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46. 죽음에 대한 신앙 고백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46. 죽음에 대한 신앙 고백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3-11-30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독일 출신으로 영국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미하일 하우스켈러 교수는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아주 어렵고 무거운 화두를 던졌습니다. 그러나 그 자신은 이에 대한 정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죽기 '위해' 사는 것이며 삶의 목적은 죽음이다"라고 다소 모호한 설명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들과 철학자들'을 소환해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저서를 통해 그들로부터 답을 찾으려고 시도했습니다.

여기에 등장한 작가나 철학자들은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키르케고르, 허먼 멜빌,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니체, 윌리엄 제임스, 마르셀 프루스트, 비트켄슈타인, 알베르 카뮤 등입니다.

그런데 저자인 하우스켈러 교수는 물론이고 열 명 중 누구도 삶과 죽음에 대한 명확한 결론은 없습니다.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화제를 마무리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는 것이지요. 이분들의 얘기를 듣고 삶과 죽음의 문제는 자신이 스스로 결론을 내려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세계 최고의 사상가들도 우리의 삶에 대해 함축적인 결론을 제시해 주지 못하면서, 그저 과거의 어느 막연한 순간에 우리는 존재하게 됐고 미래의 어느 막연한 순간에 우리는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수준에서 맴도는 것이지요. 인간의 언어로는 죽음을 설명하기 어려운가 봅니다. 그러나, 신앙을 가진 사람들의 생사관(生死觀)은 그들과 좀 다르지요. 일단 많은 기독교 신자들은 죽음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성경을 통해서 어느 정도 죽음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고, 부활하기 전까지 죽음은 잠자는 것이라고 믿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인간적인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을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바하(J. S. Bach)의 음악을 통해 전달받은 가사는 죽음에 대한 어떠한 빛을 보는 듯했습니다. 바하는 독일의 3대 악성으로도 유명하지만 교회 오르가니스트로 매달 한 곡씩 뛰어난 교회 칸타타를 작곡한 종교 음악가이기도 하지요.

경건한 분위기의 칸타타를 듣고 가사에 공감을 한 것은 칸타타 8번이었습니다. 칸타타 8번은 모두 6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 번째 곡의 가사는 "가장 사랑하는 하나님, 나는 언제 죽나이까"로 시작됩니다. 바하는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구원에 의해 얻게 되는 마지막 안식이라고 이해하였습니다. 제6곡에 이르러서는 "죽음과 삶의 지배자여, 나의 최후를 축하하여 주소서"라고까지 말하는 등 죽음을 찬양하였습니다. 이는 "죽은 뒤에 복이 있다"든지 죽음은 "수고를 그치고 쉰다"라는 등 성경의 내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지요.

