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변화의 정치학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변화의 정치학

정용도 미술비평가

  • 승인 2020-03-30 18:22
  • 신문게재 2020-03-31 23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정용도 미술비평가
정용도 미술비평가
컴퓨터 모니터에 시스템 에러라는 메시지가 뜨면 상당히 난감해진다. 사용자가 컴퓨터 시스템 파일을 잘못 건드렸거나 시스템과 호환이 되지 않는 코드로 인해 프로그램 오류가 발생했거나 혹은 컴퓨터 운영체제에 바이러스가 침투해 시스템을 망가트린 경우이다. 그런데 앞의 두 경우는 비교적 쉽게 고칠 수 있지만 바이러스의 경우는 새로운 치유 방법을 찾아내야만 한다.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시민들이 코로나바이러스로 고통을 받고 있다. COVID19은 기존의 바이러스와 다른 종류로 백신이나 치료제도 없다. 현재까지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지를 밝혀내는 진단만 가능할 뿐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대면하는 원인불명의 사태들에 대해서는 경험을 근거로 새로운 관점들을 찾아내 분석하여 해결해야만 한다. 사건의 발생경로와 원인을 찾아내면 해결 방법의 발견 확률은 훨씬 높아진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들을 통해 좀 더 효율적이고 포괄적인 차세대 시스템 구축이 가능해진다.

예전과 달리 전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각 나라의 문제들에 관한 정보에도 쉽고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컴퓨터와 인터넷에 익숙한 디지털 세대는 기존의 언론이나 방송보다는 전세계의 개인들이 유튜브를 통해 전달하는 정보들을 시청하거나 아니면 구글을 이용해 다른 나라들에 관한 정보를 직접 찾아서 접하기 시작했고, 기존의 언론이나 TV가 전달하는 정보가 내포하고 있는 '프레임 구축' 전략, 말하자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정보를 조작하거나 왜곡하는 것에 대해 자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현실의 대한민국에서 오류 없는, 즉 가짜뉴스나 왜곡된 정보가 아닌 사실에 근거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제가 중요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시스템이라는 두 축을 가지고 운용된다. 국가공동체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효율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하고, 기존 시스템은 오류를 해소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시스템은 쉽게 변하지 않을뿐더러 오류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의 말처럼 우리에게 반복은 일반성이 아니다. 반복은 동일한 순환을 지속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내포하고 있는 점진적인 진행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2020년 전후로 한국은 예전보다 좀 더 새로운 변화들을 겪고 있다. 촛불혁명이라는 기존의 정치체제에 대한 시민적인 저항과 참여의 경험이 개인들의 정치적 사유의 범주를 확장시켜주었고, 한국 문화의 국제화 과정을 목격하면서 문화적 힘의 파급력을 경험하고 있고, COVID19라는 전지구적인 유행병을 겪으면서 국가시스템의 효율성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게다가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에 진입했고 일본을 추월해 가고 있다.

모든 것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변화는 인간의 탄생과 소멸만큼이나 필연적이다. 우리는 과거에 겪었던 역사적 고통을 통해, 기술적인 발전을 통해, 시스템 오류에 대한 자각을 통해 대안을 마련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비전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국가라는 공동체 문화는 역동성을 획득한다.

오류를 수정하지 못한다는 것은 과거에 대한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과거는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현재와 미래에 영항을 주는 심리적인 방향키이기 때문이다. 문화도 마찬가지 이다. 예술이 현실의 권력만을 향유하는 집단에 의해 사유화 되어 과거를 변화시킬 수 없는 시스템 오류에 함몰되거나 진부한 개념만을 끊임없이 재현하는 단순한 해체의 순환에 빠지게 된다면 변화라는 생명의 본질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삶의 생명성은 이 세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진실성에서 비롯될 뿐이다.

정용도 미술비평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KINS 기밀 유출 있었나… 보안문서 수만 건 다운로드 정황에 수사 의뢰
  2.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3.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4. 수도권 뒤덮은 러브버그…충청권도 확산될까?
  5. [춘하추동]새로운 시작을 향해, 반전하는 생활 습관
  1. 법원, '초등생 살인' 명재완 정신감정 신청 인용…"신중한 심리 필요"
  2. 3대 특검에 검사 줄줄이 파견 지역 민생사건 '적체'…대전·천안검찰 4명 공백
  3. 33도 폭염에 논산서 60대 길 걷다 쓰러져…연일 온열질환 '주의'
  4. aT, 여름철 배추 수급 안정 위해 총력 대응
  5. 세종시 이응패스 가입률 주춤...'1만 패스' 나오나

헤드라인 뉴스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이재명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만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행정수도 완성 역행과 공론화 과정 없는 일방통행식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에 대해 비(非) 충청권에서도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이 같은 이유로 전재수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향후 정치 일정에서 해수부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이번 논란이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북 익산 출신 국민의힘 조배숙..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이재명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지급키로 한 소비쿠폰이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이로써 충청권 시도의 지방비 매칭 부담이 사라지면서 행정당국의 열악한 재정 여건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안위는 이날 2조9143억550만원을 증액한 2025년도 행정안전부 추경안을 처리했다. 행안위는 소비쿠폰 발행 예산에서 중앙정부가 10조3000억원, 지방정부가 2조9000억원을 부담하도록 한 정부 원안에서 지방정..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과 충남의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대거 선정되며, 딥테크 기술창업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5년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전국 197개 기업 중 대전·충남에선 3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체의 16.8%에 달하는 수치로, 6곳 중 1곳이 대전·충남에서 배출된 셈이다. 특히 대전지역에서는 27개 기업이 선정되며, 서울·경기에 이어 비수도권 중 최다를 기록했다. 대전은 2023년 해당 프로젝트 시행 이래 누적 선정 기업 수 기준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