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기억속으로⑤] 대전 송촌동 택시기사 강도살인 : 부러진 칼날과 발자국

[그날의 기억속으로⑤] 대전 송촌동 택시기사 강도살인 : 부러진 칼날과 발자국

  • 승인 2021-09-13 15:25
  • 수정 2021-09-13 15:36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그날의 기억속으로

 

 

 

 

50대 택시기사 온몸 28곳 흉기에 찔린 채 택시서 사망
부러진 과도 칼날과 발자국 발견… 현장서 DNA 채취도
세탁소 주인 결정적 제보 등 범인 검거 가능성 여전히


 

2021091301000872200027643
중도일보 2006년 4월 12일 자 6면(사회면)에 게재된 당시 사건 단신 기사.
그날의 사건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50대 택시 기사가 자신이 몰던 택시 안에서 처참한 모습으로 발견됐다. 범인은 현장에 많은 것을 남겼다. 부러진 칼날과 발자국 그리고 혈흔에서 발견된 DNA까지. 곧 잡힐 줄 알았던 범인은 그날로부터 15년이 넘도록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가고 있다. 완전범죄는 없는 법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흔적을 쫓는 이들이 있다. 누군가의 기억속에서 잠들고 있을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2006년 4월 11일로 시간을 되돌려보자.

 

전날인 10일 김 씨는 그날도 야간운행에 나섰다. 주간근무보다 조금이나마 돈을 더 벌 수 있었기 때문에 한 선택이다. 사업 실패 후 택시기사가 된 김 씨는 성실한 삶을 살아가던 평범한 가장이었다. 평소 야간운전을 마치면 부인에게 귀가 소식을 전했던 김 씨가 이날은 유독 연락도 없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부인은 심근경색을 앓고 있던 남편이 변을 당한 것은 아닌지 오전 7시 20분께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비슷한 시각 대전 대덕구 송촌동 일대를 지나던 택시기사 A씨는 대양초 인근에서 수상한 택시를 발견했다. 트럭 옆면에 충돌한 택시 한 대가 시동이 걸린 채 가만히 서 있었고 운전석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A씨는 충돌한 택시를 확인하고 황급히 경찰에 신고했다. 김 씨가 자신의 택시 뒷좌석에서 온몸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ㅇㅇ
사건 당시 현장 모습
출동한 경찰이 확인한 현장은 처참했다. 택시 뒷좌석에 쓰러져 있는 김 씨의 옷은 피로 뒤덮여 있었다. 김 씨에게선 바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상흔이 발견됐다. 후에 부검 결과 김 씨의 몸에선 무려 28곳이 찔린 것으로 확인됐다. 사인은 과다출혈이다.



택시 내부는 흐르고 튄 피가 낭자했다. 칼자국은 얼굴과 머리에 집중됐으며 이를 막기 위해 손과 팔엔 많은 방어흔이 남았다. 180㎝에 80㎏이 넘는 김 씨가 범인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경찰과 법의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범인은 누구며 또 어디로 갔을까. 경찰은 사건 초기 택시 강도에 의한 범행 가능성에 초점을 뒀으며 범인이 탑승하기 전 내린 승객을 찾아 나섰다. 범행 전 승객이 하차한 시각은 오전 4시 27분. 범인이 승차한 시간은 불과 16초 후였다. 바로 탑승했던 것으로 보아 탑승 장소는 사람이 많은 번화가일 것으로 추정, 경찰은 택시 운행기록장치를 토대로 택시가 이동한 3.500㎞ 반경을 샅샅이 살폈지만 범인의 덜미를 잡는 데는 실패했다.

이후 경찰은 수사 방향을 택시강도에 한정 짓지 않고 당시 택시 안에서 현금 20만 원이 그대로 발견된 만큼 원한에 의한 살인에도 여지를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범인은 이번에도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갔다.

잔인한 범행을 저지른 범인이 15년째 죗값을 받지 않은 채 경찰의 눈을 피하고 있지만 당시 현장에 남긴 흔적을 말미암아 언젠가 잡힐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당시 범인은 현장에 몇 가지 흔적을 남겼다. 부러진 칼날과 발자국이 그것. 택시 안에는 10.5㎝ 길이의 부러진 과도 칼날이 발견됐다. 흔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 범인이 초범일 가능성이 높다. 범인은 또 현장에 자신의 발자국을 남겼다. 250~265㎜가량으로 추정되는 족적은 범인의 체구가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23
사건 당시 택시 안에서 발견된 범인의 족적과 비슷한 모양의 신발 밑창

또 하나 결정적인 단서는 현장에서 발견된 혈흔이다. 현장에서 숨을 거둔 김 씨의 것과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두 개의 혈흔이 현장에서 감식됐다. 대조할 DNA가 없었던 것으로 보아 초범일 가능성이 재차 드러난다. 이 사건엔 결정적인 증인도 있다. 11일 오전 8시께 김 씨가 발견된 현장에서 5K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한 세탁소 주인은 '피 묻은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 세탁물을 맡기러 왔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세탁이 어렵다고 남성을 돌려보냈지만 한 시간가량 후 또 와서 세탁을 요청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세탁소 주인이 본 이 남성의 키는 165㎝에서 175㎝가량. 택시에서 발견된 발 크기와 어울리는 신장이다.

