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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제공 |
난 대로가 그냥 집 한 채.
새들이나 벌레들만이 거기
깃들인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면서
까맣게 모른다 자기들이 실은
얼마나 나무에 깃들여 사는지를!
나무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봄에 가 보아도 그 자리, 여름·가을에도 또 거기에 있다. 이파리를 떨군 겨울에도 꿋꿋이 한 자리를 지킨다. 엄동설한 눈보라를 맞으며 나무는 봄을 준비한다. 제일 먼저 계절의 변화를 우리에게 알린다. 새의 혀 같은 싹이 돋아날 때의 희열감이란! 갓 태어난 강아지의 귀처럼 여리디 여린 이파리를 피워낸 쥐똥나무 울타리를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숲은 나의 안식처. 나무는 나의 동무. 늠름한 상수리 나무를 한번 안아본다. 코를 박고 냄새를 맡는다. 광목 행주치마를 두른 엄마 품을 파고들 때 나던 눅눅한 풀 냄새가 떠오른다. 이른 봄 갓 태어난 아기 다람쥐 두 마리가 천방지축 나무들을 오르내리며 숨바꼭질 하기에 여념이 없다. 산비둘기의 쓸쓸한 울음소리가 저 멀리 숲 속에서 허허롭게 울려 퍼진다.
아주 어렸을 때 우리의 놀이터는 나무였다. 동네 앞 팽나무는 우아하고 멋들어졌다. 나이가 몇 살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냥 오래 전에 태어난 나무인 것만 알 뿐이었다. 팽나무에 오르면 우리는 서울 부산 대구 저 멀리 제주도까지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었다. 나뭇가지마다 도시 이름을 붙여 놓았기 때문이다. 팽나무는 그렇게 아이들의 친구였고 어른들의 쉼터였다. 내 키가 좀 자랐을 때 팽나무는 베어져 어디론가 실려 갔다. 그리고 어른들은 깨달았다. 마을 사람들이 팽나무에 얼마나 의지했는 지를.
느티나무만큼 지혜로웠으면 좋겠다. 소나무처럼 굳세었으면 걱정이 없겠다. 회양목 꽃처럼 향기로우면 나는 얼마나 아름다울까. 나무야 나무야.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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