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 하늘로 자라는 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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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 하늘로 자라는 수박

송미나 대전중앙청과 대표

  • 승인 2021-06-13 11:04
  • 수정 2021-06-13 14:18
  • 신문게재 2021-06-14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송미나 중앙청과 대표
송미나 대전중앙청과 대표
바야흐로 수박의 계절이다. 물론 요즘은 한 겨울에도 수박을 먹을 수 있지만 누가 뭐라해도 수박은 햇빛이 쨍쨍한 한여름 시원한 원두막 그늘 아래서 잘라먹는 수박이 떠오른다. 사실 수박은 굉장히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고대 이집트 무덤에서 야생수박으로 추정되는 그림이 나왔으니 약 4300년 전의 이집트인들도 수박을 맛봤다고 추측할 수 있다. 필자가 떠오르는 가장 오래된 기억은 큰 그릇에 물을 가득 넣고 수박을 동동 띄워 단맛 나는 뉴슈가를 살짝 넣고 먹었던 수박 화채 맛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런 수박과의 추억 때문인지 요즘도 대형마트에서는 수박을 판매하면서 모형 원두막과 매미소리를 음향으로 틀어 놓은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대중적인 여름 대표 먹거리인 달콤한 수박이 사실 정말 고된 작업의 결과임을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한여름의 폭염을 견뎌야 하고 수분함량이 90% 이상인 수박은 역설적이게도 물에 약해서 장마철 비가 계속 오게 되면 수박이 녹아버려서 상품성을 잃고 만다. 게다가 수박은 줄기가 바닥으로 퍼지는 대표적인 포복형 작물이며 무겁다. 보통 수박은 8㎏이 표준이며 10㎏ 이상도 매우 많다. 이러한 수박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허리와 무릎을 굽혀서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서는 수박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몇 년 전 수박을 출하하시는 분들이 농담으로 수박도 사과처럼 나무에서 열리는 게 더 작업하기 좋겠다고 요즘은 무릎이 아파서 작업을 못하겠다는 하소연도 하셨다. 만약 수박이 사과처럼 열린다면 밑에서 일하다가 수박 한 개만 떨어져도 작업하다가 머리를 다쳐서 병원가야 한다며 수박을 땅에서 수확하는 것도 다 자연의 섭리라며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우리는 농담처럼 주고받은 말들이 시간이 지나서 현실이 되는 것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삐삐 메시지를 듣기 위해 공중전화에서 긴 줄을 기다리던 시절에 누군가 바로바로 들을 수 있는 무언가가 곧 나올 거야라고 했던 말이 사라지기도 전에 휴대폰이 나왔고 지금은 휴대폰 없는 하루는 상상이 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농담처럼 주고받았던 수박이 이제는 하늘에서 열린다. 우리가 애플 수박이라고 말하는 수박은 하우스 골조를 타고 올라가 수박 줄기를 유인해서 묶어주면 수박이 공중에서 조롱조롱 매달린다. 이렇게 재배한 2㎏ 미만의 애플수박은 아직 일반 수박처럼 대중화가 되지는 않았지만 1인 가구의 증가로 먹거리가 소포장되고 대형 과일보다 작은 과일들을 선호하는 추세에 따라 서서히 인기를 얻고 있다.

또, 얼마 전에는 충북농업기술원에서 수박 줄기를 수직으로 세워 땅 위로 자라게 하여 빽빽하게 늘어선 줄기 사이로 시설 하우스 바닥이 아닌 어른 허리 높이에 수박이 열리게 하는 뉴스를 보았다. 이렇게 재배한 수박은 인건비를 줄이고 수확하기가 훨씬 용이해졌다. 21세기 농업은 곳곳에서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큰 것은 작게, 작은 것은 크게, 불편한 것은 편하게, 복잡한 것은 단순하게 개선해 기능적으로 최적화 되어 가고 있다. 향후의 농업 현장은 첨단 시설과 장비가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수박을 두드려서 잘 익었는지 확인하는 일은 이미 과거의 노하우다. 지금은 비파괴 당도 측정기를 대고 측정을 한다.



예기치 않은 기후 변화와 빠른 경기의 흐름에 가장 민감한 것이 농산물이다. 그 와중에도 농업에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늘로 자라는 수박을 바라보면서 산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농산물 도매시장에 대한 반성을 해본다. 비좁은 경매장 앞에서 하역 순서를 기다리는 수박 출하자들을 바라보며 죄송스런 마음이 앞선다. 농산물 유통도 변해야 한다. 농사는 쉬워져야 하고 농산물 유통은 더 신속하고 공정해야 한다.

송미나 대전중앙청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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