바하의 음악에 자극을 받아 저도 자작시로 죽음에 대한 신앙 고백을 합니다. "죽기 싫다/ 죽으면 평생 사랑하던 아내도/ 예쁜 딸들도/ 손자 손녀 재롱도 볼 수 없다/ 죽으면 정든 금수강산 사계절/ 저 파란 하늘 해 달과 별도 볼 수 없다/ 친구도 만나지 못하고/ 보문산에 올라 외칠 수 없고/ 음악도 듣지 못하며/ 냉면과 자장면도 먹을 수 없다/ 죽으면 내 모습은 어떻게 변할까/ 내 딸 얼굴 알아 볼 수 있을까/ 먼저 세상을 떠난 아버지 어머니 어떤 모습으로 만날 수 있을까/ 내 생각 신념 성격 지킬 수 있을까/ 죽어도 다시 살 수 있지만/ 영혼과 육체 모두 다시 사는 것은/ 십 년일지 천 년일지 신만 아신다/ 그러나 이생에서는 죽을 수밖에 없고/ 죽은 뒤 거듭나는 낙원과 천국에는/ 눈물과 사망이 없으며/ 아픔과 애통함 없는 안식과 영광의 장소라 한다/ 보지 못했어도 믿기만 하면/ 신이 우리에게 죽음 너머 새 생명 주는 것이다"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중수청 예산 순위도 밀린 대전… 세종 임시청사 장기화 우려
  2. [통(通)하는 충남, 시험대 선 박수현 충남지사의 소통 리더십] ③ 혁신도시의 완성을 향한 공공기관 및 산단 유치
  3. 대전 선도지구 발표… 둔산 신청 구역들 '희비교차'
  4. 방학 중 돌봄 공백 커지나…대전 교육공무직노조 총파업 예고
  5. 충남대병원 보수공사 기간 제1주차장 폐쇄…가뜩이나 혼잡한데 환자 불편예상
  1. 특허법원, 한남대·충북대와 지식재산 재판 현안 논의
  2. "토큰부터 무선충전 전기버스까지" 특구1번 오창수 기사 본 '창밖'
  3. 대전 노후계획도시 선도지구 둔산 2곳·송촌 1곳 '낙점'
  4. 농어촌 기본소득, 청양군에 불어온 활력의 바람
  5. 대덕특구 입구에 복합과학체험랜드 이달 착공… 과학 정체성과 차별성 '관건'

헤드라인 뉴스


역대급 반도체 초과세수, 재정난 지방정부 긴급수혈 시급

역대급 반도체 초과세수, 재정난 지방정부 긴급수혈 시급

이재명 정부가 반도체 산업 호황에 따른 역대급 초과세수(추가세수)를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는 지방정부 살리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초과 세수 발생 때 지방에 교부금을 내려줘야 한다고 국가재정법에 명시돼 있고 역대 정부에서도 이 같은 기준에 따라 집행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반도체 초과세수로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이에 소요되는 절차와 시간 등을 고려하면 '돈줄'이 마른 지방정부 지원을 위한 '골든타임'을 허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3일 청와대에..

대덕특구 입구에 복합과학체험랜드 이달 착공… 과학 정체성과 차별성 `관건`
대덕특구 입구에 복합과학체험랜드 이달 착공… 과학 정체성과 차별성 '관건'

연간 100만 명이 찾은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 교육·놀이·공연을 아우르는 '복합과학체험랜드' 조성사업이 이달 착공한다. 시민이 과학 융합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예정으로 유사한 성격의 대전컨벤션센터(DCC),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마중물프라자와 차별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주목된다. 국립중앙과학관은 국비와 시비 590억 원을 들여 주차장 부지에 '복합과학체험랜드(가칭)'를 조성하는 공사를 이달부터 시작한다. 첨단 과학기술을 국민이 쉽고 흥미롭게 경험하는 체험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면서 지난해 102만 명이..

아동학대 신고에 위축된 교실… 교원단체 법률 개정 한목소리
아동학대 신고에 위축된 교실… 교원단체 법률 개정 한목소리

# 대전의 한 초등교사 A씨는 학생 생활지도를 하던 중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수사와 소송 과정에서 받은 충격으로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 # 또 다른 담임교사 B씨는 쉬는 시간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잡기놀이 과정에서 벌어진 말다툼을 중재한 뒤 학교폭력 민원이 제기됐고, 결국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 학생 실습 중 다친 학생에게 필요한 응급조치를 했던 보건교사와 담임교사도 보호자의 아동학대 고소로 1년 넘게 재판을 받아야 했다. 이처럼 정당한 교육활동이 아동학..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제헌절에 대해 공부해요’ ‘제헌절에 대해 공부해요’

  • 나에게 맞는 대학은? 나에게 맞는 대학은?

  • 초복 앞두고 북적이는 삼계탕집 초복 앞두고 북적이는 삼계탕집

  • ‘집 밖이 더 낫다’…쪽방촌의 힘겨운 여름 나기 ‘집 밖이 더 낫다’…쪽방촌의 힘겨운 여름 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