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성군 세종을 기리며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성군 세종을 기리며

백낙천 배재대 국어국문·한국어교육학과 교수

  • 승인 2023-10-29 09:26
  • 수정 2023-10-29 09:32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3333
백낙천 교수
한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위인을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중에서 많은 사람은 세종대왕을 첫손에 꼽을 것이다. 세종은 천성이 어질고 부지런하였으며, 과단성이 있으면서도 신중한 성품을 지녔다. 또한 학문을 좋아하고 취미와 재능이 뛰어나서 여러 가지 방면에 통하지 않는 것이 없을 만큼 총명하여 한국 역사상 문화의 황금시대를 이룩한 성군으로 존경받는 임금이다.

세종은 1397년 조선의 3대 임금인 태종(이방원)의 셋째 아들로 태어나 1418년에 태종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올라 1450년에 승하할 때까지 33년 동안 재위하였다. 세종은 장영실 등 과학자들을 독려하여 측우기를 비롯하여 혼천의, 앙부일구 등 많은 과학기구를 발명케 했으며, '농사직설'과 '세종실록지리지' 등 국가의 경제 활동에 꼭 필요한 서적들도 많이 만들어 냈다.

또한 박연으로 하여금 새로운 악기를 만들고 궁중 음악인 아악을 정리하게 한 것도 학문과 예술에 대한 세종의 남다른 열정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국방에서는 최윤덕, 김종서 등을 앞세워 압록강 주변에 4군을 설치하고 두만강 주변에는 6진을 개척했고, 이종무를 통해 대마도 지역의 왜구들을 무찌르는 등 국방을 튼튼히 하는 등 영토 확장에 힘썼다. 또한, 고려 인종 때 만들어진 학문 연구 기관인 집현전을 확장하여 국가 제도의 기틀을 마련하였으니, 세종은 집현전을 국가의 '싱크탱크'로 삼아 정인지, 신숙주, 성삼문, 최항 등의 인재를 양성하고 서적을 편찬하여 집현전을 학문과 정책 수립의 장(場)으로 정립하였다.

한편 세종은 개인적으로 불행한 일도 많이 겪었던 임금이었다. '훈민정음'이 창제되고 이듬해인 1444년 다섯째 아들인 광평대군을 잃고 1445년에는 일곱째 아들인 평원대군을 잃었다. 더욱이 처족(妻族)인 소헌왕후 가문이 부왕인 태종에 의해 풍비박산되었으며, '훈민정음'이 반포되기 6개월 전인 1446년 음력 3월에는 아내인 소헌왕후마저 잃은 안타까운 가족사를 가슴에 묻고 산 임금이기도 하였다.



세종은 '맹자'에 나오는 '발정시인(發政施仁)'을 통치의 근간으로 삼아 백성을 사랑하고 어짊을 베풀어 백성의 어려운 생활에 깊은 관심을 가졌으며, 신하들과 토론을 통해 국가 정책의 중요한 결정을 내렸으며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백성을 본위로 한 왕도정치를 베풀었다. 무엇보다 세종은 왕도정치의 실현을 위해 인재 양성에 심혈을 기울였으며, 재상 허조를 곁에 두고 국가 경영을 담당할 인재 시스템 관리를 촘촘하게 펼쳐 나갔다. 이러한 유교 국가의 체계를 세우는 데에 있어서 시급한 국가 과제 중 하나는 백성을 교화하고 아름다운 풍속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런데 1428년(세종 10)에 진주의 김화라는 사람이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이 일어나자, 세종은 효행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서적을 펴내 백성들에게 읽히고자 군신·부자·부부에 모범이 될 만한 충신·효자·열녀 각 35명씩 105명을 뽑아 그 행적을 그림과 함께 기록한 '삼강행실도'의 간행을 명하여 1434년 편찬하였다. 물론 '삼강행실도'는 세종의 통치 철학을 반영한 결과이지만 한문으로 편찬하여 당시 백성들이 읽을 수가 없다 보니 효자, 충신, 열녀의 교훈을 전달하고 이해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따랐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하여 나온 세종의 역작이 훈민정음 곧 한글의 창제이다. 즉, 세종은 한글을 만들어 백성들이 깨우쳐 알게 되고 '삼강행실도'를 한글로 번역하여 편찬하면 효자, 충신, 열녀의 이야기를 통해 교화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즉, 한글의 창제는 학문 정진에 힘을 쏟은 결과이며, 세종의 업적 가운데 최고 정점에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세종은 백성을 나라의 근본으로 삼았고, 문화를 숭상하여 백성의 교화에 힘썼으며, 국방을 강화하여 나라의 평안을 꾀하였고, 널리 인재를 양성하고 등용하여 국가의 정책 비전을 구현하였으며, 경연(經筵)을 국가 통치의 공론장으로 삼아 어진 정치를 펼친 위대한 성군이었다. 한글 반포 577돌을 맞아 성군 세종을 기리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지는 10월의 어느 날이다.

