제도 이러한 공적 논쟁의 장에서 다뤄지고 귀속되어야 한다.

마이클 샌델의 말은 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더 좋은 삶을 위해 개인의 선택 문제가 공동체 전체의 가치와 연결되어야 한다. 개인의 선택을 영역을 넘어서는 사회의 다양한 문제의 가치를 정립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재명 정부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실망하지 않고 함께 더 좋은 삶을 만들어 가기 위한 의무가 우리에게도 있기 때문이다.

/안필용 CDS 정치아카데미 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서울공항 인근 도심 상공 전투기 곡예비행... 안전불감증 도마
  2. <속보> 이상민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 별세
  3. 차기 대전교육감 선거 진보 단일화 시작? 5명 한 자리에
  4. 포스트시즌 준비하는 대전한화생명볼파크
  5. [춘하추동] 문화유산 회복 운동에 있어 재외동포의 역할
  1. [2025 대전교육청 학력신장] 창의융합형 수업으로 미래 역량 씨앗 키우는 대전태평중
  2. 충남대병원, 중증질환 소아청소년에게 완화의료 알리기 캠페인
  3. 굿잡 일자리박람회 성료…취업열기 ‘후끈’
  4. [홍석환의 3분 경영] 지금 그리고 변화
  5. "거점 국립대만 키우나…" 비수도권 사립대 불안감 심화

헤드라인 뉴스


육사 지방이전 또 불붙나…충청 유치 선제대응 시급

육사 지방이전 또 불붙나…충청 유치 선제대응 시급

한 동안 불붙었다가 사그라들었던 육군사관학교 지방 이전 주장이 올 국정감사에서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 국가균형발전 등 차원에서 당위성을 재차 설파한 것인데 이를 지렛대로 '국방수도' 충청권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지역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15일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의원(용인갑)에 따르면 전날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내란청산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서울 노원구에 있는 육군사관학교의 지방이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육사는 61년의 박정희 쿠데타, 80년의 전두환 쿠데타 12·3..

코스피 종가 기준 최고가 경신... 3657.28에 장 마감
코스피 종가 기준 최고가 경신... 3657.28에 장 마감

미중 무역갈등 재격화 우려 속에서도 상승 출발, 3600선을 재탈환하며 장중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코스피가 종가 기준 최고가마저 경신했다. 15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95.47포인트(2.68%) 오른 3657.28로 거래를 종료했다. 지수는 18.83포인트(0.53%) 오른 3580.64로 개장한 이후 꾸준히 고점을 높여갔고, 장 막판 한때 3659.91까지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는 전날에도 장 중 한때 3646.77까지 상승, 직전 장중 최고치(3617.86·10월 10일)를 갈아치웠으나 이후 급락해 3561.81로 장을..

`한국의 루스벨트`… 이상민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 별세
'한국의 루스벨트'… 이상민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 별세

'한국의 루스벨트' 이상민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이 15일 별세했다. 향년 67세. 고인은 1958년 대전에서 태어나 대전중, 충남고, 충남대를 졸업했다. 제3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24기)를 수료한 뒤 변호사로 활동하다 현실 정치에 뛰어들었다. 17대 총선에서 대전 유성에 출마해 국회에 입성한 후 21대까지 내리 5선을 지냈다. 유성은 물론 대전, 나아가 충청발전을 위해 힘썼고, '법의 정의'를 지키고 소외계층과 사회적약자를 위한 지원에도 앞장섰다. 2023년 12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뒤 이듬해 1월 국민의힘에 입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

  • 포스트시즌 준비하는 대전한화생명볼파크 포스트시즌 준비하는 대전한화생명볼파크

  • 굿잡 일자리박람회 성료…취업열기 ‘후끈’ 굿잡 일자리박람회 성료…취업열기 ‘후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