이 사건은 무자비한 범인의 행각과 사건 발생 초기부터 사건이 알려지면서 여러차례 언론을 통해 재조명되기도 했다. 이 사건 범인을 잡기 위해 수사를 지속하는 대전경찰청 미제전담수사팀은 다양한 첩보를 통해 지금 이 순간도 범인의 뒤를 밟고 있다. <제보 전화 042-609-2772 / 010-2062-4446>


임효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준비 안된 채 신입생만 받아"… 충남대 반도체 공동 연구소 건립 지연에 학생들 불편
  2. '복지부 이관' 국립대병원 일제히 반발…"역할부터 예산·인력충원 無계획"
  3. '수도권 대신 지방의료를 수술 대상으로' 국립대병원 복지부 이관 '우려'
  4. 설동호 대전교육감 "수험생 모두 최선의 환경에서 실력 발휘하도록"
  5. 대전시의회 교육위 행정사무감사…학폭 예방 교육 실효성·대학 사업 점검
  1. 2025 '도전! 세종 교육행정' 골든벨 퀴즈 대회 성료
  2. 세종교육청 '수능' 앞둔 수험생 유의사항 전달
  3. [대전유학생한마음대회] 유득원 행정부시장 "세계로 잇는 든든한 주인공 뒷받침 최선"
  4. [대전유학생한마음대회] 박태구 중도일보 편집국장 “문화·언어 달라도 마음이 통하면 우리는 하나”
  5. 세종교육청 2026년 살림살이, 1조 1817억 원 편성

헤드라인 뉴스


주가 고공행진에 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174조원 돌파

주가 고공행진에 충청권 상장기업 시총 174조원 돌파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하자 충청권 상장사들의 주가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한 달 새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이 전월 대비 19조 4777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 대전혁신성장센터가 11일 발표한 '대전·충청지역 상장사 증시 동향'에 따르면 10월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174조 5113억 원으로 전월(155조 336억 원) 보다 12.6% 늘었다. 10월 한 달 동안 충북 지역의 시총은 27.4% 상승률을 보였고,..

조선시대 해안 방어의 핵심 거점…`서천읍성` 국가유산 사적 지정
조선시대 해안 방어의 핵심 거점…'서천읍성' 국가유산 사적 지정

국가유산청은 충남 서천군에 위치한 '서천읍성(舒川邑城)'을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으로 지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서천읍성은 조선 세종(1438~1450년) 무렵에 금강 하구를 통해 충청 내륙으로 침입하던 왜구를 막기 위해 쌓은 성으로, 둘레 1645m 규모에 이른다. 조선 초기 국가가 해안 요충지에 세운 방어용 읍성인 연해읍성 가운데 하나다. 산지 지형을 활용해 쌓은 점이 특징이며, 일제강점기 '조선읍성 훼철령(1910년)' 속에서도 성벽 대부분이 원형을 유지해 보존 상태가 우수하다. 현재 전체 둘레의 약 93.3%(1535.5m)가..

세종 청소년 인구 1위 무색… "예산도 인력도 부족해"
세종 청소년 인구 1위 무색… "예산도 인력도 부족해"

'청소년 인구 최다' 지표를 자랑하는 세종시가 정작 청소년 예산 지원은 물론 전담 인력조차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에 이어 청소년 예산까지 감축된 흐름 속에 인력·자원의 재배치와 공공시설 확충을 통해 지역 미래 세대를 위한 전사적 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세종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아동청소년 인구(0~24세)는 11만 4000명(29.2%)이며, 이 중 청소년 인구(9~24세)는 7만 8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0%에 달하고 있다. 이는 전국 평균 15.1%를 크게 웃도는 규모로, 청소년 인구 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혼잡 없이 수능 시험장 찾아가세요’ ‘혼잡 없이 수능 시험장 찾아가세요’

  • 국제 육군 M&S 학술 컨퍼런스 및 전시회 국제 육군 M&S 학술 컨퍼런스 및 전시회

  • 2025년산 공공비축미곡 매입 시작 2025년산 공공비축미곡 매입 시작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답지 전국 배부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답지 전국 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