/백낙천 배재대 국어국문·한국어교육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 대전시에 공청회 요구... 경쟁 입찰 조회수 부풀리기 의혹 제기도
  2. [대전다문화] 열대과일의 나라 태국에서 보내는 여름휴가 ? 두리안을 즐기기 전 알아야 할 주의사항
  3. 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 대전시에 공청회 요구
  4. 약국 찾아가 고성과 욕설 난동 '여전'…"가중처벌 약사폭력방지법 시행 덜 알려져"
  5. [인터뷰] 송호석 금강환경청장 "대청호 지속가능 관리방안 찾고, 지역협력으로 수해 예방"
  1. [대전다문화] 7월 17일 '제헌절', 대한민국 헌법이 태어난 날입니다
  2. [대전다문화] 세계 일회용 비닐봉투 없는 날
  3. 설동호 대전교육감 새 특수학교 신설 추진할까 "적극 검토"
  4. 충남대 동문 교수들 "이진숙 실천형 리더십… 교육개혁 적임자"
  5. 제6회 인천국제해양포럼, 7월 3일 송도서 개막

헤드라인 뉴스


이재명 대통령, 4일 취임 후 첫 대전 방문 ‘타운홀미팅’

이재명 대통령, 4일 취임 후 첫 대전 방문 ‘타운홀미팅’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취임 후 처음으로 대전을 방문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전 유성구 도룡동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국민소통 행보 2탄, 충청의 마음을 듣다’를 주제로 타운홀 미팅 시간을 갖는다. 국민의 현장 목소리를 듣고 자유롭게 토론과 질문을 하는 자리로,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비롯해 과학기술인 등 3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미팅은 사전에 참석자를 선정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전날인 3일 오후 2시 대통령실 홈페이지를 통해 행사 일정을 공개하고 행사 당일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300여 명을 참석시킨..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41. 대전 서구 가장동 돼지고기 구이·찜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41. 대전 서구 가장동 돼지고기 구이·찜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트로트 신동 김태웅, 대전의 자랑으로 떠오르다
트로트 신동 김태웅, 대전의 자랑으로 떠오르다

요즘 대전에서, 아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초등생이 있다. 청아하고 구성진 트로트 메들리로 대중의 귀를 사로잡고 있는 대전의 트로트 신동 김태웅(10·대전 석교초 4) 군이다. 김 군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건 2년 전 'KBS 전국노래자랑 대전 동구 편'에 출연하면서부터다. 당시 김 군은 '님이어'라는 노래로 인기상을 받으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공중파 TV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 군은 이후 케이블 예능 프로 '신동 가요제'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김 군은 이 무대에서 '엄마꽃'이라는 노래를 애절하게 불러 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취약계층을 위한 정성 가득 삼계탕 취약계층을 위한 정성 가득 삼계탕

  • 대통령 기자회견 시청하는 상인들 대통령 기자회견 시청하는 상인들

  •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 도심 열기 식히는 살수차 도심 열기 식히는 살수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