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지속가능한 지역을 만드는 ‘장소기반 교육’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지속가능한 지역을 만드는 ‘장소기반 교육’

권선필 목원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

  • 승인 2024-05-01 12:05
  • 신문게재 2024-05-02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권선필 교수
권선필 교수
대전의 인구는 2013년 153만의 정점을 찍은 후 계속 줄면서 150만 선이 무너지고 이제는 조만간에 140만 선도 무너질 것으로 예측된다. 단순하게 인구감소만을 볼 게 아니라,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조금 더 심각한 흐름이 있는데 바로 청년 인구 유출이다.

사망으로 인한 인구감소보다, 더 심각한 인구 유출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자리가 가장 큰 이유로 나타난다. 대전에서 빠져나가는 인구는 주로 청년들이고, 그 이유가 바로 일자리 때문이라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5~39세 대전으로 전입한 청년은 1만 1026명인데 전출한 수는 1만 473명으로 553명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숫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의 핵심이 드러난다. 즉, 대학에 재학하는 15~24세 인구는 1927명의 순유입을 보이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는 연령대인 25~39세는 1374명의 순유출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25~39세 인구는 2015년 이래 약간의 감소세는 지속하고 있다. 이렇게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 지역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역에서 대학을 다닌 청년들의 일자리를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 그동안 일자리를 만들어서 지역에 정착하도록 하는 것을 우선하여 추진해왔다. 특히 첨단 산업이나 국책사업과 연계한 일자리를 만들려고 노력해왔다. 대학에서도 주로 기술발전에 대응해서 첨단기술을 가르쳐서 경쟁력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문제는 이렇게 첨단 산업이나 생산성 향상 혹은 경쟁력을 키워서 일자리를 얻게 하는 접근 자체가 지역에서 청년들이 떠나도록 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깨닫고 새로운 접근을 생각해야 한다.

중고등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의 학생들이 지역을 떠나 서울로 간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 우리 자녀들이 다시 지역에 돌아올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면 거의 돌아오지 않고 수도권에 정착했다. 과학기술 명문대학인 카이스트에 전국의 수재들이 몰리지만, 이들 중에 대전이나 충청권에 남는 숫자가 얼마나 될까? 대덕 연구단지에 일부 남지만, 특히 기업 쪽은 전부 수도권으로 취업해서 떠난다.

지역 대학에서 공부한 청년들이 지역에 남도록 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지금처럼 열심히 전공 공부시키고 취업 교육해서 능력을 키우면 키울수록 지역을 떠난 가능성이 커진다. 수도권에 더 많은 일자리가,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력을 키워주면 키워줄수록, 수도권으로 떠날 것이고, 더 실력이 있으면 이 나라를 떠나 해외로 취업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지역의 청년들이 떠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추세를 바꾸는 방법은 경쟁력을 높이는 교육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지역을 알고 이해하며, 지역과 더 깊은 관계를 맺도록 해주는 '지역기반 교육(place-based education)'이 필요하다.

교육은 미래를 준비하는 핵심 요소다. 그러나 교육을 단순히 교실 안에서 전문성이나 직업능력을 키우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역사회와의 상호작용, 문화적 특성, 지역 자원을 활용한 교육이 바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핵심이 될 수 있다.

장소기반 교육은 지역을 교육에서 핵심적인 요소로 반영해 교육하는 방식이다. 지역이 보유하고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을 교육에 활용하면 학생들이 더욱 현실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또한,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학생들이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일자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직접 경험하게 해줄 수 있다. 지역사회에 대한 사회적 책임감과 아울러 협업 능력을 배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와 함께 교육을 기획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지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직접 경험하고 해결하는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능력이 지역사회에 어떻게 사용될 수 있을지를 알게 되고, 그것이 새로운 일자리가 되는 창업 과정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장소기반 교육은 지역과 연계하여 교육을 혁신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 될 뿐만 아니라, 인구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지역을 만드는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권선필 목원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덕공동관리아파트 이재명 정부에선 해결될까… 과기인 등 6800명 의지 모여
  2. 대전 죽동2지구 조성사업 연내 지구계획 승인 받을까
  3. '팔걷은 대전경찰' 초등 등하굣길 특별점검 가보니
  4. 충남대병원 등 48개 공공기관, 인적자원개발 우수기관 인증
  5. 대전대, 70대 구조 중 숨진 故 이재석 경사 추모 분향소 연다
  1. '행정수도 개헌' 이재명 정부 제1국정과제에 포함
  2. 대전교도소 금속보호대 남용·징벌적 사용 확인…인권위 제도개선 주문
  3.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
  4. [2026 수시특집-대덕대] 교육수요자 중심의 미래형 인재를 양성하는 직업교육 중심 대학
  5. 대전 대학생 학자금대출 ‘늘고’ 상환 ‘줄고’… 취업난에 연체 리스크 커졌다

헤드라인 뉴스


李정부 공공기관 2차이전 로드맵 지방선거 前 확정 시험대

李정부 공공기관 2차이전 로드맵 지방선거 前 확정 시험대

이재명 정부가 16일 국정과제를 확정한 가운데 이에 포함된 공공기관 제2차 이전 로드맵을 내년 지방선거 전 확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가균형발전 마중물인 이 사안을 두고 선거용으로 활용한 역대 정부 전철(前轍)을 되풀이 하지 않고 이재명 정부 균형발전 의지를 증명하기 위함이다. 이와 함께 1호 국정과제인 개헌 추진과 관련해 560만 충청인의 염원인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수도조항 신설을 정치권에 촉구하는 것도 충청권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이날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난달 13일 국정기획위원회..

`시가 총액 1위 알테오젠` 생산기지 어디로?… 대전시 촉각
'시가 총액 1위 알테오젠' 생산기지 어디로?… 대전시 촉각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국내 탑클래스 바이오 기업 알테오젠이 첫 생산 기지 조성에 시동을 걸면서 대전시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전과 인천 송도 중 신규 공장 부지를 놓고 고심하는 알테오젠을 지역으로 끌어오기 위해 행정당국은 지속해서 러브콜을 보내는 것이다. 국내 굴지의 바이오 기업 알테오젠 생산기지 확보는 고용창출과 세수확충 등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6일 중도일보 취재 결과 대전에 본사를 둔 바이오 기업 알테오젠이 자체 공장 건립에 나선다. 현재 알테오젠은 자체 생산 시설이 없다...

대전 삼계탕 평균 1만 7000원 육박... 1만원으로 점심 해결도 어렵네
대전 삼계탕 평균 1만 7000원 육박... 1만원으로 점심 해결도 어렵네

대전 외식비 인상이 거듭되며 삼계탕 평균 가격이 1만 7000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역 외식비는 전국에서 순위권에 꼽히는 만큼 지역민들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16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8월 대전 외식비 평균 인상액은 전년 대비 많게는 6%에서 적게는 1.8%까지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큰 상승폭을 보인 건 김치찌개 백반이다. 직장인들이 점심시간 가장 많이 찾는 대전 김치찌개 백반 가격은 8월 1만 200원으로, 1년 전(9500원)보다 7.3% 상승했다. 이어 삼계탕도 8월 평균 가격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한민국 대표 軍문화축제 하루 앞으로 대한민국 대표 軍문화축제 하루 앞으로

  • ‘청춘은 바로 지금’…경로당 프로그램 발표대회 성료 ‘청춘은 바로 지금’…경로당 프로그램 발표대회 성료

  •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

  • 추석맞이 자동차 무상점검 추석맞이 자동차 무상점검