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도일보db |
“한가위 보름달만 같아라~”
들녘에는 벼가 노랗게 고개를 숙여가고 과일 나무에는 열매가 실하게 익어가는 가을은 그 이름만으로도 풍요롭습니다. 게다가 추석날 밤하늘에 뜬 보름달만으로도 마음은 푸근하죠.
넉넉해지는 마음만큼 명절 선물 전하는 손길도 바빠집니다. 올 해는 ‘김영란법’이다 해서 비싸지 않고 저렴한 선물을 많이 찾고 있다고 하는데요, 명절 선물도 시대에 따라 많이 변해왔습니다. 시대별 인기 품목을 보면 그 시대 생활상을 엿볼 수도 있죠. 예전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것은 과자종합세트였습니다. 지금은 과자가 흔해서 선물세트로 많이 찾지 않지만 그 시대는 참 귀했죠.
추석, 그때 그 시절에는 어떤 선물이 잘 나갔는지 오래된 신문지면에서 찾아 봤습니다.
*50년대 : “이것 좀 드셔보셔유~” 직접 키워 이웃과 나눔
50년대는 6.25전쟁의 화마가 가시지 않았으며 보릿고개가 남아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여전히 국민들은 가난했고, 더불어 여유가 없었던 시대였죠. 추석 선물이라는 개념조차 서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웃 간의 정은 돈독해서, 없는 살림이지만 집에서 닭이 낳은 달걀을 전하는 가하면 손수 수확한 밀가루, 찹쌀, 참기름을 주고 받았 습니다.
*60년대 : 추석 선물 레전드 ‘설탕’
▲ 밍크비누 선물세트/사진=1967년9월14일자 1면 |
60년대부터 추석 선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상품화된 선물이 나오기 시작했죠. 그 중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것은 설탕과 조미료 그리고 비누와 양말 등 이었습니다.
▲ '백설표 설탕' 선물/사진=1967년9월9일자 3면 |
당분 99.9%를 자랑하는 설탕은 각설탕을 포함해 추석선물용으로 6호까지 판매했는데요, 설탕 6kg이 정가 900원에 판매됐습니다. ‘특별 써-비스로’라는 문구로 ‘고급 스텐 스푼, 핸드백형 타원관, 고급용기, 집게’가 들어있다는 문구도 재미있습니다. 옆에 아기의 모습은 왜 있는 것일까요?
▲ 백설표 '미풍' 선물/사진=1960년9월15일 3면 |
▲ '미원' 선물세트/사진=1967년9월14일 3면 |
주부들의 환심을 살 조미료계의 두 거장의 라이벌 광고도 보입니다.
‘추석선물은 백설표 미풍!’
‘추석선물로는 미원선물셋트!’
정성 vs 실용성을 내세운 미풍과 미원은 주부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물세트였습니다. 미풍 1호가 1200원, 미원 8호가 1690원으로 제법 가격이 나갔던 선물이었습니다.
*70년대 : 화장품, 치약, 와이셔츠 ‘실용적 생활용품’
산업화로 국민들 살림살이가 피자, 선물도 다양해졌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과자종합선물세트는 최고의 선물로 등극했으며 아름다움에 관심을 갖게 된 여성들을 위해 화장품 세트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 태평양화학 아모레 '하이톤화장품' 세트/사진=1972년9월20일 1면 |
태평양화학 아모레에서 나온 ‘하이톤 화장품’은 ‘아름다움을 오붓하게 포장!’했다는 문구로 유혹하고 있습니다. 포장도 지금과 별반 차이 없이 상자에 오롯이 담겨있네요. 가격은 9종이 담겨져 있는 가장 고가 셋트가 4850원입니다.
▲ 사자표 '시대샤쓰'/사진=1971년9월28일 3면 |
남성용 셔츠도 인기였습니다. ‘71 추석절 선물용! 신제품 사자표 시대론 70.Hi-시대론 샤쓰’ 라는 광고로 품위있고 실속있는 선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건 ‘전국 통용시대 상품 교환권’으로도 구입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80년대 브랜드 구두·운동화에 ‘펄쩍’
▲ 구두, 벨트, 지갑 등 잡화 선물/사진=1989년9월7일 11면 |
경제성장의 절정기에 접어든 80년대는 기존 명절 선물에 ‘고급’을 입혔습니다. 양주, 과일, 정육세트 등 품목에 단순한 포장에서 고급 패키지로 당시 ‘과대 포장’이 문제시 될 정도였습니다. 특히 넥타이, 구두, 지갑·벨트 세트 등 잡화용품이 인기품목으로 등장했고, 브랜드 운동화는 최고의 추석빔이었습니다. 살림이 넉넉해지다 보니 귀하다는 한우 갈비도 선물 품목으로 종종 등장했으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참치통조림이나 햄 선물세트가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90년대 : 실속형 vs 고급형 ‘양극화’
▲ 갈비 선물세트 등 인기/사진=1993년9월24일 1면 |
명절선물이 과열현상을 보이던 시절이었습니다. 몇 백 만원 하는 수입양주와 전복, 영광굴비, 갈비 등 고가의 선물이 날개돋힌 듯 팔렸는가 하면, 지역 특산물을 구매하는 알뜰 구매 족들도 늘었습니다. 선물의 양극화로 백화점과 할인점 등으로 나눠지기도 했습니다. 1994년 4월부터 ‘상품권’이 등장하면서 간편하고 편리하다는 장점에 90년대 후반에는 ‘받고싶은 선물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2000년대 : “건강 챙기세요~” 윌빙 식품 인기
▲ '웰빙 열풍' 타고 건강식품 선호/사진=2005년9월12일 1면 |
2000년대 들어 ‘웰빙’이 부각되면서 명절에도 건강을 생각한 선물이 각광을 받았습니다. 홍삼, 수삼 등 각종 건강식품과 비타민 등 건강보조식품도 다양하게 출시됐고 배, 사과 등 토종 과일뿐만 아니라 망고, 멜론 등 수입 과일도 좋은 선물세트가 됐습니다.
김영란법으로 몸을 움츠린 올 해는 어떤 선물들이 인기가 있을까요? 선물은 마음의 정을 나누는 것입니다. 한 해 동안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을 담은 것이라면 그 어떤 것보다 값어치 있는 것이겠죠.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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