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연구자의 안전까지 외면한 R&D 예산 삭감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연구자의 안전까지 외면한 R&D 예산 삭감

오광영 (사)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

  • 승인 2023-11-05 09:35
  • 수정 2023-11-05 09:45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오광영
오광영 이사
앞선 2003년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풍동실험실에서 큰 사고가 발생해 세간에 놀라움과 슬픔을 동시에 안겨준 일이 있었다. 당시 박사 과정 한 분이 그 자리에서 숨졌으며, 또 한 분은 두 다리를 잃었다.

이 사고로 많은 사람이 실험실 안전에 대해 깊이 숙고하는 계기가 되었고 연구의 안전을 담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와 함께 KAIST 구성원들은 정치권에 연구실 안전 대책을 강력히 요구해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으며 정부의 연구 안전 예산이 꾸준히 확충되어 왔다.

그런데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정부 2년 동안 연구실 안전예산이 33억원(24%)이나 삭감되고, 연구실 안전사고가 크게 증가했음이 밝혀졌다. 최근 6년간 연구실 안전사고로 총 1565명의 연구자들이 죽거나 다쳤다. 그런데도 연구실 안전환경구축 예산을 2022년 135억원, 2023년 118억원, 2024년 102억원으로 2년간 33억원 넘게 줄였다.

거기에 환경개선 지원 대상을 올해 32개 기관에서 2024년 9개 기관으로 대폭 축소시켰다는 것도 밝혀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카르텔' 말 한마디에 이제는 연구자들까지 위험한 환경으로 내몰고 국가의 귀한 과학기술 인재를 죽음으로 몰고 있는 것이다.



올해 11월 2일 윤석열 대통령은 대덕연구개발특구 50주년 선포식에 참석해 "우리 연구자들이 혁신적인 연구에 열정적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고도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과학기술인의 땀과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의 경쟁력은 과학기술에 달려 있다"며 과학기술인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렇다면 우선, 혁신적 도전을 위한 실험실 안전부터 구축하는 것이 순서다. 정작 실험실 안전 예산은 삭감해놓고, 혁신적 도전을 하라고 하는 것은 무슨 논리인가? 과학자들이 혁신적 연구를 하다가 죽고 다쳐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인가?

이번 연구실 안전 예산 삭감은 윤석열 대통령인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5조 2천억 삭감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대통령이 후보 때 "임기 중에 재정 R&D 예산을 크게 늘려갈 것",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 것과 완전히 배치되게 예산을 16%나 삭감해서 과학기술자들과 국민의 분노를 샀다.

심지어 올해 6월 반도체 국가전략회의에서 '반도체 경쟁은 산업전쟁'이라고 외쳐놓고 반도체 R&D 예산을 최대 84%까지 삭감했다. '과학기술 인재'를 육성하겠다고 해놓고, KAIST 등 4대 과학기술원 예산을 최대 15% 감액해 카이스트 총학생회에서 규탄성명을 내기도 했다.

또한 '말로만 지방을 외치지 않겠다'라고 해놓고는 지방 균형발전특별회계 R&D 예산 67%, 지방혁신클러스터 예산 64%를 삭감했으며 '민생안전'을 강조해놓고는 재난안전 R&D 예산을 마구잡이로 삭감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주장한 대로 "R&D 다운 R&D에 재정을 쓰고 싶다"면 연구예산 배정과 평가 시스템을 개선하면 된다. 무조건 예산을 삭감한다고 시스템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예산부터 깎으면서 시스템 바꾸라고 하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소리와 같다.

우리 대전에는 과학기술자들과 그 가족이 많이 살고 있다. 가족이 연구를 하다가 죽거나 다치는 일을 그 누구도 원치 않을 것이다. 진실로 과학자들과 국민의 생명을 귀중히 여긴다면 대통령은 실험실 안전 예산부터 증액해야 한다. 그리고 R&D 시스템을 바꾸고 싶다면 R&D 예산부터 복구하는 것이 순서다. 무작정 예산을 깎는다고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 국민은 예산을 줄여 이공계의 희망을 꺾는 대통령을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오광영 (사)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내방] 구연희 세종시교육청 부교육감
  2.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026년 장애예술 활성화 지원사업 공모 접수 시작
  3.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4. 재난위기가정 새출발… 희망브리지 전남 고흥에 첫 '세이프티하우스' 완공
  5. 수능 앞 간절한 기도
  1. [한 장, 두 장 그리고 성장] 책을 읽으며 사람을 잇고 미래를 열다
  2. 고물가에 대전권 대학 학식 가격도 인상 움직임…학생 식비부담 커질라
  3. 대전 2026학년도 수능 응시자 1만 6131명… 교육청 "수험생 유의사항 필독해야"
  4.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5. 충남 청년농 전용 '임대형 스마트팜' 첫 오픈… "돈 되는 농업·농촌으로 구조 바꿀 것"

헤드라인 뉴스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에서도 태평양전쟁을 겪은 세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80년이 지났고, 전쟁의 참상과 평화를 교육할 수 있는 수단은 이제 전쟁유적뿐이죠. 그래서 보문산 지하호가 일본군 총사령부의 것이었는지 규명하는 게 중요합니다."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후쿠오카 시즈야(48) 서울지국장은 5일 대전 중구 보문산에 있는 동굴형 수족관 대전아쿠아리움을 찾아왔다. 그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로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의 종결을 앞두고 용산에 있던 일본군 총사령부를 대전에 있는 공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하호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올해 고1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첫 학기를 경험한 응답자 중 10명 중 8명 이상이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학생들은 진로 탐색보다 대학입시 유불리를 기준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로학원은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고1 학생과 학부모 4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5.5%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6일 밝혔다. 반면 '만족한다'는 응답은 4.3%, '매우 만족한다'는..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이 개장 한 달여 만에 누적 방문객 22만 명을 돌파하며 지역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6일 대전시에 따르면 갑천생태호수공원은 9월 말 임시 개장 이후 하루 평균 7000명, 주말에는 최대 2만 명까지 방문하는 추세다. 전체 방문객 중 약 70%가 가족·연인 단위 방문객으로, 주말 나들이, 산책과 사진 촬영, 야간경관 감상의 목적으로 공원을 찾았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10일간 12만 명이 방문해 주차장 만차와 진입로 혼잡이 이어졌으며, 연휴 마지막 날에는 1km 이상 차량 정체가 발생할 정도로 시민들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 수능 앞 간절한 기도 수능 앞 간절한 기도

  •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